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으랏차차 뚱보 클럽』의 전현정 작가

이달의작가_전현정

Q1. 제19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을 축하드려요. 수상에 대한 소감과 함께 이번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4월 29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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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 본 동화였고, 마감 날짜를 지켜 응모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쳤던 터라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놀랍고 갑작스럽게 세상 속으로 나갈 생각에 떨리고 두렵습니다. 이 작품은 뚱뚱하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놀림당하고 무시당하는 뚱보 아들과 뚱보 엄마가 각자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함께 성장해 간다는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Q2. 이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개인적으로 장미란 선수의 팬입니다. 장 선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바벨 앞에 서서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숙연함이 느껴집니다. 책 속에서 주인공 은찬이가 우연히 장미란 선수의 인터뷰를 보고 역도를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이 인터뷰 장면을 보고 작품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뚱보를 꿈꾸는 고은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뚱보를 꿈꾸는 고은찬

Q3. 비만이라고 놀림받기도 하지만 주눅 들거나 의기소침하지 않는 주인공 고은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은찬이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어요?

뚱보 은찬이를 통해 외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었어요.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처럼 사람 수만큼의 다른 생각과 가치관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우린 종종 잊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딸아이와 병원에 갔다가 너무 말라서 걷는 것조차 위태로워 보이는 한 여자아이를 봤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약간 통통했던 그 여자아이는 친구들이 뚱보라고 놀리면서부터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에 걸렸다고 하더군요. 아이들마저 대중 매체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외모나 획일적인 기준들을 절대적인 가치로 판단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Q4. 은찬이의 역도 경기나 은찬이의 엄마가 살을 찌우기 위해 밤마다 비밀 야식을 먹는 장면 등은 디테일한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작품을 위한 취재는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주인공 은찬이는 초등부 역도 선수입니다. 중고등부와 달리 중량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초등 역도의 경우 전국적으로 역도부가 설치된 학교를 손에 꼽을 정도이고, 체급이나 경기 규칙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사실상 초등부 시합은 번외 경기 정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직 초등부 역도 코치님과의 대화를 통해 설정상의 오류들을 수정했고, 실제 경기 동영상을 보면서 현장 분위기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은찬이 엄마가 살을 찌우기 위해 아이스크림 주스를 마시고, 삼겹살 기름을 먹는 장면 등은 한때 기성복이 맞지 않을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말랐었던 제가 살을 찌우기 위해 동원했던 여러 가지 방법들이랍니다.

Q5. 어릴 때는 어떤 모습이셨는지 궁금해요. 작품 속 은찬이와 비슷한 면이 있으셨나요?

음, 부모님만 모르는 소위 ‘은따’ 였죠. 겉모습은 은찬이와 정반대였지만 친구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면서도 외로워하지 않고 기죽지 않았던 점은 은찬이와 닮은 것 같아요. 오히려 저만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인을 제 스스로가 소외시키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살았었죠. 사실 지금도 조금은 그래요. 알 수 없는 자신감이라고나 할까요.

Q6. 작가가 되시기 전 건축 설계일도 하셨고 드라마도 공부하셨는데요, 동화를 쓰기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그리고 조금 다른 경험들이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셨는지요?

독서록 쓰기를 유난히 싫어하는 초등학생 딸에게 힘을 북돋아 줄 생각으로 네가 숙제를 하는 동안 엄마는 동화 한 편을 쓰겠다고 얼떨결에 약속한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건축 설계부터 방송국 모니터, 사보 기자, 대필 작가, 드라마 습작 등등 남들보다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습니다. 설계를 하면서 익힌 스케치 습관이 남아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공간이나 풍경, 캐릭터의 표정을 원고 옆에 끄적거리다 보면 막연하던 장면이 좀 더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하고, 드라마 습작을 통해 등장인물들이 대화하는 장면에선 좀 더 입말에 가까운 대사 톤을 고민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남편 식당 일을 도우면서 매일매일 스쳐가는 사람들은 캐릭터 스케치에 영감을 주기도 하죠. 다양한 경험들이 저만의 글쓰기 색깔을 만들어 주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함께 떠났던 일본 여행 중에

가족과 함께 떠났던 일본 여행 중에

Q7. 책을 덮으면서 결국 은찬이와 은찬이 가족, 그리고 주위의 친구들 하나까지 모두를 따뜻하게 끌어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추후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그리고 어떤 작가를 꿈꾸시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아이를 위한 이야기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성인들도 한때 모두 어린이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른으로 성장했을 뿐 아이와 어른의 생각이 단절되었다고도 여기지 않습니다. 틈틈이 드라마 습작을 해 왔는데, 가족 구성원 간의 소통을 주제로 쓴 작품들에 유난히 애착이 갔습니다. 그동안 써온 대본을 동화로 개작하는 작업을 해 볼 계획입니다. 형식은 달라도 모든 글쓰기를 관통하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겠지요. 책을 읽는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서재에서. 초등학생인 아이와 한 책상을 쓰며 습작하기도 했어요.

서재에서. 초등학생인 아이와 한 책상을 쓰며 습작하기도 했어요.

  1. 최수진
    2013.5.10 11:54 오전

    감사합니다. 멋진 책을 만나게 해 주셨네요. 약점을 강점으로 발전시킨 은찬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아울러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라는 작가님의 말씀을 새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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