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장선환 작가

우선 첫 창작 그림책을 비룡소에서 출간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여러 책을 작업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배우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배우가 맡은 역할에 맞게 자신의 모습을 여러 가지로 변화시키는 것처럼 저도 책의 내용과 주제에 맞도록 다양한 방식과 스타일로 그림을 그려 왔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조연 같은 역할을 해 왔다면 이번에 첫 창작 그림책을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기분입니다. 그래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더 많이 느껴집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공룡을 좋아합니다. 공룡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스스로 공룡이 되어 보기도 하고, 수많은 공룡들의 이름도 멋지게 외워 냅니다. 저 또한 어린 시절에 공룡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친구의 공룡 그림책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아이였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어느 순간 공룡들은 머릿속에서 잊혀졌습니다. 그런데 그림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공룡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공룡에 대해 공부하다가 거대한 공룡 등에 작은 익룡들이 함께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것으로 이야기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구상한 것은 6년 전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작업 시기가 늦어졌지만, 어린 시절에 공룡 그림책을 너무 갖고 싶어 했던 마음을 담아 직접 멋지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공룡과 관련된 영화나 그림책들을 보면 시대에 상관없이 다양한 공룡들이 같은 공간에 등장하는데,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는 쥐라기 후기(1억 6000만~1억 4500만 년 전), 약 1500만 년 동안 살았던 공룡들이 주인공입니다. 작은 익룡이 거대한 공룡 등에 집을 짓는 내용이라 당시에 살았던 ‘오르니톨레스테스’나 ‘콤프소그나투스’ 같은 작은 공룡들은 주인공으로 선택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배경 속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에 나오는 10종 공룡들은 개성 있는 말투나 행동으로 각각의 특성과 성격이 표현되고 있습니다. 쥐라기 후기의 다양한 공룡들을 알아보는 재미와 거대한 공룡과 아주 작은 익룡이 서로를 배려하고 어울리게 되는 따듯한 모습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컸던 즐거움은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볼 수도 없었던 쥐라기 후기의 자연 환경을 상상해 내는 것이었습니다.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의 중요한 특징은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의도적으로 명암과 그림자를 뺌으로써 공룡들뿐 아니라 숨어 있던 작은 곤충과 식물들까지 생생하게 그려낸 것에 있습니다. 그림을 통해 아이들이 공룡 세계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운명적인 계기는 결혼입니다. 가정을 꾸리고 보니 순수 회화 작업만으로는 생활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일러스트를 한다는 사실을 숨긴 적도 있었습니다. 왠지 순수 회화 작업을 하지 못하고 일러스트를 한다는 것이 편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일을 계속 해 오면서 순수 회화 작업과 일러스트는 결국 똑같은 창작 활동이고, 둘을 구분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이 책과 함께 구상했던 다른 시대의 공룡 이야기를 진행 중입니다. 곧 아들이 태어나는데 저처럼 공룡을 좋아할까요? 아들 녀석이 자라서 제 공룡 그림책들을 보고 재미있어 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창작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세계 여러 곳으로 스케치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는 출간 예정작입니다. 출간 소식은 비룡소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1. 유정민정맘
    2012.5.10 12:50 오전

    그림작가님은 자연을 보면서 그림을 구상하시는군요. 당연한 사실인데 몰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 너무 귀여운 그림책이 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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