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빅 피쉬』의 이기훈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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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선생님의 첫 그림책 『양철곰』이 2013 BIB 비엔날레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뽑는 ‘어린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는데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또 축하드릴 일이 있지요. 바로 두 번째 그림책인 『빅 피쉬』가 비룡소의 2014년 새해를 여는 첫 그림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BIB에서 수상한 것은 아이들이 뽑아 준 상이라 제게는 좀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작업의 방향을 잘 잡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기회였어요. 그리고 비룡소는 꼭 작업해 보고 싶은 출판사였습니다. 더구나 올해의 첫 책이라니 더욱 영광이죠. 좋은 분들과 작업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Q2.선생님의 두 그림책은 모두 글 없는 그림책으로, 묘사가 굉장히 세밀하고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듯 역동적입니다. 『양철곰』이 미래의 이야기였다면, 『빅 피쉬』는 ‘노아의 방주’를 생각나게 하는 과거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데요, 『빅 피쉬』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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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빅 피쉬』를 보면 그림 크기가 다양하고 칸칸이 나뉘어져 마치 만화책을 보는 느낌도 드는데요,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그림책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만화와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결합으로써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로 비슷한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작가 분들 가운데서도 양쪽을 오가며 작업하시는 분들이 꽤 있죠. 이야기를 전달하는 관점에서 만화의 장점 중 하나는 칸과 칸 사이에서 연상 작용을 일으키는 것인데요. 그림 하나하나는 떨어져 있지만 독자들은 칸과 칸 사이에서 상상을 하죠. 이 연출 기법으로 긴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도 있고 글 없이 그림만으로도 서사 구조를 만들 수가 있어요. 다 보고 나면 마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죠. 그림책에도 이런 장점들을 적용하면 더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제 작업에는 만화의 이러한 장점들을 접목시켜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Q4.『빅 피쉬』에는 거의 200컷의 그림이 들어 있는데요, 보통 그림책에 비해 굉장히 많은 시간과 공이 들었을 것 같아요. 작업하면서 특별히 힘들었을 때나 기뻤을 때가 언제였나요?

작업이 잘 안 풀리면 힘든데 이번 작품은 굉장히 쉽게 작업한 것 같아요. 작업 기간 내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힘들었던 것을 꼽자면 글 없는 그림책을 하면서 늘 겪는 일들입니다. 글 없이 서사를 이끌어 가기 위해 하는 연출 작업인데요. 연출만으로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죠. 그리고 질문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많은 컷들의 그림들을 그렸는데, 그리는 데 드는 노동량으로 따지면 작은 컷이나 풀 컷이나 비중이 비슷해요. 작은 컷들을 많이 작업하는 날은 고생을 좀 하죠.

Q5.『빅 피쉬』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림책인데요, 이 이야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탐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욕심은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Q6.『빅 피쉬』 장면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장면이 있으신지요? 또 그림 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숨겨 놓았을 것 같은데요, 그림책을 보면서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가지만 알려 주세요.

모든 장면이 이야기 안에서 각기 다른 역할들을 하고 있어 하나만 뽑기가 어렵네요.^^ 고민을 했던 장면을 하나 뽑을게요. 4명의 용사를 뽑아 빅 피쉬를 잡아오라는 명령을 어떤 방식으로 연출해야 독자들에게 잘 전달될까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여러 번 다시 그리기도 했고요. 그런 고민 끝에 나온 장면이 동굴 속 지도 장면입니다. 연출과 그림 모두 만족하게 나온 것 같아요.
숨겨 놓은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자면, 이야기의 끝부분에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과 동물들이 탄 배가 만나는 장면이 있어요. 많은 동물들 사이에 ‘노아’를 어물쩍하게 그려 놓았죠. 저만 알아보지 않을까 싶어요.

Q7.보통 엄마들은 글 없는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 주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기도 하는데요, 작업하면서 첫째 아들과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다고 들었습니다. 글 없는 그림책을 아이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그리고 글 없는 그림책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글 없는 그림책은 글이 없는 대신에 책을 읽는 다른 방법이 있어요. 만화를 보는 방법과 비슷한데 칸을 보는 순서가 있거든요.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그림을 보는 순서를 지켜야 읽기 쉽죠. 아이에게 이 순서만 알려 주면 이해를 못할 것 같은 어린 아이도 혼자서 책을 잘 봐요. 보통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볼 때 아이가 글을 모르면 부모가 읽어 주는데, 글 없는 그림책은 글을 모르는 아이도 볼 수가 있지요. 그래서 역할 놀이를 해서 아이가 선생님이나 부모가 되어 부모에게 읽어 주게 하면 책을 더 좋아하게 될 거 같아요.
글 없는 그림책의 장점은 글이 갖는 한계를 그림으로 표현해 넘어서는 데에 있는 것 같아요. 글로 많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지만 또 그 표현 안에 많은 상상을 가두기도 하는 것 같아요. 글 없는 책은 상황을 보여 주지만 글로 단정 짓지 않아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는 거 같아요. 단적으로 대사가 없기에 상황의 틀 안에서 독자의 언어로 인물들이 대화할 수 있어요. 독자가 책에 참여할 수 있는 비중이 더 늘어나죠. 그리고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이해해야 하니 책에 대한 몰입도 더 커지는 거 같아요. 또 하나를 더 말하자면 앞서 나왔듯이 글을 모르는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책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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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책 속의 장면들을 보다 보면 방대한 스케일과 상상력, 디테일에 놀라게 되는데요, 선생님에게 특별히 영향을 주었거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지 궁금해요. 작품에 영향을 준 책이나 영화도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영향을 받은 작가 분들이나 책은 정말 많아요. 작업실에 있는 책들은 늘 제게 영향을 주죠. 이들 중 10여 년 전 처음으로 글 없는 그림책과 만나게 해 준 작가를 소개하고 싶어요. ‘가브리엘 뱅상’의 『떠돌이 개』(한국어판 제목은 ‘어느 개 이야기’)와 ‘데이비드 위즈너’의 책들입니다. 저를 글 없는 그림책의 세계로 입문 시켜준 작가 분들이죠. 화가는 낭만주의 시대의 ‘윌리엄 터너‘라는 화가를 좋아해요. 인상파에게도 영향을 준 화가죠. 그리고 전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늘 9시 이전에 잠을 자던 어린 시절에 토요일 밤만은 토요 명화를 보느라 12시를 넘겨서 잠을 잤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좋아하는 감독은 코엔 형제,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등이 있어요.

Q9.첫 그림책 출간 이후 약 일 년 만에 두 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는데요, 굉장히 부지런하신 것 같아요. 벌써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앞으로 어떤 그림책들을 만들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앞서 질문하신 것처럼 ‘양철곰’이 미래였고 ‘빅 피쉬’는 과거였다면, 같은 주제 안에서 현재의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 작품에는 공룡이 나오는 이야기죠. 그리고 다른 주제로 가족에 대한 책도 구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