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일수의 탄생』유은실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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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일수의 탄생』은 어떤 책인가요? 직접 소개해 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어린이책 쓰는 유은실입니다. 저는 7월 6일 생인데요, 사실 예정일이 7월 7일이라 부모님이 유칠칠이라 이름을 지으려 하셨어요. 저는 그 이름이 싫어서 전날 태어났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7월 7일에 태어난 아이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할까 상상을 많이 했어요. 『일수의 탄생』은 제가 12년간 품고 있던 이야기였어요. 있는 듯 없는 듯 보통인 아이, 선생님이 반에서 존재하는 걸 까먹는 아이, 그리고 그 아기가 겪는 즐거움, 슬픔, 생물학적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기까지의 과정을 썼습니다.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91 | 유은실 | 그림 서현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11월 25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2015 정읍시 한 권의 책 외 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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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순천대에서 아동문학을 가르치시는데요, 그 경험이 일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과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셨나요?

순천대학에 계신 선생님이 안식년을 맞으셔서 제가 대신 그 자리에 가게 되었는데요, 아프고 여린 아이들을 만나는 기분이었어요. 학생들에게 먼저 초등학생이 되어 일기를 쓰듯 해보라고 했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일수의 탄생』은 오래 품고 있던 이야기였지만 이야기의 마지막 퇴고를 그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묘했고요, 제 안에 있는 어린이가 아이들과 같이 놀고 있는 기분이라 재밌어요.

Q3.12년 동안 가지고 있던 작품이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나요?

제가 작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이 일수의 모습과 비슷해요. 제가 초창기에 썼던 글들은 아이가 떠먹기에 쉽지 않은 게 많았다고 생각해요. 동화라면 가장 쉬운 말로 아이들과 소통하기 쉬운 글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동화작가로 성장하는 과정, 제가 성장하는 과정이 일수의 탄생에 묻어 있어요. 제 컴퓨터에 ‘글무덤’이란 폴더가 있는데요, 쓰다 막혀 덮은 원고들이 이곳에 쌓입니다. 지난봄에 12년이나 괴롭힌 글을 이 무덤에서 꺼내며 결연하게 다짐했어요. “이번에도 안 되면 아예 묻어 버려야겠다.”고요. 『일수의 탄생』을 거기서 꺼내서 편집자에게 보여 줬는데 편집자가 너무 좋아해서 세상에 나오게 된 거예요. 그 벼랑 끝에서 살아나온 신작인 셈이죠.

Q4.다른 문학과 비교했을 때, 아동문학은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요?

제 문학적인 자아가 동화적이라 할 수 있어요. 시는 아주 리듬이 있는 응축된 문학인데, 아동문학에서는 그 리듬도 중요해요. 소설적인 면도 필요하고 대사에는 희곡적인 면도 필요하고요. 제가 살려고 어린이문학에 끌린 것 같은 게, 제가 어렸을 때 충분히 어린이로 살지 못했어요. 저는 어렸을 때 애늙은이였거든요. 어린이문학을 향한 무의식적인 끌림이 있었던 듯해요. 저희 언니가 저더러 동화작가가 되기 전보다 인간성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해요. 어린이 문학이 가진 치유의 힘이 있는 거지요. 제가 청춘을 걸고 어린이문학을 한 걸 후회한 적이 없고요, 제 욕망은 점점 어려져서 그림책, 더 나아가 글자 없는 그림책 구성까지, 내 언어가 하나도 없는 책까지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어린이와 가까이, 깊이 소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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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책을 보면 눈에 띄는 애들만 주목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듯한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 열심히 노력하면 이뤄진다는 서사를 유포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동화작가가 하지 말아야 할 건 인생에 대한 냉소라고 생각해요. 엉망진창인 상태여도 거기에도 빛나는 유머가 있고 너희만의 중심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사실 실패를 거듭하다 한 번의 성공이 따르는 거죠. 어떤 편집자가 ‘유은실은 자꾸 실패하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유은실은 실패하는 작가로 남아야 한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저는 참 좋았어요. 저도 생각해 보니 26번, 공모를 떨어졌더라고요. 끝없는 상실이 아이들에겐 있는데, 그런 것들이 다 모여야 인생인 것 같아요. 자꾸 성공하는 것만 가르치다 보면 정작 실패에서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지 모르게 되고요. 저는 그런 것들을 말하는 자리에 계속 있고 싶어요.

