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수면의식으로 박목월님의 오리는 일학년을 읽고 있어요~

시리즈 동시야 놀자 8 | 박목월 | 그림 오정택
연령 7~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6년 2월 10일 | 정가 10,000원

 

우리 집 아이는 8시 30분에서

9시경이면 꿈나라로 간답니다.

물론,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언니가 되었다고 들떠서

9시 30분 정도에 잘 때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수면시간은

거의 지켜지더라고요

 

바로 아기때부터 꾸준히 진행한

수면의식 덕이죠~

수면의식이라는 네 글자로

거창하게 포장하기보다는,

그냥, 엄마가 즉흥적으로 직접

만든 창작동화를 들려주다가,

매일같이 창작하는 것도 힘들어서

아이와 함께 창작동화를 이어만들기 하다가

다음으로 바뀐 것이 엄마와 함께

창작동시를 만들며 잠을 자는 거였죠.

 

그래도 꾸준히 해온 덕에

상상의 나래 펼치는 것을 곧잘 하는

우리집 따님~!!

이번에는 박목월님의 시집

<오리는 일학년>을 만났어요.

이 책을 만난 다음부터는

엄마와 무언갈 만드는 시간보다는

엄마가 읽어주는 잔잔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네요. ^^

 

정말 잼났던 것은,

동시짓는 걸 좋아하는 우리 아이,

책 표지를 보자마자

즉흥 아동창작시를 읊조리네요.

 

 

아이가 직접 만든 시에요~

 

“오리오리 오리는 일학년

우리우리 우리는 일학년

오리와 우리는 일학년

오리와 우리는 같은반”

 

요렇게 음율까지 넣어

동시노래를 부르는 초딩 소녀에요~

 

정말, 네가 만든 것처럼

그런 이야기가 나올까?

라고 물으며 책을 펼쳤어요~

 

책을 펴자마자 아이가 순식간에

빠져드네요.

 

 

“엄마!! 거봐요~

내가 오리오리오리는 이라고 했잖아요~

여기도 봐봐요, 다람다람 다람쥐잖아요~”

 

뭐가 맞다는 것인지~

aeppol_01-3

 

아이가 원하는 지점은

바로 첫 동시네요~

 

 

다람다람 다람쥐

                

                               박목월 시

 

다람다람 다람쥐

알밤줍는 다람쥐

보름보름 달밤에

알밤줍는 다람쥐

 

알밤인가 하고

솔방울도 줍고

알밤인가 하고

조약돌도 줍고

 

 

이 시를 엄마가 읽어주는데

운율이 재미있나봐요.

 

눈 감고 듣다가 꺄르르 넘어가네요.

 

 

 

아이와 엄마가 가장 좋아했던 시에요.

바로 ‘항아리’라는 시인데요,

 

언뜻보면 항아리인데,

시를 찬찬히 읊조리고 다시 그림을 보면

그게 항아리가 아니라 깨진 새알이란 걸

발견하게 돼죠.

이 부분을 유심히 보더니

우리 감수성 높은 따님 하는 말~

 

“엄마!! 혼자 남은 새알이 불쌍해요.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엄마, 외롭게 읽지 마요.

너무 슬퍼요.”

 

라고 하는 군요.

 

오~~보다 보니 반가운 시도 등장했어요.

 

얼룩 송아지라는 동시인데,

어릴 적부터 불렀던 동요의 가사였죠.

 

왠지 이 시를 읽을 때는

찬찬히 읽기보다는

노래를 하게 되더라는~~~

aeppol_01-7 

 

오~~드디어~ 책의 제목인

오리는 일학년을 만났어요~

 

엄마보다 아이가 더욱 더 반가워했죠.

 

오리는 일학년

 

                            박목월 시

댓둑오리 네 마리

댓둑 댓둑 댓둑

나란히 하고 체조한다

 

오리는 일학년

댓둑거리기에

 

꼭 바로 못 가고

이내 나란히가

흩어진다

 

댓둑댓둑이라는 표현~

의태어처럼 보이죠.

마치 뒤뚱뒤뚱 걸어가는

오리의 모양새를 보고

시인은 댓둑댓둑 움직이며

나란히 체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쓴 것 같은데~

 

아이와 상상 이야기를 했어요.

수면의식으로 차분해진 분위기에서

아이가 눈을 감은 채

연상활동을 하니 더욱 잘 되더라고요~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어느 날,

아기 오리 다섯마리 쯤 길을 가고 있어요.

그것도 줄을 서서 말이죠.

한쪽 엉덩이가 왼쪽으로 내려갔다가

오른쪽으로 내려갔다가

오리 모두가 똑같은 리듬으로,

똑같은 방향으로 뒤뚱거리고 있죠.

 

거기에 엄마가 이야기를 해요,

“오리!!”

그럼, 아이가 이야기를 하죠.

“꽥꽥~”

 

 

 

요렇게 수면의식으로 매일 3~4편씩

동시를 읽어주니, 아이의 잠자리가

더욱 즐거워졌나봐요.

 

하루는 피식피식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잠을 자면서도 꺄르르 넘어가네요.

 

그 모습이 또 귀여워

팔베개를 슬쩍 하면서 꽉

안아주고~~~

 

아웅~~우리집 잠자리는

비룡소의 <오리는 일학년>으로

더욱 풍요롭고 따스해졌답니다.

 

물론~~!!

수면의식으로만 읽고 있는 건 아니고요,

독서타에 오리는 일학년을

가져와 함께 읽자고도 하네요~

 

 

책 날개에는 박목월 시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실려 있고,

 

일러두기를 통해

박목월 시인의 원전을 그대로 살렸다고

미리 밝히고 있네요.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규정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독서지도가 필요하겠죠?

 

가령, 댓둑댓둑이란 표현은

표준어식 표기가 아니라

시적 장치, 시적 표현이니

시에서만 허용되는 이야기를

미리 아이에게 알려주는 게 좋아요~

 

책의 후반부에는

박목월 시인의 아드님이

시인과 작품에 대해 소개하는 글도 있고,

비룡소의 동시야 놀자 시리즈도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