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안녕, 여긴 천문대야!』의 이지유 작가 1편

시리즈 지식 다다익선 52 | 이지유 | 그림 조원희
연령 7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3월 15일 | 정가 12,000원

Q1. 먼저 『안녕, 여긴 천문대야!』의 출간을 축하드려요. 선생님의 첫 그림책이라 아무래도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아요.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첫 그림책 『안녕, 여긴 천문대야!』

첫 그림책 『안녕, 여긴 천문대야!』

책 중에서도 가장 만들기 어려운 그림책에 도전해서 멋진 책이 탄생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없습니다. 물론 이 책에는 화가 선생님의 땀과 편집자 분들의 노고가 듬뿍 녹아들어 있어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책이 바로 그림책이죠. 훌륭한 팀의 일원이 되어 무척 기쁘답니다. 조원희 선생님의 그림도 너무 마음에 들고요, 제가 썼지만 참 재미있어요. 호호호.

Q2. 그림책을 좋아하셔서 번역도 하시고 그림책 읽기에 관한 책을 펴내신 적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특별히 이번 책을 그림책으로 구상하신 계기가 있는지요? 처음으로 그림책 작업을 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도 궁금해요.

하와이에 살 때 계획한 것이 있었어요. 화산에 관한 책과 마우나케아 산꼭대기에 있는 천문대에 관한 책을 만드는 것이었죠. 화산에 관한 책은 하와이에 있는 동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출판이 되었어요. 그런데 마우나케아에 관한 책은 뭔가 다른 스타일로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판타지 형식으로 그림책을 만들었죠. 우리 애들 보라고 스케치북으로요. 그러고는 한 8년이 지나서 비룡소에서 편집자 두 분이 찾아오셨어요. 하와이에 대한 오해를 깨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고요. 바로 이거다 싶었죠. 편집자 분들의 기획 의도가 가슴에 ‘팍’ 와 닿는 거예요.

민우와 함께 용평에서. 진짜 민우와 책 속의 개구쟁이 민우, 좀 닮았나요?

민우와 함께 용평에서. 진짜 민우와 책 속의 개구쟁이 민우, 좀 닮았나요?

그래서 우리 식구들이 등장하는 원고를 썼어요. 줄거리는 마우나케아 산꼭대기에 관측하러 가는 엄마를 따라 온 가족이 천문대 견학을 가는 것으로 정했어요. 그런데 하와이는 관광지라는 편견을 깨고 최첨단 천문 시설이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줄거리가 너무 밋밋한 거예요. 긴장감이 팽팽한 사건을 넣으려니 분량이 많아져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더욱 강화해야겠다는 결론을 얻고, 천문학자인 엄마, 과학 기자이고 약간 덤벙대며 어린아이 같은 심성을 지닌 아빠, 애어른 같은 민지, 게임과 놀이, 먹을 것을 좋아하는 개구쟁이 민우 캐릭터를 설정했어요. 그리고 중간 중간에 몇 가지 우스운 장면을 넣었지요.

 

『안녕, 여긴 천문대야!』의 모델이 된 가족들

그래도 글이 너무 길어서 그림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편집자 분들이 글을 좀 잘라 냈어요. 중요한 줄기만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걷어 낸 거지요. 그 작업을 아주 잘 해 주셨어요. 글을 쓴 작가는 자기가 쓴 단어나 문장을 빼기 힘들거든요. 무엇보다 능력 있는 화가 선생님이 장면 장면을 훌륭하게 표현해 주셔서 글을 더 걷어 낼 수 있었죠.

책의 내용과 달리 진짜 천문학자인 남편과 아이들의 도움도 컸어요. 남편은 과학적으로 틀린 부분이 없나 재차 확인해 주고, 아이들은 아이의 심리에 대해 조언을 해 주었어요. 물론 지금은 다 커서 대학생이지만,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 같더라고요. 40쪽 남짓한 그림책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들어갔는지 몰라요.

