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안녕, 여긴 천문대야!』의 이지유 작가 2편

Q6. 만약 우주의 모든 곳을 갈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선생님이 가장 가 보고 싶으신 곳은 어디인가요?

우선 태양계에 있는 행성과 위성들을 알뜰하게 다녀 보고 싶어요. 모래사막 화성, 간헐천이 솟아오르는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지구의 먼 과거와 같다는 타이탄, 목성의 위성 이오를 다녀온 뒤 토성의 테를 이루는 돌들 사이를 지나가 보고 싶어요. 태양계 전문 여행사, 그런 걸 차려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죠.

수만 개의 별들이 공 모양으로 모여 있는 구상성단 안에 들어가 보고 싶어요. 그곳은 정말 눈부시게 밝고 뜨거울지도 몰라요. 별들이 가까이 붙어 있으니까요.

별이 막 태어나려고 하는 곳에도 가 보고 싶어요. 고치 같은 우주 먼지 속에서 아기 별이 탄생하는 그 순간, 아기 별에서 나오는 빛이 주위의 우주 먼지를 솨악 날려 버리는 그 순간을 볼 수 있다면 정말 멋있을 것 같아요. 물론 적절한 장비 속에 들어 있지 않다면 그 빛에 나도 분해되어 버리겠지만요. 우주는 신비롭지만 무시무시한 곳이기도 하답니다.

그리고 태양계를 벗어나 어디인지는 몰라도 지적인 외계 생명체가 있는 곳을 방문해 보고 싶어요. 어쩌면 아주 지능이 높은 외계인들이 지구를 지켜보며 우리의 지적, 도덕적 수준이 더 높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런 외계인들이 사는 곳은 어떤 풍경일까?’ 내가 생각하지 못한, 그래서 상상할 수 없었던 그런 곳에 가 보고 싶어요. 그게 바로 ‘우주 문화 충격’일 테니까요.

Q7. 『안녕, 여긴 천문대야!』는 그림도 굉장히 예뻐요. 그림을 보다 보면, 마치 직접 하와이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돼요. 저는 특히 노을 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선생님은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꼭대기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노을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꼭대기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노을

하와이의 놀은 날마다 색이 다르고 날마다 모양이 달라요. 아, 그 놀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려고 한답니다. 특히, 마우나케아 산꼭대기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멋있어요. 다만 해가 지는 곳이 아닌 반대쪽을 봐야 하죠. 거대한 마우나케아 산의 그림자가 구름 바다 위를 스물 스물 기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산에 올라온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모두 해 지는 쪽만 보면서 ‘원더풀, 뷰티풀’ 해요. 참 안타깝지요. 구름 위를 기어가는 산 그림자는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이 지식을 전달하는 논픽션 책이지만 이 장면을 꼭 넣고 싶었답니다. 화가 선생님이 이 장면을 참 잘 표현해 주셨어요. 엉뚱한 곳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화면 앞에 크게 표시하고 눈물이 날만큼 멋진 광경을 보고 있는 민지네 식구들은 저 뒤에 뒷모습만 보이게 그렸어요. 이런 강한 대비가 그 느낌을 더욱 잘 살려 주죠.

온 가족이 별을 보며 우주의 일부가 되는 장면

온 가족이 별을 보며 우주의 일부가 되는 장면

까만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마우나케아 산을 롤러코스터 레일 같은 길을 타고 가는 장면도 좋았어요. 천문대가 외눈박이 괴물로 변한 장면도 재미있고요. 온 가족이 별을 보며 우주의 일부가 되는 장면도 좋았어요.

사실 책의 모든 장면이 다 마음에 들어요.~

Q8. 선생님께서는 지구과학과 천문학을 공부하셨고 현재는 과학영재교육을 공부하고 계신데요. 이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또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어떻게 과학을 공부하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 드려요.

지식에도 유효기간이 있어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지식이 튀어나오니까요. 문화의 변화도 예전보다 빨라졌어요. 작가는 이런 변화에 민감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그러니 쉬지 않고 공부해야하지요. 과학영재교육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좋은 글을 쓰고 감성으로 다가가는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좋은 과학 글은 어린이의 잠재적인 능력과 호기심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숨어 있는 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하지요. 그냥 쉬운 소재를 선택해 쉽게 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죠. 과학적 지식이 녹아 있으면서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은 지식을 넘어서서 자신의 경험을 끌어내기도 해요. 전에 아이들에게 휴화산과 활화산이 붙어 있는 그림을 보여 주며 이야기를 시킨 적이 있는데 어떤 아이가 꼭 엄마 같다는 거예요. 엄마가 가만히 있다가 화가 나면 순식간에 표정이 변하면서 이 그림처럼 된다며 엄마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그림은 제 화산 이야기 책에 넣었던 삽화였는데 그 아이는 화산 공부를 하다 본의 아니게 엄마와의 갈등을 털어놓는 계기를 갖게 되었어요. 이것처럼 지식을 넘어서는 논픽션 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 가운데 하나랍니다.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더욱 결과가 나오리라 믿고 있어요.

과학적 소양을 길러 줄 다양한 지식이 녹아 있는 좋은 과학책을 접하게 해 주는 것이 과학 교육의 첫걸음이에요.

과학적 소양을 길러 줄 다양한 지식이 녹아 있는 좋은 과학책을 접하게 해 주는 것이 과학 교육의 첫걸음이에요.

과학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라면 그냥 두어도 혼자 잘 찾아서 공부를 할 거예요. 이런 경우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엄마가 도와준다고 이것저것 시키는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죠. 때때로 뭘 잘해 보려고 하다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과학책을 골라 읽히는 거예요. 좋은 과학책은 과학적 소양을 길러 줄 다양한 지식이 잘 녹아 있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과학자들이 사고하는 방식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죠. 보통 과학영재들은 논리적 사고와 이성이 지배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아요. 이들은 모든 분야에서 일반인들보다 높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어서 글에 감성이 녹아 있으면 더욱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요. 그러니 좋은 과학 글은 과학적 소양과 함께 감성이 녹아 있어야 해요. 그래야 모든 사람들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니까요.

그럼, 그런 과학책을 소개해 달라고요? 별모 아줌마로 알려진 이모 선생님의 책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호호호.

Q9. 앞으로 어떤 책을 쓰고 싶으신지, 어린이 청소년에게 더 소개하고 싶은 장소나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살짝 귀띔해 주세요.

카페에서 찰칵!

카페에서 찰칵!

논픽션은 발로 쓰는 책이에요. 현장 감각이 살아 있는 책을 더 많이 쓰고 싶어요. 독자들은 제 눈과 발과 손과 머리를 통해 그랜드캐넌, 남극, 사막, 폭포 등을 보고 느끼는 거지요. 그리고 지식 전달이 아닌 단순히 놀이와 재미를 주는 책도 쓰고 싶어요. 사실 저는 그쪽이 훨씬 재미있거든요. 저라는 인간이 원래는 놀고 웃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쩌다 보니 공부를 잘했고, 운 좋게 글을 쓰는 일에 들어서면서 작가가 되었어요. 그래서 재미있는 과학 글을 쓸 수 있었던 거지요. 만약 지식 전달이라는 목적을 걷어낸다면 어떤 글이 나올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물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뜯어 말리기도 해요.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목표가 있는 것은 아주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글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음…… 필명을 여러 개 만들어야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