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청년이 바로 나요! 여기 그 옷이 있소!”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3월 20일 | 정가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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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레 미제라블’이라는 뮤지컬 영화로 개봉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작품이며, 현재 뮤지컬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작품이다. 아이들을 위한 세계명작 등으로 ‘장발장’이라는 제목으로 접한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다. 빵을 훔친 것으로 감옥에 가게 된 장발장이 복역 후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로 요약하기에는 그 이야기가 왜 고전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원작과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책과 영화, 뮤지컬이라는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은 각 매체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니 그 차이를 중심으로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번에는 과연 원작이 어떤 내용일지, 왜 동서고금의 사람들이 깨달음과 감동을 얻는 책일지만 살펴보아도 충분할 것이다.

 

먼저 책을 펼치기도 전에 그 두께에서 놀라게 된다. 이렇게 550페이지 가량의 두꺼운 책을 뮤지컬로, 영화로 만들어낸 감독에게 놀라움을 표하며 그 노래들을 떠올리며 책을 읽는 순간마다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책을 읽는 중에는 그 두께에 담겨있는 인물에 대한 섬세한 관심과, 역사, 종교에 대한 지식들을 지루하지 않게 제공해주는 빅토르 위고의 구성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레미제라블은 팡틴, 코제트, 마리우스, 장발장을 챕터의 주제로 해서 플뤼메 길의 서정시와 생드니 길의 서사시까지 5부로 구성되어있다. 각 부에는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자라온 환경등이 드러나 있어서 그 인물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레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저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이해가 되며 안타까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작가와 옮긴이의 능력 덕에, 산문임에도 운율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 소리내어 읽는 재미도 있다. 책에 대한 긴 기록을 남기기는 부담스러울 때 감명깊은 구절만 적는 것도 좋다고 했던가. 그 구절을 소리내어 읽는 것은 더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도 이 책의 감동을 더한다. 장발장의 사위인 마리우스는 장발장에 대한 간단한 조사로 ‘마들렌의 돈을 훔쳤으며, 자베르를 죽였다’라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러한 오해를 풀어준 것이 장발장의 ‘죄’를 밝히러 온 테나르디에라는 점이 흥미진진했고, 테나르디에가 ‘죄’라고 밝힌 사실은 마리우스의 생명의 은인이 장발장임을 밝히는 극적인 전개로 이끈다는 점에서 정말 감탄했다.

“그 청년이 바로 나요! 여기 그 옷이 있소!” 마리우스가 부르짖으며 온통 피로 얼룩지고 해진 검은 예복을 바닥에 던졌다. 그러고는 테나르디에 손에서 옷조각을 잡아채 예복 위에 쭈그리고 앉아 찢겨 나간 부분에 맞춰 보았다. 찢어진 곳은 딱 들어맞아 예복은 완전한 모양을 갖추었다.(p532)

 

이 부분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이다.

 

 

 

1. “여러분이 잘 보셨듯이 제가 잘 발장 입니다.”(p119)

장발장이 아라스의 법정에서 억울한 피고 대신 자신이 장 발장임을 밝힌 것은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다.

그 후 도형수로 복역 중 군함 오리옹호의 선원을 구한 장발장은 배에서 떨어진 후 한동안 숨어있다가 탈출한다.

앞서 빵 하나를 훔친 죄로 5년간 갤리선에서 노역하는 벌을 받을 때에도 무려 4차례나 탈옥을 시도하여 19년간 복역하게 되었는데, 왜 자꾸 탈옥을 해서 형을 늘리는 것인지, 군함에서 떨어져 탈출한 것은 어떤 생각으로 탈출한 것인가?

 

2. 마들렌 씨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은 몽트뢰이 쉬르메르 일대에 파문을 일으켰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 자가 갤리선 죄수였대.’이 말 한마디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버렸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밝히자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두시간도 채 못되어, 그가 베푼 선행은 모조리 잊혔으며, 그는 이제 한낱 ‘갤리선 죄수’일 따름이었다.(p125)

한 도시를 경제적으로 부흥시키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푼 ‘마들렌’이 사실 ‘갤리선 죄수’였다는 사실에 사람들의 태도가 돌변한다. 현실에서도 이런 경우를 찾을 수 있을까?

 

3.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가브로슈는 결단을 내렸지만, 마리우스가 뭐라 할까 봐 말하지 않았다.그 생각은 이러했다. ‘아직 자정도 채 안됐고, 옴므 아르메 길은 멀지 않으니까 편지를 빨리 전해 주고 오면 마침 맞을거야.’(p417)

마리우스는 코제트에게 편지를 전할겸, 에포닌의 동생인 가브로슈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할 겸 편지 심부름을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브로슈가 바리케이트에 있고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4. “무슨 까닭으로 이 도형수가 내가 도형수였노라고 말하냐는거요? 정직하기 위해서요. 나는 거짓말할 수 있었소. 그건 사실이오. 당신들 모두를 속이고 포슈르방 씨로 지낼 수 있었소. 하지만 이제 나를 위해선 거짓말해선 안 되오. 그걸 꼭 밝혀야 할 사정이 있었느냐고 자네가 물었지? 이상한게 하나 있다오. 그건 양심이오…예전엔 살기 위해 빵 하나를 훔쳤소. 그런데 오늘은 살기 위해 이름 하나를 훔치고 싶진 않소.”(p508)

코제트가 신상에 문제 없이 결혼을 하였고, 사위는 장발장이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도형수였다는 것을 밝히고 떠나겠다는 장발장. 내가 과연 장발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