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뭘까? 역사는 우리의 과거를 토대로 현재를 계획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근현대사를 배우고 있는 ‘나’로써 이 이상 의미 있는 책이 있을까 싶다. 우리의 개혁은 외세의 의존도가 너무나 강했다. 그 잘난 양반들은 뭐하고 있었는지 답답해하며 열 올리며 역사를 배우고 있었다. 바로 그 시대의 상황을 보다 가깝게 보여준 책이 [굿바이 조선] 이었다.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몸을 숨기는 거겠지. 저기 윗분들 자주 하시는 것 있잖아, 도피 여행!” 소령 알렉세이를 두고 떠들어 대는 소문이다. 코프스 대령의 긴급 호출, 러시아 지리학회 소속 탐사대 분대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출발 나흘전 듣도 보고 못한 신참 분대장인 슈마르코프 분대장이 있었다. 알렉세이 대령은 조국을 도망치듯 나와 세상의 끝이라는 조선으로 향했다. 그는 도피보다 세상을 보고 자신을 돌아볼 휴가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또한 자신의 고향 밖으로 한 발도 내민 적 없던 근석과 러시아로 귀화한 조선인 니콜라이 김, 퇴역군인 비빅이 그의 뒤를 따른다. 원산에서부터 서울까지 그들은 멀고 험한 탐사가 시작된다.
처음부터 원활히 시작되는 일이 없듯 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톱니를 맞추며 ‘서로’가 아닌 ‘우리’가 되어간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달달 볶은 소금물로 샤워한 일, 고산의 동학군들, 국경을 넘어가는 상인들….. 이 모든 일이 그들에게는 생소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중 고산에서 처음 만난 서리와의 대화가 내 기억을 사로잡는다. 근석의 한마디 “제 땅에 들어온 도둑을 자꾸 남보고 쫓아 달라고 하는 건 또 뭐래.” 나의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구절이었다. 역사를 배우는 내내 내가 너무나 하고 싶던 얘기를 소신 있게 하는 모습을 통해 그가 생각이 변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보아라.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움직임이 너무나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위기는 그것이 위기인지 모르는 것, 더 위험한 것은 위기인 것을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이 말은 유재석 아저씨가 하신 말씀이다. 무한도전의 위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보여주는 한 마디였다. 분명 우리나라는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대체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의 역사의 실수를 통해 앞으로를 극복해야 된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본질이 아닐까? 나는 생각해본다.
책의 제목인 [굿바이 조선], 조국에서 아픔을 겪고 ‘도피여행’을 떠나온 알렉세이, 조선의 현실을 피해 귀화한 니콜라이 김, 처음 세상에 맞닥뜨린 근석…. 제목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책 읽는 독자에게도 큰 가르침이 되었을 것이다. 처음 접했을 때, 조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인지, 그들이 조선과 멀어지는 것인지 난 알 도리가 없지 않은가. 이를 염두에 두고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실은 둘 다 아니다!! 아니 둘 다 맞는다고 해야 될지 모른다. 그들이 알던 조선과 이별을 고하고 이전에 알지 못 했던 조선의 실체를 맞이한다. 그들이 변해갈수록 조선을 보는 시선 또한 달라진다. 하얀 백조로 보던 조선인을 어느새 백두산 호랑이보다 용맹한 맹수로 보고 있다. 또한 4인의 탐사대는 이런 경험을 통해 그들은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알렉세이는 세상의 끝이 아닌 자신이 그토록 피하고 싶던 조국으로 돌아가 자신이 풀어야 할 과제를 향해 나아간다. 니콜라이 김 역시 자신의 조국을 위해 니콜라이 김이 아닌 박 준령으로의 삶을 택하게 되었고 근석은 이미 가마실을 나올 때보다 몇 배는 커졌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알던 조선과는 작별하고 새롭게 펼쳐지는 새 조선을 만나고 싶어요, 비록 그 나라가 위태롭고 서글플지라도…” 새로운 조선을 가장 잘 받아들인 한 사람이다. 그들 모두가 자신들이 알던 조선과 작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