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의 옛 민담을 읽으며 삶에 대해 생각하다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11월 13일 | 정가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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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보기) 판매가 18,000 (정가 20,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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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택이 나지 않는 하드커버에 판본이 큰, 이 책을 받았을 때, 책 표지의 색감이 참 마음에 들었다. 글작가는 우리나라 작가인데 그림작가는 폴란드의 작가이다. 여러나라의 민담 중 폴란드의 민담이 4편으로 가장 많은데, 그래서인지 글과 그림이 참 잘 어울린다.

민담들에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다. 아마도 고된 하루를 접고, 새로은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하던 옛 사람들은 계속되는 곤곤한 삶에 희망에 될 이야기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행운이 한순간에 굴러들어온다는 이야기나 자신의 선행이 큰 복으로 돌아와서 인생을 역전시킨다는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첫번째 이야기 속의 청년 야첵은 바로 큰 행운을 거머쥔 사람이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신비로운 고사리꽃의 이야기를 듣고, 매해 성요한의 밤마다 숲을 헤매던 그가 마침내 고사리꽃을 딴 것이다. 전설처럼 행운을 얻은 야첵은 금은보화에 호화로운 궁전까지 없는 것이 없는 삶을 살지만,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만 그 부를 누려야한다. 가족과도 떨어져살며 혼자만의 생활에 지치지만, 정작 가난한 가족들 앞에 섰을 때는 매번 자신의 행운이 사라져버릴까봐 도와주지도 못한다. 부귀영화에 대한 탐욕때문에 무엇을 놓칠 수 있는가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한편, 물질적인 풍요가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이야기이다.

가난한 청년이나 가난한 소녀가 현명한 처세로 자신의 신분을 극복하고, 궁전에서 살게 된다는 이야기도 몇 편있다. 예나 지금이나 신분상승에 의한 인생역전에 대한 꿈은 늘 존재해온 모양이다.

외모에 눈이 멀어 그 사람의 참모습을 놓치지 말라는 고전적인 교훈이 들어있는 이야기들도 있다. 마법에 걸러 고양이나 용의 모습으로 살아가던 왕자들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주고, 외모에 상관없이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을 억누르던 마법에서 풀려난다. 더 나아가 생각하면, 잠시 곤경에 처했을 지라도 누군가 진가를 인정해준다면 삶을 되돌릴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인간의 어리석은 판단때문에 우리가 가졌던 아름다운 것들이 어떻게 우리 곁에서 사라졌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폴란드의 민담 ‘인어의 노래’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숲을 두려워하고, 달빛을 성스럽게 여기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던, 순박했던 옛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책을 덮고 우리가 얻은 문명의 이기 앞에 사라져간 자연과 우리가 회복할 수 없을만큼 잃어버린 자연의 신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해가 지면 밤이 깊어지던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의 입에서 손자에게 옛이야기가 전해지고, 다시 그 이야기가 세월이 흘러 그 손자의 손자에게 전해지던 밤들에 대해 생각해보니 뭔가 아주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계속되던 밤마다, 이야기는 여러차례 그 원래의 뼈대에 살이 붙기도 하고, 군더더기라 여겨진 부분은 떨쳐내기도 하면서 오랜 세월 생명을 이어갔을 것이다.

책은 폴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스페인, 영국의 옛 민담들 총 10편을 싣고 있다. 어느 나라나 옛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신비함이 있다. 글자가 큼직해서 어린이들이 읽을 수도 있겠지만, 동화를 읽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싶은 어른들이 읽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