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의 윤해연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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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비룡소 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식을 들으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소감과 함께 간단한 책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

수상을 전하는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제 첫마디가 “진짜요?”였어요. 그만큼 상상도 못 해 본 일이었죠.
이 책은 세 아이의 아주 특별한 하루에 대한 이야기예요. 누구나 겪는 일은 아니지만 누구나 겪을 수도 있는 일이긴 하죠. 무엇인가를 두고 결정해야 하는 하루도 있고, 우연한 것에 내 가치관이 흔들리는 하루도 있죠. 또 불가항력 같은 사고로 절망하는 하루도 있어요. 그런 하루에 대한 담담한 답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서 답은 정답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Q2.『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는 세 편의 단편 동화로 이루어진 단편집이에요. 각각의 단편들은 어떻게 구상하시게 된 건가요?

전 치밀한 계산으로 글을 쓰는 편은 아니에요. 주제나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오랜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하죠. 그리고 제 머릿속에서 얼개가 어느 정도 서야 키보드를 두드려요.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와 「내가 던진 돌」은 각각 어떤 경험담에서부터 시작한 이야기예요. 완전한 픽션은 「구두장이 할아버지」 같은 경우죠. 그림 동화책 중에 미하엘 엔데의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을 좋아해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적잖이 충격을 받았어요. 아이들 그림 동화에 죽음이 주제로 쓰인 것도 놀랐지만 그 죽음을 아름답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에 대해서는 경이로움마저 느꼈거든요. 아이들이 대면하는 비극도 하나의 삶이라 생각했어요. 그걸 치유해 가는 과정을 잠시나마 이 작품을 빌어서 썼다 해야 할까요.

Q3.「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라는 단편은 학교생활을 배경으로, 공감이 많이 가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누구나 한 번쯤은 초등학교 시절에 떠든 사람 이름을 적었거나 적힐까 봐 걱정했거나 했을 테니까요. ‘떠든 사람’ 수첩을 통해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해 보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01전 수첩을 일종의 권력으로 생각했어요. 좀 거창하죠? 하지만 영광이는 그걸 인지하지 못해요. 단순히 선생님이 처음 시킨 일을 잘 해내고, 칭찬받고 싶어 하죠. 그러다 점점 수첩에 아이들 이름을 적는다는 게 마음이 개운한 일이 아니란 걸 느끼죠. 영광이가 수첩을 점퍼 안주머니에 넣었을 때 전기가 오는 것처럼 찌릿한 건 그래서예요.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뜻이죠. 여기서 영광이에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분명해요. 수첩에 아이들이 이름을 적는다는 건 부당한 거야, 잘못된 거야,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네 마음을 그렇게 울렁거리고 고민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는 거예요.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4.「내가 던진 돌」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어요. 동생의 탄생과 새의 죽음을 함께 엮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누군가에게 물었어요. 잘 잊히지 않는 어릴 적 이야기가 있냐고요.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닌데 신기한 일은 있다고 하더군요. 우연히 돌을 던졌는데 새가 돌에 맞고 죽어 버렸대요. 그래서 슬펐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그렇진 않았다면서 웃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했어요. 생각해 보니 저한테도 그런 죽음이 있더라고요. 학교 앞에서 사 온 병아리가 다음 날 죽어 버린 게 생각이 났어요. 물론 전 많이 슬펐어요. 그 또래의 여자아이들처럼 동생과 함께 병아리를 땅에 묻어 주고 기도까지 한 기억이 나요.
그래서 아이들이 겪는 첫 죽음을 아주 사소하게 얘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죽음을 굳이 탄생과 연관 지은 건 그런 의미에서예요. 죽음에 대한 치유의 실마리를 탄생에서 찾길 바랐죠. 탄생의 경이로움처럼 아무도 모를 사소한 죽음이라도 가볍지 않게 생각해 주길 바랐어요. 세상의 모든 탄생처럼 세상의 모든 죽음도 똑같은 무게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그게 꽃이든 작은 개미든, 새까지 말이죠. 아이들이 당장은 그 무게를 가늠하기 어려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늘 시작이란 게 있잖아요. 생각해 볼 수 있는 그 시작이요.

Q5.「구두장이 할아버지」는 환상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주인공 아이가 겪고 있는 감정과 심리는 너무도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에 엄마가 하운이를 보듬어 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데요, 그렇게 설정하신 데는 이유가 있나요?

02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을 때 과연 무엇으로 치유가 될까를 고민해 봤어요. 결국 치유라는 게 절대 있을 수가 없더군요. 비록 시간과 기억에 의해서 무뎌질 순 있지만 그건 치유와는 별개더군요. 마지막에 할아버지가 아닌 엄마의 품에 안기도록 설정한 건 결국 모성에 의한 치유가 아이한테는 가장 안전한 위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엄마여서 이런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어요. 하운이의 눈물이 엄마의 볼에서 흐르고, 엄마의 눈물이 하운이의 볼에서 흐른다는 구절은 내심 그들의 아픔이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흐르길 바라는 심정으로 쓴 거예요.
 

 

 

 

 

 

 

 

 

Q6.저학년 동화를 쓰려면 무엇보다 아이들 마음을 잘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글의 영감이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는지요?

글감은 평소 주위에서 찾는 것 같아요. 어른이든 아이들이든 찬찬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전 의외로 어른의 행동에서 아이의 모습을 봐요. 학습이 된 어른이지만 그 내면에는 아이가 있죠. 순수성에서 내면의 아이 모습이 더 아름답다고 말할 순 없지만 학습되어진 어른의 모습에서 실소가 나오긴 하죠. 그럴 때 글감을 만나요.

Q7.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진심 위로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어요. 그게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어도 좋아요. 전 그런 말들을 ‘위로’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자라면서 위로 같은 책들이 저를 단단하게 했듯이, 제 책이 감히 그 누군가에게 위로 같은 책으로 읽혀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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