Q3. 『안녕, 여긴 천문대야!』는 하와이 천문대를 다룬 그림책이에요. 휴양지로 알려진 하와이에 천문대라니, 굉장히 신선하고 독특해요. 실제로 하와이에 살며 천문대를 방문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하와이 천문대’가 어떤 곳인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하와이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빅 아일랜드 섬은 거대한 화산으로 이루어진 섬이에요. 마우나케아의 높이는 4200미터가 조금 넘는데, 제주도 한라산이 2000미터 정도인 걸 생각하면 얼마나 높은 산이지 알 수 있죠. 그런데 막상 빅 아일랜드에 가면 마우나케아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아요. 산이 완만하게 내려오는 데다 섬 자체가 워낙 커서 산이 높아 보이지 않는 거예요. 그러나 산꼭대기에 올라가려면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차가 어찌나 힘들어하는지, 자동차가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예요. 게다가 산꼭대기에는 공기가 부족해서 차에서 내려서는 순간 주저앉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발 아래 구름이 바다를 이루고 있는 장관을 보고 있노라면 왜 천문학자들이 이곳에 천문대를 지으려고 애를 쓰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어요. 우주와 나 사이에 방해물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이곳은 365일 중 300일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요. 천문학자들에게 이보다 좋은 곳은 없지요.

세계 각국의 천문학자들은 마우나케아에 천문대를 짓기 위해 하와이로부터 50년 동안 산꼭대기를 빌렸어요. 하와이 사람들은 이 산을 아주 신성한 곳으로 여겨요. 그래서 천문대 외관은 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무채색을 써야 하고 산의 경관을 해치는 어떤 장식도 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요.

이곳에 있는 천문대는 망원경의 렌즈 지름이 10미터에 이르는 대형 망원경들이에요.

캐나다 프랑스 하와이 천문대의 대형 망원경 모습

캐나다 프랑스 하와이 천문대의 대형 망원경 모습

이렇게 큰 렌즈는 세우면 유리가 흘러내리기 때문에 그것을 조정하는 첨단 기계 장비와 제어 시스템이 붙어 있지요. 아, 물론 유리가 물처럼 흘러내린다는 뜻은 아니에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금 내려오지만 약한 별빛을 제대로 모으려면 이런 것도 보정해야한답니다. 인간이 이런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이 아주 대견하지요. 하지만 이런 첨단 기술도 자연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어요. 아직도 구름을 걷어 내는 기술은 없으니까요. 태풍을 피하는 기술도 없고요. 그래서 구름이 덜 끼는 이곳 하와이로 천문학자들이 몰려와 천문대를 짓는 것 아니겠어요.

Q4. 늙은 별이 펑 터져 죽음으로써 새로운 아기 별이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나 우주와 우리 사회가 비슷하다는 것을 보면서 우주와 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짧지만 통찰력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의 내공이 느껴지는데요. 우주를 대하는 선생님 나름의 자세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우주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보면 인간의 삶과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가벼운 별은 약한 빛을 내서 잘 보이지도 않지만 오래 살고요, 무거운 별은 엄청나게 밝은 빛을 내며 열정적으로 살지만 수명은 짧아요. “가늘고 길게 살래, 짧고 굵게 살래?” 라고 농담을 하잖아요? 그게 농담이 아닌 거예요. 우주에서는 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지니까요. 별들의 집단인 은하는 나라와 비슷하고, 은하끼리 먹고 먹히는 과정은 서로 다른 문명사회가 충돌하는 것과 비슷해요. 우리의 삶이 우주와 비슷한 것은 우주가 먼저 생겨나고 우리가 그 안에서 살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우주를 닮은 거지요.

하지만 영악한 인간은 우주의 선한 본성을 닮지 않으려 해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해요. 충돌이라면 우리는 나쁜 것을 연상하지만 우주에서 은하끼리 충돌할 때는 별들이 부서지거나 사라지지 않아요. 별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피해가고 그 사이에서 가스들이 뭉쳐 아기별이 태어나요. 전쟁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죽고 고아들이 생기는 인간 사회와는 완전히 다르죠. 우리는 우주의 일부로 설계되었으니 우주의 행동 양식을 본받을 필요가 있어요. 파괴를 위한 충돌이 아니라 우주에서 벌어지는 것과 같은 생산적인 만남이 필요한 거죠.