Q6.일수가 서른 살이 되기까지 이야기를 끌어갔는데, 아이들이 공감하고 좋아할까요?

외국에는 뇌스틀링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싫어하는 아이도 있죠. 다양한 빛깔의 작가가 존재하고, 개인적인 취향을 가지고 나는 누굴 좋아한다, 나는 다른 작가를 좋아한다, 서로 말하죠. 제가 꿈꿨던 게 그런 거예요. 유은실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요. 1,2학년을 대상으로 쓸 때는 보통의 아이들과 만나는 구조를 쉽게 쓰려고 하고요, 고학년일 때는 어떤 스타일을 보여 줘도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처음 읽을 때 요 정도의 결을 느꼈다면, 좀 더 자랐을 땐 다른 결을 느끼는 거죠. 제 팬 중에 아이일 때 제 책을 읽고 대학생이 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제 동화를 2년에 한 번씩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읽을 때마다 다른 결을 느꼈다고 해서 너무 반가웠어요. 저는 앞으로 그런 작품을 계속 쓰고 싶어요.

Q7. 일수가 서른 살이 되어서 나는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 거울 앞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장면들이 참 뭉클했어요. 요즘 청년들의 모습과 겹쳐지는데, 순천대에서 가르치시는 학생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신 건가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헤맬 시간을 줬으면 좋겠어요. 헤맬 시간이 없다는 건 참 슬퍼요. 순천에 가서 아이들을 보면 참 미안해요. 전 기성세대잖아요. 우리가 상실의 세대라면 그 애들은 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만큼 이룰 수 없는 시대잖아요. 내가 너희한테 해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늘 생각을 해요.
이런 시대일수록 정신적인 가치를 우위에 두지 않고는 세상을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지요. 침몰하지 않고 가려면 정신적 충만 없이는 살기 힘들어요. 지금 아이들이 문학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것이 꼭 필요한 이유예요. 아름다운 것이 가슴 안에 있으면 다른 것은 다 괜찮다는 김경미 시인의 시구를 좋아하는데, 그 얘기를 많이 해 줘요.

Q8.작가의 말에 보면 항상 주인공과 자신의 어린 시절을 연결시키시더라고요, 글을 쓰실 때 선생님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최대한 저를 많이 피해 가려고 해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에서도 린드그렌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나오지만, 저는 사실 책을 안 읽는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안 드러내려고 해도 반영이 되는 것 같아요. 누가 말했는지 모르지만 ‘모든 문학은 자전이고, 어떤 문학도 자전이 아니다.’란 말을 들었는데요, 그 말에 공감해요. 이야기의 씨앗은 제 어린 시절의 경험인 게 많고요, 나머지는 상상이에요. 내 얘기를 쓰려다 보면 객관화가 안 되기 때문에, 피하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하지만 제 어린 시절이 아이들과 저를 연결시켜 준다고 생각해요.

Q9.『일수의 탄생』이 ‘글무덤’ 폴더에 있을 때도 제목이 같았나요? 글무덤에서 책이 나오게 돼서 더 기쁘셨겠어요.

그때는 제목이 달랐어요. 글무덤에 아직 글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부활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더 해 줬으면 하지만요.) 거기서 부활해 주니까 너무 고마워요. 새 글을 쓰는 것도 물론 좋고요.

Q10. 12년 동안 가지고 계시던 글인데 처음과는 어떤 지점에서 변화가 생겼나요?

너무 많은 얘기를 하려고 해서, 아이들이 편하게 떠먹을 수 없는 이야기였어요. 많이 덜어 낸 과정이 있었고, 이제는 아이들이 편하게 떠먹을 수 있겠다고 저 스스로 수긍한 지점에서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