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저학년 추천도서 [비룡소-알]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52 | 글, 그림 이기훈
연령 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1월 20일 | 정가 20,000원
수상/추천 북스타트 추천 도서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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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의 신간 <알>을 만나보았습니다.

책을 멀리서 보면 그대로 계란판에 계란 한 개가 있는 듯합니다.

<빅 피쉬> 이기훈 작가의 신작이랍니다.

글자가 없는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작품인데요, 그림이 정말 압권입니다.

어쩜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할 수가 있는지….

그림만 있는 책들은 아이와 읽기가 더욱 더 힘이 듭니다.

매번 이야기가 달라지고, 그 때 그때 아이가 느끼는 감정도 달라집니다.

읽을 때마다 여러가지 결말을 생각해보고, 이야기도 많이 이끌어내주기 때문에 한 번 읽을 때 시간도 많이 걸리더라구요.

사실 제가 처음 읽었을 때는 비극적인 결말이 먼저 떠올랐어요.^^

제가 아마 부정적인 성향이 있나봐요.

아이에게 항상 신경질적인 표정만 보여주는 엄마의 후회스러운 결말 같기도 하고,,,

아이가 없어진 빈 방에서 절망하는 엄마의 모습을 볼 때는 나의 일처럼 눈물이 났어요.

아마, 그까짓 병아리 마음껏 키우게 해줄껄.. 하고 후회하며 아이를 기다렸겠죠.

그러면서 저 또한 어린 시절에 엄마 허락없이 병아리를 사와서 가슴을 졸였던 일이나,

비 오는 날 비 맞아 죽어가는 참새를 집으로 가져왔던 일이 떠올랐죠.

하지만 그 어린 시절의 저는 온데간데 없고, 제 아이가 키우고 싶어하는 강아지나 뱀(저희 큰 애는 뱀 홀릭…)을 완강히 거부하는

<알>책의 엄마와 같아졌죠.

그런 감상적인 생각도 들기도 했고, 어쨌든 저는 엄마이기 때문에 엄마의 입장에서 책을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병아리를 키우지 못하게 하는 엄마의 마음도 알 것 같고,

아이가 방을 어질렀을 때는 스스로 치우도록 다그치기도 하는 게 엄마이고,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가 없어졌을 때 엄마가 느끼는 절망도 똑같이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더라구요.

냉장고의 알을 품으면 진짜로 뭔가 나오는 게 아닐까요??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오리배가 진짜 오리가 됐네.

등 아이의 모험 이야기를 훨씬 더 비중있게 생각하고 재밌어 하더라구요.

글자없는 그림책의 묘미같아요.

읽는 관점에 따라 내용이 다르고, 결말도 달라지는…

저도 여러 번 읽으면서 희망적인 결말의 단서들을 찾으며 아이들과 재밌게 읽어보았답니다.

 계란판에 세겨진 보영이라는 글자를 보고, 주인공의 이름이 보영이 아니냐는 아이들….ㅎㅎㅎ

엄마는 양계장 이름인 것 같다. 근데 양계장 이름이 예쁘긴 하네.

아이가 품은 알 속에서 무언가 잔뜩 나옵니다.

어린 시절 이런 상상들 많이 해봤죠.

전 마론인형이 실제로 움직이고, 말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자주 했답니다.

주인공은 그것들을 엄마가 된양 정성껏 돌보고, 먹을 것을 챙겨줍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가 통제하기 힘들만큼 자라난 동물들…

금방이라도 엄마에게 들통날 것 같아요.

엄마의 눈을 피해 탈출을 하는 주인공과 동물들..

얼마나 설레고, 흥분되는지 아이의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있어요.

하지만 집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괜히 있나요???

즐겁기만 할 것 같은 자유로움은 무서운 모험으로 이어집니다.

그림도 따라서 어둡고, 막막한 두려움을 생생하게 표현해줍니다.

날이 밝고, 아이가 없어진 방에 홀로 남겨진 엄마 앞으로 날아온 오리 한 마리.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알을 하나 남기고 떠납니다.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알을 집으려 하는 엄마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아이는 앞 쪽 간지의 수많은 눈과 뒤 쪽 간지의 두 눈을 비교하며 아마도 알 속에서 무언가 하나가 태어났을꺼라 합니다.

이번엔 제가 앞 표지의 온전한 알와 뒷 표지의 깨어진 알을 비교하며

오리가 두고 갔고, 깃털이 있는 걸 보니 아마 오리가 태어난 게 아닐까?하고 농담처럼 이야기 했더니

그건 아니라고 하네요^^

주인공이 다시 태어나 엄마가 정성껏 키웠을꺼라고 합니다.

저의 비극적인 상상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아마 작가님도 세 아이를 키우시는 분이니 희망적인 결말을 염두에 두시고, 여기저기 힌트를 남겨주셨을 것 같아요.

자꾸만 손이 가고,  보면 볼수록 더 자세하게 그림을 살펴보게 되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그림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