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독자 서평: 이달의 독자 서평

이수지 작가는 『나의 명원 화실』이라는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인 내용과 감각적인 일러스트에 크게 감명 받았지요. 특히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담하게 풀어 낸 이야기에 크게 감동 받은 터라, 이수지 작가의 신작 『그림자놀이』가 글자 없는 그림책이라는 사실에 매우 놀랐습니다. 글 없이 그림만으로도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그림책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나의 명원 화실』 때문에 이수지 작가에게서는 유독 이야기를 기대했나 봅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수지 작가도 글자 없는 그림책을 많이 만드셨더라고요. 특히나 『그림자놀이』는 『파도야 놀자』,『거울속으로』에 이은 그림책 삼부작의 완결판이라고 하네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수지 작가만의 개성 넘치는 일러스트가 아주 멋진 그림책이었습니다.

어두컴컴한 창고나 방 안에서 전등불을 켜는 순간, 벽이나 바닥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아이 혼자 창고에 있다 보면 어른대는 그림자들이 무서울 법도 한데, 이 개구쟁이 아이는 무섭기는커녕 오히려 재미있나 봅니다. 두 손을 겹쳐 새 모양 그림자를 만들어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기 시작하지요. 이렇게 아이의 무한한 상상은 시작됩니다.

손 그림자로 가볍게 시작한 그림자놀이는 어느새 주변의 온갖 사물이 만들어 낸 그림자들과 어우러지며 현실을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뻗어 나갑니다. 사다리는 야자수가 되고, 호스는 뱀이 되고, 늑대는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고 등장하지요!

환상 속의 이야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아이는 잠시 갈등을 빚었던 늑대와도 결국 화해를 하게 돼요. 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와 동물들이 너무나 행복해 보이네요. 환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무슨 말이나 글이 필요하겠어요?

아이는 “저녁 먹자!”라는 엄마의 말 한마디에 현실로 돌아오지만, 어쩌면 전등불이 꺼진 어두컴컴한 창고에선 환상 속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야기 지어내기”를 열심히 해 봤어요. 글자 없는 그림책의 해석은 읽는 이의 마음에 달려 있으니까요. 다만 글자 없는 그림책을 읽을 땐 절대 망설이면 안 돼요. 보이는 그대로, 자기만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해 내야 하지요. 우물쭈물하면서 망설이면 재미가 없어지거든요.

자,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나도 그림자놀이 해 볼래!” 하고 외치는 아이와 함께 직접 그림자놀이를 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림책 속 아이처럼 커다란 창고에서 그림자놀이를 하면 좋겠지만, 저희 집에는 창고가 없기 때문에 대신 <그림자 극장>을 만들어서 그림자 연극을 해 보기로 했어요.

연극을 하려면 우선 이야기가 필요하겠지요.

이야기가 준비되었으니 이제 그림자를 만들어 낼 인형이 필요하겠죠?

자, 그럼 이제 우리 지은이가 공연하는 그림자 연극을 구경해 보세요!

혼자서 승후, 승연, 호정 역할에다가 해설까지 하겠다며 자신만만해하던 지은이가, 막상 연극이 시작되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네요. 흐릿한 미니 스탠드 불빛으로 선명한 그림자를 만들어 내기도 쉽지 않았고요. 그래도 제법 재미있었답니다. 무더운 여름밤, 그림책 한 권 덕분에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아요. 조금 더 밝은 빛을 내는 손전등을 하나 구해서 또 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