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저녁 따스한 감성이 녹아 있는 그림책

연령 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11월 30일 | 정가 12,000원

연이은 한파가 기승을 부리죠?

그나마 오늘은 조금 주춤 해졌는데요, 추위에 몸은 움츠러들고 기형제 코엔 콧물이 주렁주렁..

겨울에 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어요.

저 어릴 때는 눈오는 겨울 저녁 외로이 서있는 전봇대 밑에서 전봇대 불빛을 조명삼아 눈사람도 뭉치고 놀았던

거 같은데, 지금 우리 아이들이 그런다고 하면?

 

oh! NO!!!!

 

감기 걸릴라… 어두운데 위험해… 그럴 만한 장소가 있나? 요즘 눈도 뭉쳐져? 제가 어린 시절 느꼈던 감성을 우리 아이들은 느낄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운 요즘인데요, 그 감성이 녹아 있는 그림책 겨울저녁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고, 마냥 움츠릴 것이 아니라 겨울 저녁의 아름다운 풍경을 느낄 기회를 마련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글보다는 그림에 담겨 있는 것이 훨씬 많은 비룡소 그림동화 <겨울저녁>

크리스마스 즈음에 읽기에 최적화된 도서이지만 지금 같이 눈이 자주 내리고, 칼바람이 부는 요즘에도 읽기에 딱 좋은 동화랍니다.

칼데콧 상을 세 번 이나 수상했다는 폴란드태생 작가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동화로, 글밥이 적은 대신 그림이 풍부해서 아이들의 눈이 오래 머무르게 하는 매력적인 그림책이에요.

분명, 날씨는 추운데…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런 그림책 비룡소 <겨울저녁>

 

서양 문학이론 중에는 문학을 크게 서정, 서사, 극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대체로 우리는 ‘시’를 서정으로 ‘소설’을 서사로 분류해요. 그렇다면 줄글인 동화책 종류는 대체로 ‘서사’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겨울저녁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 그림책은 ‘서정’ 그 자체구나! 였어요.

즉, 스토리라인보다는 겨울저녁을 묘사하는 감정선 그 자체가 돋보이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지금 저희 으뜸이는 그림만 읽고 있어요. 밑에 한 두 줄 정도의 글을 읽어주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아이의 감성이 촉촉히 젖는 느낌이 나더라구요. 몰입도도 최고랍니다.

그림을 다 본 후 책장을 덮은 으뜸이는 “어, 어, 아이가 할아버지와 집으로 가고 있었어요. 집에 오는데 어두워졌어요. 어, 어…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구경했어요!” 라며 그림을 읽은 내용으로 저에게 줄거리를 소개해 주었답니다. 으뜸이의 그림읽기에 우선 맡겨둔 후, 글은 나중에 읽어 주었는데요, 아이와 할아버지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날이 저물어요. 저는 해가 저물면. 헉! 벌써 오늘도 저물었어? 뭔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 라며 조급한 마음이 몇 배로 늘어요. 주인공과 할아버지도 저무는 해를 보며 울적해한답니다.

 

 

 

그러나 그 울적함은 잠시! 거리 가로등에 불이 하나 들어오고, 천천히 거리엔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겨울,

밤,

도시

의 풍경.

 

추위 속에서 또 다른 활기. 아이와 할아버지가 산책하는 낮 시간이 평화로웠다면 오히려 움츠러들고 쓸쓸할 것 같은 겨울의 저녁은 건물마다 들어오는 불빛으로 겨울의 이면을 보여주는데요 대낮처럼 환해지면서, 오히려 따스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림체 속에 신사, 아주머니, 곡예사, 외계인까지! 저마다의 이유로 발걸음을 옮기고 아이와 할아버지도 걸음을 옮기죠.

 

독서 TIP. 참! 이 부분은 도시 사람들을 잠시 관찰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는데요 아이와 ‘관찰’이라는 주제어로 독후활동을 하셔도 된답니다. 방법-사람들이  많은 겨울저녁의 도시에 나가서 “분홍색 점퍼에 까만 가방을 든 아주머니는 어디에 있을까요?” 라고 퀴즈를 내는 거죠. 아이가 내고 엄마가 맞추셔도 되고, 엄마가 내고 아이가 맞추셔도 돼요.

 

 

 

 

그리고 그 불빛의 정점은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는 겨울의 상징이라 할 수 있지요. 물론 우리나라 올해의 기후가 이상해서 크리스마스 때 전혀 춥지 않았다는.. 10년 전만 해도 크리스마스 때도 영하로 온도가 내려가고 눈도 오고 그랬던거 같은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죠? 어쨌거나, 크리스마스 트리로 겨울 저녁의 정점을 표현하고 빛이 만들어내는 도시 감성을 그림으로 옮겨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했답니다.

 

 

 

글은 담담하게, 때론 과감하게 생략하고 아이의 시각과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비룡소 그림동화

 

겨울저녁. 요즘의 날씨가 겨울저녁이라 그런지 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는 감성적인 동화책이랍니다. 가만히 살펴 보면 빛의 축제 속에 여러 표정들이 담겨 있는데요. 유대인들의 빛의 축제인 하누카 축제를 표현한 페이지도 있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축제인 콴자 축제를 표현한 페이지도 있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외계인’까지 표현되어 ‘빛’의 어우러짐처럼 다양한 문화가 동화책 한 권에 어우러진 것도 느낄 수 있답니다.

 

 

다 읽고도 여운이 남아, 맨 뒤페이지 마저 뚫어지게 바라보던 으뜸이의 시선을 잊을 수가 없네요. 이러한 빛의 예술을 루미나리에라고 하죠? 여름의 루미나리에가 열정적인 축제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겨울의 루미나리에는 감성적이면서 환상적인 축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 같아요. 마치, 도시의 겨울왕국이랄까요?

 

 

 

<겨울저녁>을 읽은 그 다음 날, 어린이집 하원을 하는 데 이미 날이 어둑해졌더군요. 겨울저녁 책을 읽고 할 수 있는 독후활동이야 다양하겠지만, 겨울저녁을 몸소 느끼고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이 가장 1차적인 독후활동이죠. 어제 읽은 책 내용을 상기하며 겨울 저녁의 기분이 어떤지, 어떤 느낌인지 으뜸이와 대화를 하며 잠시 마트에도 들렀는데요,

 

 

마트 주인이 도와주셨네요! 마트 문 옆에 달린 전구에서 번쩍 번쩍! 으뜸이가 보더니 “엄마! 겨울 저녁이예요!”라며 먼저 아는 척을 해주었어요. 기념 사진도 찍어야겠다며… 마트 문에 전단지가 붙어 있는데도 전구와 기념 사진을 찍었답니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아이들 복장 말고는 겨울 느낌이 덜 났다는 거죠. 그리고 시내로 나갔어야 제대로 도시 사람들의 모습도 보고, 겨울 저녁의 번화함도 느낄 수 있는데 하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이렇게 눈 오는 날, 혹은 눈 쌓인 날 저무는 해와 가로등, 가게에 들어오는 불빛들을 보며 겨울 저녁을 몸소 느낄 수 있음 가장 좋은데 눈이 많이 내린 날은 운전이 힘들다는 이유로 해저물기 전에 집에 돌아왔어요. 책을 읽고 책의 주인공이 되어 역할을 해보면 참 좋을텐데 아쉬웠어요.

비룡소 <겨울저녁> 추위 때문에 어깨가 움츠러드는 요즘 같은 겨울에 읽기 좋은, 마음을 따스하게 때론 섬세하게 터치해주는 감성적인 그림동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