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책 이야기: 거울 나라의 앨리스

회중시계를 든 토끼, 구불거리는 금발에 소녀풍의 원피스, 온갖 이상한 생물로 가득 찬 환상의 세계. 여기까지만 말해도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아시겠죠? 네, 바로 ‘앨리스’ 이야기를 할까 해요. 앨리스 하면 다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시겠지만, 이번에는 그보다는 조금 덜 알려졌지만 그에 못지않게 ‘말도 안 되게 재미있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요.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거실에서 고양이와 놀던 앨리스가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며 그 속의 세계에 대해 궁금증을 품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앨리스가 거울 안으로 발을 쑥 들이밀자 모든 것이 반대인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지요.

이 놀라운 판타지 세계를 만들어 낸 루이스 캐럴은 사실 수학을 공부하던 청년이었어요.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수학 교사로서의 길을 걷기도 했지요. 딱딱하고 정형화된 공식이 가득한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이토록 재미난 이야기를 쓰다니, 참 희한하지요? 하지만 캐럴의 수학적인 사고와 논리가 앨리스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카드 게임’이 등장한다면,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체스’가 중요한 구성 요소로 쓰였어요. 체스 게임의 규칙을 이용하여 앨리스가 ‘여왕’ 역할을 차지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정말 그 치밀함과 재치에 혀를 내두르게 된답니다.

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이 편을 나누어 체스 게임을 하는 세계. 앨리스는 하얀 여왕의 ‘졸’이 되어 게임에 동참해요. 그리고 체스 판에서 한 칸 한 칸 수를 두듯 움직일 때마다 다른 인물들을 만나게 되지요. “반대로!”, “그렇고말고!”를 외치는 트위들덤과 트위들디, 모든 일이 거꾸로 생긴다고 주장하는 하얀 여왕, 이상한 발명을 일삼는 하얀 기사 등 앨리스는 제각기 다른 상상의 세계를 가진 인물들을 만나며 점차 성장해 나가요.

또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루이스 캐럴의 글쓰기 ‘재능’이었어요. 루이스 캐럴은 쉽게 말해 ‘말장난’의 일인자예요. 두 단어를 조합해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가 하면, 온갖 상상 속 괴물의 이름을 만들어 앨리스에게 온갖 수수께끼를 내고 농담을 해 대죠.  사실 그 점들이 편집하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어요. 영어로만 보면 참 재미있고 독특한데 그걸 우리말로 옮기자니 그 어감이 제대로 전해질까 걱정스러웠거든요. 번역을 하신 김경미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이 애를 많이 쓰셨어요. 작업하는 과정에서 원서와 대조하다 보면 “이걸 어떻게 우리말로 옮겨야 할까.” 하는 문장들이 정말 많았지요. 다 루이스 캐럴의 뛰어난 상상력과 글쓰기 재능 덕분에 겪게 된 거예요.

“잘 관찰하면 버터빵 나비가 보일 거야. 버터빵 나비의 날개는 얇은 버터빵으로 되어 있고 몸은 빵 껍질, 머리는 각설탕으로 되어 있지.”

(원문: “You may observe a Bread-and-butter-fly. Its wings are thin slices of bread-and-butter, its body is a crust, and its head is a lump of sugar.”)

루이스 캐럴은 영어로 나비를 뜻하는 버터플라이(Butterfly)로 말장난을 해 새로운 곤충을 만들어 냈어요. 이밖에도 재미난 언어유희가 곳곳에 숨어 있답니다.

이토록 환상적이지만 복잡하고 어렵기도 한 앨리스의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을 것 같아요. 1864년, 루이스 캐럴을 만난 존 테니얼은 8년 동안 두 권의 책을 함께 작업했어요. ‘이상한 나라’를 그려 내기 위해 서로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하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었고, 테니얼은 캐럴이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쓸 때,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해요. 이후 루이스 캐럴의 이야기에 여러 그림 작가들이 일러스트를 그렸지만, 존 테니얼의 그림만큼 그 세계를 풍부하게 표현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루이스 캐럴은 자신이 꼬마 숙녀 앨리스에게 들려주기 위해 쓴 이야기가 지금까지 읽히게 될 줄 알고 있었을까요? 지금 봐도 이만한 판타지 세계가 없는 걸 보며 새삼 고전의 힘을 느낀답니다. 올해 초에는 팀 버튼이 앨리스의 두 이야기를 엮어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어요. 원작에서 맛볼 수 있는 말장난과 앨리스의 재기 넘치는 캐릭터가 잘 살아나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팀 버튼 특유의 화려한 영상을 원작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1. 김나현
    2011.9.14 12:38 오후

    읽어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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