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으랏차차 삼국유사를 완간한 김진태 작가

고맙습니다. 일 년에 한 권씩 나온 셈이군요.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 몰랐어요. 지난 5년간 늘 ‘삼국유사’와 함께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데요, 시간이 지나 결과물을 보면 늘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워낙 어려운 내용들이 많아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작업했지만 그래도 완간이 되니 큰 미션을 끝냈다는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한편으론 허전하기도 하고요.
「으랏차차 삼국유사」 시리즈 작업을 함께해 주신 김은하 편집장님, 김보경 팀장님, 윤기홍 대리님, 최찬규 님 등 고릴라박스의 편집진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라 큰 힘이 됐습니다.

편집부의 제안이 있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어려울 것 같아서 하기 싫었죠. 그런데 한편으론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당시에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또 In Da Haus」라는 작품을 하던 때라 매일 역사책을 보고 있었거든요.)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으랏차차 삼국유사」를 하면서 고대사 공부가 많이 된 것도 개인적으로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지금 공부가 부족한 부분은 고려 시대인데 언젠가 이 시대와 관련된 작품도 해 보고 싶습니다.
「으랏차차 삼국유사」는 어려운 한국사를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일연 스님이 요즘 유행하는 복잡한 플롯을 좋아하신 건지 삼국유사의 구성을 시대 순서로 풀지 않고 인물, 사건 위주로 서술해서 순서가 뒤죽박죽이에요. 1권에 나온 엑스트라급 인물이 4권에 나오는 식이라 틀리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일도 어려웠죠.

항상 현대극만 해 와서 시대극은 좀 부담스러웠어요. 그걸 극복해 보려고 「사또 In Da Haus」를 그렸는데 현대극과는 다른 재미가 있더라구요. 그런데 『삼국유사』는 텍스트가 있는 것이라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되어 있어요. 제가 감옥, 회사, 자영업자, 슈퍼 영웅이 나오는 만화를 즐겨 그리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사용하는 유머 코드가 패러디나 풍자와 같이 성인 취향의 것들이 많아서 이번에는 자제하려고 했으나 역시…….  자세히 보시면 「으랏차차 삼국유사」에서도 많이 찾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고대 국가들의 이야기는 정보가 너무 적은 데다 암호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서 작업하는 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 쉽게 보시겠지만 매우 고생한 작품입니다.
작업 공정은 일반적으로 그리는 만화 작업과 같습니다. 구상, 스토리, 콘티, 밑그림, 펜터치, 스캔, 디지털 채색의 순서로 이루어졌습니다.

  • 구상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어떻게 이야기를 끌어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
  • 스토리는 구상한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정리해서 시나리오처럼 만드는 것. 
  • 콘티는 시나리오를 화면에서 효과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페이지와 컷을 나누는 것.
  • 밑그림은 본격적인 그림 작업인데 백지에 데생을 하는 것입니다. 이때가 제일 힘들어요. 
  • 펜터치는 밑그림을 따라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이 그림이 인쇄가 되니 신경 써야 하죠. (디지털 작업을 하는 사람은 태블릿 펜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 스캔은 그린 그림을 컴퓨터 작업을 하기 위해 디지털화 하는 것입니다.
  • 디지털 채색을 통해 그림에 색이 입혀지죠.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편집부로 넘어갑니다.

어렸을 적엔 역사 과목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 당시는 아이돌 가수가 되기보다는 과학자가 되는 걸 더 좋아하던 시절이라 과학 과목을 좋아했어요. 오히려 역사는 만화를 그리면서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미래를 알려면 역사를 공부하라고 했는데 저의 경우엔 스토리를 쓸 때 역사에서 인간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사건들을 볼 수 있어 많은 참고가 되었죠. 또 예전에 케이블 TV를 볼 때 지금은 없어진 히스토리 채널이 수신 감도가 좋고 시끄럽지도 않아 그냥 틀어 놓고 일을 했는데 매일 반강제적으로 보다 보니 역사가 좋아지더라고요.
그리고 본격 역사만화가도 아닌 제가 그 매력을 얘기하기가 좀 성급하긴 한데 역사 만화는 어린이들에게는 교육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른들은 나이를 먹으면 역사를 좋아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왜 그럴까요? 나이를 먹으면 사극 드라마를 즐겨 보는 것과 같은 것이겠죠.

『삼국유사』를 읽다 보면 일연 스님도 애착이 가는 인물들이 있던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면 아무래도 인물에 대한 평가가 좋거나 고난을 극복한 의지가 있거나 큰 뜻을 이룬 인물에 애정이 가게 돼요. 그런데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는 영웅들 외에도 그 시대를 살아온 많은 백성들의 모습도 그리고 있어요. 『삼국유사』의 가치는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풍습, 민간의 설화, 백성들의 삶의 모습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만화책에서도 당시 백성들의 삶을 보여 주려고 노력했어요. 못생기고 평범하게 생겼지만 배경처럼 늘 나오는 인물들에게도 애착이 갑니다. 그리고 위인들 중에서 한 분을 꼽자면 아무래도…… 제가 김해 김씨다 보니 우리 시조님이신 김수로 대왕님을 제일 사랑해야겠죠.이 책을 읽고 우리 옛날 역사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다른 역사책들도 찾아서 읽게 된다면 참 기쁠 것 같고요 「으랏차차 삼국유사」가 만화책으로서도 재미있게 읽혀지길 바랍니다.
어린이 여러분 많이 읽어 주세요.어려웠던 『삼국유사』를 마치고 새로운 작업을 하게 됐는데요. 왠지 더 어려울 것 같아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상태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외길 만화 인생 25년 통틀어 최고의 난이도가 있는 미션입니다. 무사히 마치게 되면 좋겠습니다.

  1. 양혜은
    2012.10.22 2:06 오후

    작가님의 유머코드와 딱 맞는 주부입니다^ㅡ^; 아들과 폭소하며 읽는 중입니다! 아들이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 같아 넘넘 뿌듯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삼국유사 대박나실거예요^^

    URL
  2. 여니혀니맘
    2012.10.18 4:23 오후

    작가님만의 유머와 패러디가 역사와 어떻게 만나있을지…김진태작가님표 삼국유사! 완전 기대돼요~!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