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책 이야기: 『춤추고 싶어요』제작 일지

작년 초, 겨울이었던 것 같아요. 일러스트레이션 전시회에 다녀온 선배가 그림책 더미 하나를 들고 왔어요. 그 더미를 앉은자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봤어요. 아프리카 초원의 온풍이 마음속으로 불어 들어왔지요. 바람 끝을 타고 피리 소리가 전해졌고요.

제 마음을 사로잡은 『춤추고 싶어요』는 춤을 추고 싶은 사자와 피리를 불고 싶은 소년이 자신을 둘러싼 주변과 세상의 시선을 무릅쓰고 꿈을 향해 나아가며, 비로소 그 용기를 통해 들판의 평화를 되찾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드넓게 펼쳐진 초원이 배경이어서 펼쳐져서 어렸을 적 즐겨 봤던 「동물의 왕국」이라는 TV 프로그램이 떠올랐지요. 「동물의 왕국」에서 만난 사자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밀림의 왕이었어요. 그런데 이 그림책에서 만난 주인공 사자는 우스꽝스러우면서 귀엽기까지 했어요.

여러분도 상상해 보세요. 사자가 춤을 춘다니요, 이 사자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마음을 가득 채우는 그림책을 만났을 때, 편집자의 마음은 콩닥콩닥 뛰어요. 이 그림책을 어떻게 맛깔스럽게 요리해서 독자들에게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된답니다. 그 고민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볼까요?

완성도 높은 더미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그림책이 되는 과정에서 본다면 ‘시작’ 단계였어요. 김대규 선생님과 의논 끝에 그림에 강약을 표현하여 이야기에 긴장감을 주고, 흐름을 매끄럽게 수정해 가기로 했지요. 선생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을 다시 고민해 그려 주시며 작품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열정을 보여 주셨답니다.

새로 추가된 장면도 있었지만 탈락된 장면도 있었고요.

여러 번 의견을 조율하고 수정을 거듭하여 본문 그림이 완성되었어요. 본문이 완성된 후에는 표지 작업에 들어갔어요. 김대규 선생님은 멋진 필력으로 제목을 직접 써 주셨어요. 제목과 서체를 다양하게 해서 표지 시안을 잡았지요.

『춤추고 싶어요』는 선생님이 처음에 가제로 붙여 주신 제목이었어요. 여러 안을 두고 고민했지만 그만큼 좋은 제목을 찾기 힘들었죠. 그렇게 여러 의견을 모아 표지가 확정되었답니다.

자, 이제 드디어 책이 나오냐고요? 아직이에요! 본문 글을 맞춤법에 맞게 고치고 매끄럽고 맛깔스럽게 다듬는 중요한 과정이 남아 있어요. 동화 구연을 하듯이 여러 번 소리 내어 읽어 보면서 말맛을 살리고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했지요. 특히 ‘어흥! 크앙크앙! 크앙크앙! 우우! 우우!’ 하는 의성어를 조용한 사무실에서 소리 내어 읽을 때면 얼굴이 살짝 붉어지기도 했답니다.
다음으로는 몇 가지 샘플 종이에 색 교정을 내 봐요. 종이마다 질감이 다르고, 잉크가 흡수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색깔이라도 색이 좀 달리 인쇄되거든요. 최대한 원화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종이를 선택하고, 인쇄를 하기 위한 필름을 출력하지요.

필름이 다 준비되면 드디어 인쇄소로 출발합니다!

인쇄된 종이는 제본소에 가서 책 꼴을 갖추게 될 거예요. 이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이 출간되기만 기다리면 된답니다.
여기까지 『춤추고 싶어요』와 함께 한 15개월의 여정이었어요. 제 마음속 꿈과 바람을 상기시켜 준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고요. 여러분의 마음에는 어떤 꿈과 바람들이 숨어 있나요? 춤추는 사자와 피리 부는 소년의 감동이 그 꿈과 바람을 찾아갈 수 있는 용기를 전하길 기대해요.

  1. 유정민정맘
    2012.5.10 12:47 오전

    그림책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 어떤 그림이 바뀌었는지 보는 재미는 와우 ^^ 작가님이 고심해서 그린 그림들 모두 너무 너무 소중해요. 그런데 빠진 장면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얼마나 고심하셨을까.. 그리고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URL
  2. 신동현
    2012.4.19 10:22 오후

    역시 알고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 드는것 같아요…^^

    URL
  3. 올드북
    2012.3.28 4:35 오후

    와 새로운 느낌이네요^^ 책이 이렇게 탄생하는군요^^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