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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노란색 표지에 사랑스러운 분홍색 제목이 인상적인 동시집, 『냠냠』을 만났습니다. 안도현 시인이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담아 지어낸 동시들이 40편이나 실려 있지요. 제목을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지 않나요? ‘안도현 시인이 쓴 음식 동시라니, 어떤 동시들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읽기 시작했어요.
하나하나 재미있고 맛있는 동시들이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곰취나물」에 가장 마음이 갔어요. 뒤뚱뒤뚱 너무너무 예쁜 아기 곰 발자국과 아기 곰 발자국에 반한 곰취나물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했지요. 반찬 삼아 먹곤 했던 곰취나물에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거든요. 앞으로 곰취나물을 밥상에 올릴 때면, 이 동시가 떠오를 것 같아요.
「밀가루 반죽」이란 동시를 읽을 땐 개구쟁이 우리 기준이가 떠올랐지요. 밀가루 반죽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건만, 제가 밀가루 반죽을 할 때면 어느새 제 옆에 찰싹 붙어 앉아 반죽 한 번 만져 보게 해 달라고 조르곤 하거든요. 밀가루 반죽을 한 덩어리 조그맣게 떼어 주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표정으로 너무나 즐거워하지요.
기준이는 이 동시처럼 밀가루 반죽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흔히 보는 밀가루 반죽이지만 동시로 만나니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이런 게 바로 동시의 맛이 아닐까요?
「시끄러운 식료품 가게」를 읽을 때는 저도 잠깐 헷갈렸답니다. 고등어 한 손이 몇 마리인지, 계란 한 꾸러미는 몇 개인지, 조기 한 두름은 몇 마리인지 헤아리다 보니, 식료품 가게만큼이나 제 머릿속도 복잡해지네요. 정말 이 시는 한 글자도 빼놓지 말고 전부 꼭꼭 씹어서 맛나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냠냠』동시집을 읽으며 내내 즐거웠답니다. 매일매일 접하는 친숙한 소재인 음식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냈기에 더욱 돋보이는 것 같아요. 우리 기준이 역시 음식에 대한 동시라 그런지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자꾸만 읽어 달라고 하네요. 이번 여름, 아이와 함께 맛깔스러운 동시집 『냠냠』을 맛보시는 건 어떨까요?
『냠냠』 동시집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유용하기까지 해요. 얼마 전에 기준이네 유치원 책거리하는 날에는 『냠냠』덕을 톡톡히 보았죠. 유치원에서 음식을 한 가지씩 준비해 오라는데, 무엇을 만들어 가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거든요. 그때 「고구마경단 만드는 법」이란 시가 번뜩 떠올랐답니다. 이 시를 읽으며 군침을 꼴깍꼴깍 삼켰거든요.
하지만 집에 고구마는 없고 감자만 있더라고요. 아쉽지만 고구마경단 대신 감자경단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