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판다와 내 동생』의 선현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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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46 | 글, 그림 선현경
연령 5~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8월 30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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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그리스 여행기로,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책『이모의 결혼식』과 멕시코 여행 그림책『엄마의 여행 가방』에 이어 세 번째 그림책『판다와 내 동생』을 출간하셨어요. 두 번째 그림책 이후 5년 만인데요,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요번 책은 생각보다 진행 속도가 느렸어요. 첫 책에서부터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다 보니 좀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그렇게 오랫동안 고심해서 책이 나오니 기분은 정말 좋았어요. 너무 좋아 책이 온 날은 하루 종일 실실대며 제 책을 들고 집 안을 돌아다녔죠. 화장실을 갈 때도 말이죠. 이모의 결혼식을 냈을 땐 딸아이가 동화 책 속에 있는 꼬마 아이였는데, 그 딸이 지금은 사춘기를 지난 숙녀가 되어 버렸답니다. 다시 꼬마인 제 딸을 책 속에서 만나는 일은 정말 신이 나고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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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이번 책은 중국 여행을 다루고 있는데요, 책이 만들어진 과정과 동기가 궁금해요. 만들면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실제로 중국 베이징에 동생이 살고 있어요. 그곳에서 제 조카가 태어났고요. 제 첫 조카이자 딸의 첫 사촌 동생을 보기 위해 여행을 갔죠. 베이징에 가기 전에 중국 여러 곳을 여행했어요. 중국은 그때만 해도 영어 표기가 하나도 없었답니다. 어딜 가도 한자밖에 없었죠. 그때 전 문맹을 경험했습니다. 아무것도 읽을 수 없고, 아무런 소통도 되질 않았죠. 그곳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소통은 오로지 그림 그리기였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림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쓰촨이란 곳은 베이징을 가기 전에 들른 곳이었는데, 그곳에 판다 마을이 있었어요. 이 이야기는 그냥 그 마을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판다란 동물을 꼭 넣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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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선생님의 그림책의 주인공은 딸 은서를 모델로 한 것 같은데요, 꼭 아이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아이의 심리나 느낌, 말투 등이 너무도 생생해서 놀랐답니다. 은서가 그림책을 만들 때 어떤 도움을 주는지 궁금해요.

제 딸은 제 책의 첫 독자죠. 글을 쓸 때는 별 도움을 받지는 않아요. 그냥 어릴 적의 내 자신으로 돌아가 글을 쓰곤 하죠. 하지만 글을 다 쓴 후엔 딸이 큰 도움이 됩니다. 전 항상 글을 쓴 후 딸을 앉혀 놓고 큰 소리로 읽어 주는데요, 읽으면서 아이의 표정을 보고 체크를 하곤 합니다. 아이가 지루해하거나, 하품을 하면 그 부분은 고쳐야 하는 거죠. 꽤 솔직한 아이라 그런 부분에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Q4. 기다리고 기다리던 판다 마을에 간 장면이 마지막에 한 컷 나오는데요, 판다를 실제로 본 소감이 어땠나요?

사실 판다를 실제로 처음 본 곳은 쓰촨성이 아니라 멕시코에서였어요. 전 정말 너무나도 실제 판다가 보고 싶었거든요.『판다와 내 동생』에 나온 제 딸처럼 말이죠. 멕시코 여행 중 시티 안 동물원에 판다가 있다기에 한걸음에 달려가 보았는데요, 실제로 본 판다에 대한 소감은 정말 느렸다는 거예요. 그곳이 더워서 더 그랬겠지만, 판다는 인형처럼 꼼짝도 안 하고 나무 위에 벌러덩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답니다. 자다가 발이 떨어져서 살짝 놀래는 듯 눈을 뜨더니 발을 늘어뜨린 채로 그냥 다시 잠을 자더군요. 나무 위로 다시 올리기도 귀찮다는 듯이요. 그렇게 흑백의 커다란 곰은 정말 현실 같지 않게 움직였어요. 느리게 천천히 꼭 그림이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Q5.『판다와 내 동생』에는 재미난 장면들이 많은데요, 선생님은 어떤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그 이유도 알려 주세요.

