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진짜 조선의 이야기

시리즈 블루픽션 78 | 김소연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6월 5일 | 정가 11,000원

이 책의 배경은 1904년 러일전쟁이 일어난 다음 해인 1905년 조선을 그리고 있으며, 외국인의 시선으로 우리의 역사를 바라본 장편소설이다

그래서일까? 우리의 역사를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듯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때는 나라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조선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무능하다 못해 부끄러운 조정과 그에 맞서 나라를 지키려는 백성들의 이야기를 조선 곳곳을 탐사하는 알렉세이와 근석 일행의 여정을 통해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당시 조선의 상황은 열강의 아귀다툼 한가운데 놓인 가련한 먹잇감 신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안타깝기만 하다

러시아는 자국의 내부 상황으로 러일전쟁에 힘을 다 쏟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였는데, 그 시점에 조선으로 코레야 탐사대를 보낸다

말이 탐사대지, 코레야 탐사대의 실상은 지리학회 소속 탐사대라는 허울 아래 코레야 북부 지역을 샅샅이 조사, 기록하여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 자원의 규모와 경제성을 파악하는 게 주 목적이다

즉,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이권이 그들의 진정한 관심거리였던 것이다

조선이 힘 있는 나라였다면 이렇듯 나라 전체와 국민성까지 무시를 당하면서 먹잇감 신세는 아니었을 터…… 예나 지금이나 나라가 힘이 없으면 가장 힘든 건 국민뿐이다

[코레야 탐사대]

-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슈바르코프 소령, 탐사대 분대장으로 스물다섯 젊은 귀족 군인

- 우크라이나 인 비빅 키센스키 중사, 탐사대 호위와 각 지역 지리와 자원 측정

- 니콜라이 김, 러시아로 귀화한 조선인이자 통역과 길잡이 역할

세 명이 한 조가 되어 코레야로 들어온다

거기에 말이 모자라 역참마을 가마실에 들러 말을 빌리면서 동행하게 되는 열다섯 소년 말몰이꾼 근석까지

이렇게 네 명의 코레야 탐사대가 함께하게 된다

러시아 국경수비대에게 하얀 백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코레야인들, 아침에 자는 게으른 사람들, 러일전쟁으로 침략지가 된 나라

이러한 선입견을 갖고 방문한 조선에서 알렉세이는 비참하도록 가난한 사람들과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실속만을 차리는 형편없는 관리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을 한다

조국을 뒤로하고 그저 도피처에 불과했던 작은 나라 코레야가 알렉세이에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라 돌아가는 모양새나, 조정이나 관리들 하는 걸 보면, 너무나도 쉬운 나라인데 이상하게 어렵기만 하다

그리고 그 어려운 이유가 비참하고, 처참하고 힘없는 조선의 백성들에게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근석의 말 다루는 솜씨와 부지런함, 기죽지 않는 성격이 마음에 든 알렉세이는 근석을 같은 대원으로 받아들인다

코레야를 돌아다니면서 생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뜨거운 구들장과 매운 음식에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흔적도 없는 길과 마을, 막다른 벼랑을 만날 때마다 알렉세이는 버리고 온 과거에 대한 속죄의 고행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탐사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외국에 나라를 맡기려는 양반들, 스스로 나라를 지키려는 동학군, 의병들~

조선에서 이익을 취하는 미국인 광산업자, 조선을 위해 애쓰는 영국인 기자 베델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들을 통해 1905년 조선을 둘러싼 사람들과 다른 나라가 조선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을 리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렇게 조선을 걱정하는 영국인 기자 베델과 함께하면서 근석은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를 결정한다

원산을 벗어나 서울에 오기까지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서울에 머무를 방도를 찾는 근석은 베델의 도움으로 지금껏 살아온 나라와는 작별하고 새 조선과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껏 조선이 임금님 한 분의 나라인 줄만 알고 살았어요, 그래서 한 번도 산과 들이 내가 지켜야 할 내 것이라고 여겨 본 적도 없고요. 그런데 대장님과 여행을 하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조선은 임금 한 사람만의 나라가 아닌 이 땅에 사는 모든 조선인의 나라라는 걸 말이에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조선을 배우고 싶어요.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조선과는 작별하고 새롭게 펼쳐지는 새 조선을 만나고 싶어요. 비록 그 나라가 위태롭고 서글플지라도…… p250

근석의 결심을 들은 알렉세이와 니콜라이는 더 이상 과거로부터 도망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탐사대의 길이 아닌 각자의 길을 가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사실 니콜라이 김에게도 아픈 사연이 있는데, 임오군란 당시 진압군 위치에서 탈영해 조선을 버리고 이방인 신세가 되었던 거다

결국 니콜라이는 서로 살겠다며 동료에게 총을 겨누는 것이 두려워 도망친 것이다

그런 알렉세이도, 니콜라이도 자신들이 도망쳐 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마음먹게 만든 건 조선의 힘없는 근석의 영향이 가장 컸다

비록 위태로운 나라지만 새로운 조선을 생각하면서 다시 일어나 행동하려는 근석을 통해 그들 또한 새롭게 행동할 자신감과 의욕이 생겼다

이처럼 남의 눈에 힘없고 가녀린 백조에 불과했던 조선이 호랑이의 모습으로 열강의 눈에 비춰지기까지 그 뒤엔 오직 나라만을 사랑한 힘없고 가엾은 백성들이 있었다

사실 알렉세이가 조선 탐사대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자신의 민중을 보호하기보다는 민중을 학살하는 러시아 정부에 대한 회의였다

이제 알렉세이는 조선의 근석이 세상을 향해 눈을 뜨는 모습을 통해 이젠 도망치지 않고, 근석처럼 자신의 고국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떠나게 된다

근석을 보며 알렉세이도 제 안에 있는 진심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처음 이 책은 외국인의 눈으로 조선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들은 조선을 통해 다시 자신들을 바라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책을 읽던 독자도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