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투명인간의 실체

시리즈 구스범스 13 | R.L. 스타인 | 그림 임경섭 | 옮김 이혜인
연령 9세 이상 | 출판사 고릴라박스 | 출간일 2015년 7월 17일 | 정가 10,000원

어떤 한 생각에 깊게 빠져 있으면 모든 생각이

그 한가지 생각에 집중되기 마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 시간에도

어김없이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주인공 새미. 지난 주 투명인간에 관한 영화를 본 탓일까

식탁 위 먹기 싫은 시금치를 보니 정말 투명인간이 되면 어떤 모습일지

머릿속에 그려봐요. 투명인간, 말 그대로 얼굴이나 몸은 보이지 않는데 음식을 먹으면

먹은 것이 투명한 위장으로 들어가 소화되는 과정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상.

위, 소장, 대장..아니 밥 먹을때 왜 그런 똥같은 상상을 하나 싶지만

본인도 이해 안되게 그런 게 멋있다네요. 

 

요즘 새미가 푹 빠져 있는 게 그런 다 공상 과학 소설이나

만화, 외계인 나오는 영화는 닥치고 보는 편. 부모님 보시기에 모범생

동생과 다르게 매일같이 유령타령만 하는 아이가 한심할 수 있겠어요. 

더욱이 새미 부모님 두 분은 대학교 연구실에서 일하는 과학자이신데 식사중 대화도

온통 일 이야기뿐이여서 대화에 낄 틈 없는 새미가 마치 외계인이 된 기분같다네요. 

그렇다고 점잖은(?) 동생이라도 형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관심있게 듣는 것도 아니고요.

혼자 재미없고 따분하고 그냥 뭐라도 해 볼까 싶어서 툭툭 발장난 쳤던 게 

그만 바닥으로 접시가 뒤집혀 떨어지고

흘린 음식물을 밟고 엄마가 꽈당 미끄러지는 사고가 줄잇네요.

  

정말 이럴려고 그런 게 아닌데..

매번 이런 식으로 엄마의 관심이 어긋나기만 하네요.

딱히 누구 잘못을 따지기도 전에 이미 상황 정리가 끝난 듯 어느 순간에 

엄마의 기분이 제일 나쁜지 폭풍 공감이 가더군요. 저도 성격 다르고 취향 다른 

아들, 딸들 키우고 있어 누구 편든다는 소리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다는 걸 잘 이해돼요. 

한 두번 계속 반복되다보면 저도 모르게 ‘넌 왜 그 모양이야?’ ’대체 누굴 닮아 그러니?’

이런 잔소리를 하게 돼죠. 그게 은연중 아이가 평소 생활하는 모습을 두고

엄마도 할 말이 많은 거니까 섭섭해도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야죠. 

본인 스스로도 이러한 반박을 할 수 없는 게 그 잘~난 동생 탓이라면 탓일까? 

항상 형으로서 더 형스러운 동생이 피곤할 때가 있네요.   

 

새미가 부모님 눈 밖에 난 돌연변이쯤 된다면

새미입장에서는 매사 진지한 동생이야말로 진짜 돌연변이같다는 게 말이 되네요.

그도 그럴것이 학교에서 새로운 과학실험 준비에 들뜬 시몬과 달리 온통 허무맹랑한 유령에 

빠져 있는 새미가 달라도 너무 다르죠. 그런데 정말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새미에게 일어나는데요. 평상시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 곁에 있다면

그 누군가가 진짜 유령이 아니면 다른 어떤 걸로 설명이 가능할까? 분명 아무도 없는 방에 

창문이 열려 있고 웬만해선 겁 없는 앙칼진 고양이 브루투스가 벌벌 떨며 숨기 바쁘고 

손도 안댄 시리얼이 눈 깜짝할 새 사라지고 방은 엉망진창 난장판이 따로 없는데..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닌 그 섬뜩하고 차가운 뭔가가 느껴져요.

  

오~ 그렇다면 이건 대환영 좋아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다른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공포겠지만 주인공 새미는 다르지 않을까요.

역시나 유령을 보고 솔직히 드는 생각이 아무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 거 같은데..

나도 투명인간이 되면 어떨지 투명인간 친구 한 명쯤 사궈도 나쁘지 않겠다는 기막힌 생각.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생각은 못할 거 같은데 그야말로 혀를 내두룰 정도의

강심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새미는 유령친구에게 궁금한 게 넘 많은가봐요.

서로 주고받는 대화 내용만 좀 특별나지 어찌보면 마음 잘 맞는 보통 친구사이 같아 보이네요.

그렇지만 집 아닌 학교에서 예기치 못한 브렌트의 장난은 학교 전체 웃음거리가 되고 마는데 

과연 유령친구와의 우정이 끝까지 지켜질 지 유령에 대해 새미만큼 잘 아는 아이도

드물 거 같은데요. 어쩜 학교 과제로 유령을 인터뷰하는 동영상 촬영도 무사히 잘 해낼지 

숨죽이며 지켜봐요.

 

유령전문가 새미조차 결국에 두려움을 느끼는 유령의 정체가

드디어 밝혀지는 순간, 결과를 완전 뒤집는 대반전의 결말에 할 말을 잃고 마는데요.

우리가 얼마나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지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충격이

모든 이야기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보게 해요. 갑자기 지구를 둘러싼 이 광활한 우주에

인간 빼고 나머지 외계인은 다 있어도 유령인 줄 알고 없어도 꿈에 볼까

무서운 유령인 줄 아는 우리가 더 보잘것 없게 느껴지네요.

지금껏 우리 기준에서 유령이라하면 지구정복을 꿈꾸는 침략자나

인간을 마구 괴롭히는 나쁜 이미지가 대부분.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도 등장하고 으시시한 유령의 집도 등장하고 알면 알수록 더 무서운 이야기로 가득한

유령 종합선물세트 같은 단 하나의 책이에요. 구스범스 시리즈 중에서도

오래 기억에 남을 최고의 책일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