태양은 우리 지구인에게는 너무너무 중요한 존재이지만 우주 전체를 놓고 보면 그리 큰 별도 아닌데다 혼자 있는 홑별이에요. 우주에는 태양이 두 개, 세 개, 여섯 개인 행성계가 더 많아요. 다시 말해 우주에서는 해가 두 개, 세 개 뜨고 지는 것이 더 평범한 일이라는 거지요. 아마 외계인과 실시간 통신이 이루어진다면 아이들은 우리 태양계에 해가 더 많아, 라며 자랑하는 것이 일상이 될지도 모르죠. 이런 걸 보면 우리가 얼마나 한정된 환경에서 좁은 편견을 가지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우주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우리의 좁은 인식을 확장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지구인들이여, 깨어나라~ 호호호.

 

Q5. ‘별똥별 아줌마’라는 별명으로 여러 과학 분야에 대한 책을 많이 쓰셨는데요. 선생님은 언제, 어떻게 과학과 우주, 글쓰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작가로서의 하루도 궁금합니다.

예전에 광주에서 발행하던 《굴렁쇠》라는 어린이 신문이 있었어요. 그 신문을 구독해서 보고 있었는데, 거기에 과학 글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굴렁쇠》에 편지를 썼죠. 전공을 살려 천문학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고요. 곧바로 답이 왔어요. 아주 흥미로우니 글을 보내라고 말이에요. 그게 1999년, 제 나이 35세일 때였어요. 그때 신문사 편집자 분들과 어린이를 위한 과학 글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신문의 글이나 책이 일방적인 매체라고 생각해요. 누가 하는 말을 그냥 듣는 거라고 여기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작가는 글을 쓸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마구 내뱉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생각해야 해요. 한 줄, 한 줄 쓸 때마다 작가는 가상의 독자와 대화를 해야 하죠.

‘이게 알고 싶은 거 맞니?’, ‘이렇게 하면 잘 알아 들을 수 있어?’

때로는 빌기도 해요.

‘이거 정말 중요해. 뭐? 알고 싶지 않다고? 아니야, 제발 부탁이야, 이것 좀 들어 봐.’

한 순간도 독자를 생각하지 않으면 깃털 같은 독자들은 금방 글에서 눈을 떼고 부르르 날아가 버리고 말아요.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책은 일방적인 매체가 아니에요.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는 ‘대화’인 거지요.

이러다 보면 작가는 쓸데없는 말은 줄이고 반드시 해야 할 말만 하게 되고, 무조건 지식을 퍼붓는다고 다 좋은 글, 좋은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돼요. 논픽션일 경우 지식을 어디까지 공유할 것인지 정하고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는 일은 아주 중요해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독자들이 다 듣고 싶어 하는 건 아니거든요.

프리랜서라는 직업은 스스로 자기 관리를 잘해야 돼요. 안 그러면 하루가 그냥 지나가거든요. 우선 아침에 작업실로 출근해서 관심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해요. 머리가 맑을 때 공부를 하지요.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한 뒤, 지금 진행 중인 교정지를 보거나 편집자들과 회의를 하거나 그림을 그려요. 그리고 해가 지면 작업실에서 나와 집으로 가지요.

글은 언제 쓰냐고요?

원고지 100매 이내인 짧은 글은 작업실에서도 쓰고 카페에서도 써요. 원고지 300매 내외의 글은 일주일에 걸쳐 작업실에서 쓰고요, 원고지 800매 정도인 장편은 3주에서 한 달 동안 작업실에서 써요. 원고를 쓰는 동안은 밥 먹는 시간만 빼고 아침, 점심, 저녁 오로지 글만 생각해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써서 다리가 붓기도 해요. 물론 글에 대한 구상과 자료 찾기는 그 전에 다 끝나서 머릿속에 있고요, 위에 언급한 기간은 노트북 앞에 앉아 풀어내는 시간을 말하는 거예요.

글이 풀리지 않거나 아이디어가 막히면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가요. 여기는 충주호!

글이 풀리지 않거나 아이디어가 막히면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가요. 여기는 충주호!

글을 쓰는 동안은 다른 세상에 다녀오는 거랍니다. 모든 작품이 다 다른 세상이에요. 내가 즐겁게 써야 보는 사람이 즐겁기 때문에, 글이 잘 풀리지 않으면 싸이의 음악이나 아이돌의 음악을 틀어 놓고 미친 사람처럼 흔들다 쓰기도 하고요, 작업실 바로 아래층에 있는 극장에 내려가 혼자 영화를 보기도 하고요, 길 건너에 있는 공원에 가서 마구 뛰다가 들어와 쓰기도 해요. 아마 누군가 보고 있다면 미쳤다고 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