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굿바이 조선’

시리즈 블루픽션 78 | 김소연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6월 5일 | 정가 11,000원

4년 전 김동성님 그림에 반해 ’꽃신’을 읽고 조선시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내게도 보물이 생겼구나 생각했는데 (리뷰: 내게도 보물이 된 동화 ‘꽃신’) 우연히 김소연님 책을 찾던 중 꿈을 찾아 새로운 나라로 떠나는 ‘명혜’를 만났다. (리뷰: 꿈을 찾아가는 ‘명혜’) 조선시대 아이들, 1910년대 명혜 그리고 1905년 우리나라를 차지하려는 세계열강들이 모인 조선의 모습을 담고 있는 새로운 책을 만났다. 어린이 역사동화를 쓴 김소연님이 쓴 청소년 역사소설. 

원산에서 서울을 잇는 경원선 철도 부설을 위한 지리조사를 위해 코프스 대령을 중심으로 러시아 왕립 지리학회 소속 탐사대가 파견된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생면부지의 4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며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슈바르코프 소령

우크라이나 인 비빅 키센스키 중사 (탐사대 호위, 각지역 지리와 자원 측정)

니콜라이 김 (러시아로 귀화한 조선인, 통역과 길잡이)

가마실 조근석 (조서방의 아들인 몰이꾼)

러시아 국경수비대에게 하얀백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코레야인들. 아침에 자는 게으른 사람들. 러일전쟁으로 침략지가 된 나라. 이러한 선입견을 갖고 방문한 조선에서 알렉세이는 너무나도 가난한 사람들과 자신의 실속만을 차리는 관리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을 한다.

원산에 도착하여 급히 말을 구하려고 하는데 말은 빌려주지만 서울까지 동행하지 못한다고 서로 눈치를 보는 마을 사람들 중에서 두배로 주면 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던 조서방은 선금으로 3백냥을 받고 마지막으로 투전판에서 큰 돈을 쥐려고 하지만 돈은 돈대로 날리고 큰 부상을 당해 자칫 관아에 끌려갈 지경에 이르게되어 어쩔 수 없이 아들 15살 근석이 몰이꾼으로 가게 된다.

근석의 말 다루는 솜씨와 부지런함, 호기심과 분별력 그리고 기죽지 않는 성격이 마음에 든 알렉세이는 같은 대원으로 대하는 한편 뜨거운 구들장과 매운 음식에 곤욕을 치른다. 그리고 흔적도 없는 길과 마을, 막다른 벼랑을 만날 때마다 알렉세이는 버려두고 온 과거에 대한 속죄의 고행이라고 생각한다. 몽달귀신 달래는 굿을 하는 주막에서 조용히 지켜보지 못하고 소란을 피워 결국 닭값과 굿 비용을 주모에게 물어주고, 공식적으로 고산을 방문하여 대접을 받지만 동학군에 속수무책인 관리들에 실망하고, 숨겨진 안개골에서는 일본군에 대항하여 함께 싸우기도 한다. 미국이 채굴권을 갖고 있는 동고개 금광에서 초가와 어울리지 않는 하얀 2층 양옥을 보고, 드디어 서울에 입성한다.

근석은 일행과 서울을 돌아보던 중 경복궁을 지키는 일본군을 보고, 안개골에서는 조선땅에서 일본군을 몰아내려고 목숨걸고 전투를 치뤘는데, 임금은 왜군의 경비를 받고, 고산에서는 알렉세이에게 굽신거리며 일본군을 몰아내달라는 서리의 말을 생각하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왜놈들 앞잡이를 하는 양반들 일진회, 석전놀이를 하는 사람들과 이를 막는 일본군. 그 사이에서 근석이 돌을 맞아 다치자 알렉세이는 흥분하고 옆에 있던 외국인과 함께 근석을 병원에 데려간다. 안개골에서는 니콜라이가 귀화한 사연이, 병원에서는 탐사대에 합류하게 된 알렉세이의 사연이 밝혀지고, 영국인 베델은 (물론 작가의 생각이 들어갔겠지만) 조선의 천연자원과 시장확보를 위해 조선에 오는 자본주위의 파렴치하고 간악한 침략행위라고 생각하고 비록 개인이지만 세계에 알리려고 한다. 조선을 걱정하는 영국인 기자 베델과의 대화로 근석은 자신이 할 일을 결정한다. 원산을 벗어나 서울에 오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서울에 머무를 방도를 찾는 근석은 베델의 도움으로 지금껏 살아온 나라와는 작별하고 새 조선과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근석의 결심을 들은 알렉세이와 니콜라이는 더 이상 운명에서 도망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탐사대의 길이 아닌 각자의 길을 간다.

작가의 말. 우연치않게 뛰어든 방문객의 눈을 통해 선조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의 어그러진 안경을 벗어보고자 한다.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이 있어서 찾아보기도 했다. 

순전한 (순수하고 완전한) 곱다시 (그대로 고스란히)

동티 (건드려서는 안될 것을 건드려서 스스로 걱정이나 해를 입음)

덧들어 (가려고 하는 길을 벗어나 다른 길로 들어서다)

꼭뒤 (뒤통수의 한 가운데) 

‘동방예의지국’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불렸다는 조선을 왜 ‘굿바이’라고 했는지 궁금했다. 다 읽고 나니 자신의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나는 근석이 지금의 조선과 헤어지고 새로운 조선과 만난다는 의미로 ‘굿바이’라는 단어를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순박한 사람들, 자기 잇속만 차리는 사람들, 자신보다 나라와 남을 더 생각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현재도 중요하고 미래도 중요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며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