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리아와 마법의 겨울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11월 27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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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은 어렸을 때 동화로 읽어봤었다. 당시에는 책의 내용보다 그림책의 그림이 예쁘다는 생각이 조금 더 많았던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해, 눈의 여왕은 내가 좋아하는 동화책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 내용을 생각해보면 눈의 여왕은 참 재미있는 책이다. 친구를 구하기 위한 여정. 그 속에서 당시에는 안보이던 것도 보이고 재미도 느끼고 있다. 왜 눈의 여왕이 안데르센의 대표 작품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남들보다 늦게 알은 것일 수도 있겠다.

아, 난 분명 ‘오필리아와 마법의 겨울’책 리뷰를 쓰고 있는데 왜 뜬금없이 ‘눈의 여왕’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은 바로 작가가 ‘눈의 여왕’을 바탕으로 새롭게 쓴 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악역은 눈의 여왕이 맡았다.

이미 책 제목으로 짐작은 했겠지만, 오필리아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오필리아는 평범한 소녀이다. 갈색머리에 안경을 쓴,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천식이 심한 것. 오필리아의 어머니는 유명한 공포소설 작가이지만 병에 걸려 몇 달 전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세계에서 유명한 검 전문가이고 언니는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아이이다. 아버지만 빼면 정말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흔한 집안이다. 오필리아가 좋아하는 것은 과학이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화석과 공룡이다. 뭐, 어떻게 보면 이 두 개가 하나일 수는 있지만 그 점은 넘어가도록 하겠다. 이어 말하자면 과학을 정말 좋아하는 오필리아는 마법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이 많다. 오필리아의 어머니도 오필리아에게 생각이 너무 많다고 하였다.

자, 이런 주인공 옆에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바로 놀라운 소년이다. 이 소년은 서쪽과 동쪽 중간세계에서 온 마법사들로부터 눈의 여왕을 물리 칠 ‘또 다른 자’를 찾기 위한 임무를 부여받고 눈의 여왕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소년의 이름을 가져가고 마법을 걸었다. 그 때문에 결국 이 책이 끝날 때 까지 소년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이 소년도 매우 평범한 소년이었다. 조금 다른 것은 매우 착하다는 것이다. 마법사들에게 소년이 선택받은 것도 심성이 곧고 착하기 때문이었다.

판타지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가끔은 짜증날 정도로 특별하다. 마법에 대한 재능이 남들보다 뛰어나거나 집안이 막 왕실이다. 자신은 평범한 소년인 줄 알았는데 마법세계에서는 유명했던 소년도 있다. 어떤 소녀는 아버지는 과학자였는데 아마존에서 연구를 하다가 바이러스로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세계의 왕이었다. 자신은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몇백년을 살아온 뱀파이어도 있다. 그것도 능력이 그 중에서도 출중한 뱀파이어.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조연들도 엄청나다. 우등생 소녀도 있고 늑대인간, 하프엘프가 주인공의 친구들이다. 평범해 보이는 애들은 거의 없다. 막 미래를 보는 뱀파이어가 주인공 동생이다. 주인공은 마음을 읽는다. 정말이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물론 이런 점이 판타지 소설의 매력이지만 너무 자주 읽으면 이런 점이 눈에 거슬리게 된다. 수많은 판타지 소설에서 특별한 것이 하나도 없는 주인공을 찾으라고 하면 특별한 주인공들보다 그 양이 매우 적을 것이다. 아, 여기서 하나 밝힐 점은 이건 확실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오필리아는 다르다. 평범하다. 지극히 평범해서 처음에는 매력이 없었다. 그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소년도 평범하다. 솔직히 조금은 기대했다. 이 소년에게도 조금은 특별한 것이 있겠지. 너무 특별한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런 특별함이 없으면 심심한, 그런 것이 캐릭터가 가지는 특별함은 마치 소금인 것 같다. 소금은 음식에 너무 많으면 못 먹고 너무 적으면 아쉬운, 그런 존재이다. 여기서 오필리아와 소년은 처음에는 간이 너무 안된 것 같았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사실은 소금 간이 적절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평범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여운을 주는 것이다.

아마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위에 언급한 내용들이 무슨 책인지 눈치 챘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저런 판타지 소설을 싫어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엄청 좋아한다. 한동안 도서실에서 매일매일 한권씩 다 읽으면서 대출과 반납을 반복하고, 시험기간에도 저런 책들을 읽어서 혼나기도 했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오필리아와 마법의 겨울’만 가진 또 다른 매력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자가 아닌 또 다른 매력. 나는 왜 이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였을까? 아무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기 싫어서? 이건 아니다. 나는 그렇다고 책을 억지로 읽지는 않는다. 그럼 흥미진진해서? 솔직하게 말해서 떡밥이 대충 보였다. 내용 전개 예상도 갔다. 그렇다면 왜 일까? 북리스트에서는 ‘교묘한 액자식 구성으로 쉽게 읽히지만 신뢰와 책임감. 우정에 대한 깊은 교훈을 준다.’라고 이 책을 평하였다. 그렇다. 말 그대로다. 한 11살 정도면 이 책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생각을 꽤 하게 된다.

2015년을 마무리하면서 생각을 해보니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문제가 바로 우정에 대한 것. 그리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가였다. 정말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문제들도 조금 있었다. 자세한 것은 나의 사생활을 위해 생략하도록 하겠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내가 원하던 것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친구. 오필리아와 소년. 이 둘은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순식간에 친구가 되어 서로를 위하는 이 둘을 닮았나? 물론, 스토리가 흥미진진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교우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에서는 이 책을 ‘글이 반짝인다.’고 평하였다. 그렇다, 정말 다른 말 보다도 이 표현이 가장 어울릴 수도 있겠다. 글이 반짝인다. 순수함속에서의 열정. 그리고 비판.

책 속의 눈의 여왕은 안데르센에 나오는 눈의 여왕만큼 잔혹하다. 그런데 이 눈의 여왕은 누구일까?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보건데, 혹시 어른들이 아닐까. 너무나 차가워진 어른들. 얼음처럼 냉정해진 어른들과 사회. 이들이 눈의 여왕이 된 것은 아닐까? 놀라운 소년이 가진 비밀은 어쩌면 아이들만이 가진 그 순수함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정말 나에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첫째로 편견을 깨주었고, 둘째로 생각을 정리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셋째로, 동화가 가진 치명적인 마법으로 자칫 잃어버릴 뻔했던 동심을 찾아주었다. 눈의 여왕으로부터 지켜줄 한 가지 마법을 내개 걸어준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서 어쩌면 나도 2016년을 시작할 때 눈의 여왕으로부터 지켜나갈 마법의 겨울을 겪게 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