후퉁 거리를 그린 장면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정말 후퉁이 너무나 좋았거든요. 카페도 예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있고, 예쁜 소품 가게들도 많았답니다. 후퉁이 맘에 들어 동생 집에서 지내다가 며칠은 그곳에 있는 호텔을 잡아 그곳 정취를 느끼며 돌아다녔죠. 후퉁에 들어서면 베이징의 다른 거리들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마저 들었답니다. 이상한 나라의 폴처럼 마법의 문을 통과한 기분이었어요.

Q6. 이번 그림책『판다와 내 동생』을 보면 선생님의 전작 그림책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찾는 재미가 쏠쏠했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특별히 염두에 둔 점이나 숨겨 놓은 재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책에 나온 주인공이 다 같고, 시간의 차이를 두고 출간되었고, 꾸준히 여행하는 이야기다 보니, 전작의 그림들을 숨겨 놓았습니다. 연결 고리를 자연스레 그림에서 묶어 놓은 것이지요. 그 밖에 그림 속에는 한자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상점의 이름들이나, 봉투에 새겨진 상품의 이름들을 모두 다 제 가족들과 조카들의 이름들을 이용해서 썼습니다. 한자를 잘 읽는 독자라면 제 가족의 이름을 모두 다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Q7. 일 년 동안의 신혼여행 이야기를 묶어 낸 『이우일 선현경의 신혼 여행기』로 큰 사랑을 받으셨는데요, 요즘도 여행을 많이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비룡소 독자들에게 소개해 줄 만한 곳은 어디인가요? 가장 인상에 남아 있는 여행지가 궁금해요.

요즘도 물론 여행은 꾸준히 합니다. 딸이 커서 학교를 빠지고 가길 싫어해 주로 방학을 이용하는 점이 좀 달라졌죠. 여러 곳을 돌아다녔고 다 저마다 인상이 남는데요, 요번 여름에는 독일의 베를린을 다녀왔어요. 베를린의 여름은 정말 더웠습니다. 날씨는 우리나라보다는 시원했는데, 전반적인 가게들이나 건물들, 버스나 지하철, 이런 것들이 너무 더웠어요. 우리나라에 비해 에어컨을 사용하질 않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알고 보니, 독일은 앞으로 9년 후에는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없앨 예정이랍니다. 태양열과 풍력, 수력 등의 대체 에너지로 2022년까지 모두 바꿀 계획을 세웠대요. 모든 독일 국민의 동의하에 말이죠. 그래서 여기에 드는 비용을 전기세로 내서 국민 모두가 함께 부담하기로 한 거예요. 당연히 전기세는 전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고, 너도나도 전기세를 아낄 수밖에 없으니, 다들 에어컨 가동을 적게 하는 거죠. 더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을 이루려고 다 함께 노력한다는 사실이 인상 깊고 부러웠습니다.

Q8. 그림책을 보면 알콩달콩한 가족의 모습이 참 부럽습니다.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한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살짝 알려 주세요.

그림책은 그림책이지 실제 저희 가족은 아니랍니다. ㅎㅎㅎ 이제는 딸이 너무 커 버려 그리 알콩달콩하지도 않죠. 하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친구 같아졌거든요. 남편도 딸도 다 친구가 되었답니다. 자꾸만 엉뚱한 장난감을 사 들이는 남편도, 공부를 좀 못하고 음악 듣기에만 열중인 딸도, 친구의 마음으로 이해하려 합니다. 그럼 화가 나기보다는 같이 즐기게 돼요. 대신 과감하게 남편과 딸을 포기해야 합니다. 아내나 엄마보다는 친구가 되려면 그쯤은 감수해야죠. 살짝 내려놓으면 행복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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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오시고 계신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꾸준히 동화책을 내고 싶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동화책 말고 할 일이 너무 많아요. 특히 모바일이 그 할 일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요. 정말 안타깝지만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이라 몹시 기분이 씁쓸합니다. 그 작은 기계 안에서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데리고 나올 수 있는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얽히고설킨 가상 세계에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볼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동화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1. 정현옥
    2013.9.28 2:34 오전

    역시 내려놓아야지 행복해지는군요. 음~~ 마음을 비우다… 그래야 저도 선생님처럼 유쾌한 글을 쓸수 있을텐데요. 암튼 이번책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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