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독자 서평: 「동시야 놀자」10 『냠냠』부드럽고 달콤한 동시와 만나다

상큼한 노란색 표지에 사랑스러운 분홍색 제목이 인상적인 동시집, 『냠냠』을 만났습니다. 안도현 시인이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담아 지어낸 동시들이 40편이나 실려 있지요. 제목을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지 않나요? ‘안도현 시인이 쓴 음식 동시라니, 어떤 동시들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읽기 시작했어요.

하나하나 재미있고 맛있는 동시들이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곰취나물」에 가장 마음이 갔어요. 뒤뚱뒤뚱 너무너무 예쁜 아기 곰 발자국과 아기 곰 발자국에 반한 곰취나물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했지요. 반찬 삼아 먹곤 했던 곰취나물에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거든요. 앞으로 곰취나물을 밥상에 올릴 때면, 이 동시가 떠오를 것 같아요.

「밀가루 반죽」이란 동시를 읽을 땐 개구쟁이 우리 기준이가 떠올랐지요. 밀가루 반죽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건만, 제가 밀가루 반죽을 할 때면 어느새 제 옆에 찰싹 붙어 앉아 반죽 한 번 만져 보게 해 달라고 조르곤 하거든요. 밀가루 반죽을 한 덩어리 조그맣게 떼어 주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표정으로 너무나 즐거워하지요.
기준이는 이 동시처럼 밀가루 반죽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흔히 보는 밀가루 반죽이지만 동시로 만나니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이런 게 바로 동시의 맛이 아닐까요?

「시끄러운 식료품 가게」를 읽을 때는 저도 잠깐 헷갈렸답니다. 고등어 한 손이 몇 마리인지, 계란 한 꾸러미는 몇 개인지, 조기 한 두름은 몇 마리인지 헤아리다 보니, 식료품 가게만큼이나 제 머릿속도 복잡해지네요. 정말 이 시는 한 글자도 빼놓지 말고 전부 꼭꼭 씹어서 맛나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냠냠』동시집을 읽으며 내내 즐거웠답니다. 매일매일 접하는 친숙한 소재인 음식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냈기에 더욱 돋보이는 것 같아요. 우리 기준이 역시 음식에 대한 동시라 그런지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자꾸만 읽어 달라고 하네요. 이번 여름, 아이와 함께 맛깔스러운 동시집 『냠냠』을 맛보시는 건 어떨까요?

『냠냠』 동시집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유용하기까지 해요. 얼마 전에 기준이네 유치원 책거리하는 날에는 『냠냠』덕을 톡톡히 보았죠. 유치원에서 음식을 한 가지씩 준비해 오라는데, 무엇을 만들어 가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거든요. 그때 「고구마경단 만드는 법」이란 시가 번뜩 떠올랐답니다. 이 시를 읽으며 군침을 꼴깍꼴깍 삼켰거든요.
하지만 집에 고구마는 없고 감자만 있더라고요. 아쉽지만 고구마경단 대신 감자경단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