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2012 블루픽션 수상작 『원더랜드 대모험』 이진 작가

시리즈 블루픽션 69 | 이진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11월 9일 | 정가 10,000원
수상/추천 블루픽션상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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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큰 상을 받게 되어 대단히 기쁘고요, 앞으로 계속 소설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을 무엇보다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력을 보면 중구난방으로 일했던 것처럼 보이지만 어쨌거나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었고, 다양한 이력 속에서도 그 맥락은 지켜 왔다고 생각해요. 청소년소설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성장소설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어른답게 살아오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인지, 주변 환경과 계속 맞부딪치며 살아가는 십 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 같아요.

배경으로 삼은 시기가 1989년에서 1990년 정도이고, 저는 1980년대 초반 생이죠. 그 당시 기억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어렴풋한 이미지들이 남아 있거든요. 일단 이런 내용을 쓰겠다고 결정한 다음엔 자료 조사를 열심히 했어요. 주요 일간지나 잡지 기사, 도서관에서 노동 관련 통계와 논문을 찾았고요, 실제 모델인 놀이공원이 지어질 당시의 지면 광고나 그곳에서 발행하는 사보도 많이 봐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인공 승협이가 1974년생이라 주변에 계시는 그 나이 또래 분들에게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정식 소설의 형태로 습작을 시작한 건 중학교 때였고, 장편소설은 대학 때부터 습작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꾸준히 쓰기 시작한 게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요.
노동 운동에 대해서는 거의 경험이 없지만, 어릴 때 길거리에서 본 기억이 나요. 하늘 위로 뭔가 휙 지나가며 폭죽처럼 터지는 장면이요. 그게 최루탄이라고 설명해 주던 어머니 말씀도 기억나고요.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1986~1988년경)에 어머니께서는 대학에서 학위 공부중이셨는데, 연구실 바로 맞은편 건물에서 문리대 학생이 투신자살하던 순간을 목도했던 이야기를 해 주셨던 기억도 납니다. 그런 강렬한 이야기들이 어린 마음에 내면화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나이를 먹은 후 당시 뉴스,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을 통해 본 이미지들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집회에 참여했던 경험도 도움이 되었고요.

이 이야기가 제 또래 세대나 현재 기성세대에게는 그다지 먼 옛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199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1980년대가 까마득한 과거로 느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요즘 아이들을 과거로 연결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어렴풋이 환상을 갖고 있는 것에 품게 되는 공포심에 비해서 막상 그 환상의 실체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요즘 친구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스펙을 쌓으려면 어떤 전공을 가져야 한다’, ‘시집 잘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걱정을 한다고 들었어요. 입시나 취업이나 결혼 등, 아직 겪어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환상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오히려 실제보다 커다랗게 부풀려서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 것들이니까 미래에 두려움을 가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다음 작품은 현재 시점 배경으로 쓰고 싶어요. 앞으로도 당분간 십 대 청소년들, 특히 평균보다 못하다는 취급을 받거나 ‘특이하다’는 굴레가 씌워진 채 어른들이 말하는 ‘바른길’에서 엇나가는 아이들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