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심리 여행: 아빠가 그림책을 읽어 주면 아이의 인생이 더 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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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한 유치원에서 마련한 아빠 교실 프로그램에 강사로 선 적이 있습니다. 그림책으로 아이와 소통하기가 주제였지요. 토요일 오전 시간에 마련된 프로그램이었는데 참여한 아빠들의 눈가에는 피곤함이 역력했지만 열심히 경청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 한 아빠의 한숨 섞인 하소연은 많은 아빠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요즘은 주말에 집에서 한가하게 TV 보거나 낮잠 잤다가는 큰일 나요.” 이유인즉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 때문이라나요. 프렌디(Friend + Daddy)가 되어야만 사랑받는 아빠가 되고 아내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TV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면서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까지 더해지고 있으니 더 이상 자녀 육아에 뒷짐 지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서 아빠들이 더욱 바빠졌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아빠 취급을 받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은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경제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한때 유행했습니다만, 여기서 한 가지 달라진 조건이 있다면 아빠의 무관심이 아닌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양육에 참여하는 추세는 상담 현장에서도 느껴집니다. 아이 문제로 아빠가 전화를 걸어 오는 빈도가 늘었고 초기 면담과 필요한 심리검사에도 매우 진지하게 임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무척 고맙고 반갑습니다. 그런데 이참에 조금 더 욕심을 내어 봅니다. 그림책으로 아이와 정서적 유대감을 쌓는 아빠가 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상담을 받는 동안 대기실에서 그림책을 꺼내 보는 아빠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심지어 그림책 제목을 메모해 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아이한테 선물하기 위해서지요. 좋은 그림책 목록을 달라는 아빠도 있고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림책을 읽어 주는 아빠들의 활동 후기도 만나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모습들이 아빠들도 그림책 육아를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봅니다.
하지만 많은 아빠들이 몸으로 놀아 주거나 함께 캠핑 가는 건 자신 있는데 그림책 읽어 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달의 칼럼은 그런 아빠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아빠가 그림책을 읽어 주어야 하는 이유, 아이와 정서적 유대감을 견고히 할 수 있는 아빠만의 그림책 육아법을 안내합니다.

Good! 스스로 즐기며 하는 아빠의 그림책 육아법
지금 50대 초반인 저의 지인, A씨는 딸이 아기였을 때부터 그림책 육아를 맡아 했다고 합니다. 아내보다 섬세하고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자신의 강점을 살려 딸과의 추억을 쌓은 것이지요. 매일매일 그림책 읽어 주기, 이야기 나누기, 함께 서점 탐방하기, 계절별로 책장 꾸미기, 책 분류하기, 작가 초청 강연 들으러 다니기, 신문 문화면을 보고 새로 나온 책 체크하기, 책에 관한 정보나 새로운 소식을 찾으면 서로에게 알려 주기, 작가 이름이랑 그림책 제목 외우기 시합을 했더니 별다른 글쓰기 지도를 하지 않았는데도 딸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부터 교내는 물론 전국 규모의 글쓰기 대회에서 곧잘 상을 받아 왔다고 합니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말하기도 잘해서 아빠 엄마를 흐뭇하게 했고요. 지금은 판타지 작가가 되고 싶어서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으며 만족스러운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
A씨의 독서 교육이 훌륭한 이유는 스스로 즐기면서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아이가 책에 대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배경 지식을 넓혀 주는 교육을 했다는 점이지요. 직장 생활을 하는 아빠가 어떻게 그런 교육을 할 수 있었을까요? 주말과 공휴일, 휴가를 알뜰하게 이용한 덕분이라고 합니다.
아이의 언어 능력은 엄마보다 아빠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는 아이에게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아빠를 둔 아이의 언어 능력은 아주 발달한 반면, 엄마가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언어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중앙Books) 참고)
그림책 심리 여행의 지난 칼럼, ‘아이의 행복을 열어 주는 독서교육,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새 창으로 보기) 편에서 아빠가 책을 읽어 주면 좋은 이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기억하고 계신지요? 19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존 스튜어트 밀이 16세의 나이에 불혹의 지성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아버지와 함께 한 독서 토론 때문이라고 하지요. 철학 고전을 두루 읽고 매일 아침마다 아버지와 깊이 있는 토론을 하면서 견고한 유대감을 형성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도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독서 토론과 정치에 관한 대화를 즐겨 했다고 하지요. 아이의 사고 발달에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주는 사례들입니다.
아빠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무척 다양한 일들을 경험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스포츠를 아우르는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빠가 아이와 한 권의 책을 볼 때에도 대화의 폭이 넓어질 수 있고, 책 내용 이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배경 지식을 쌓도록 이끌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Bad! 책 읽어 주기가 힘든 아빠에게는 변화가 필요해요
매일 잠들기 전에 그림책을 읽어 달라고 졸라 대는 여섯 살 난 딸 때문에 힘들다는 아빠를 만났습니다. 그림책은 하루 종일 엄마랑 봤으면서 왜 또 자기 전에 아빠한테 읽어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팥죽할멈과 호랑이를 몇 번씩 읽어 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잠은 쏟아지죠. 혀는 꼬이죠. 애는 잘 생각을 안 하죠. 나중에는 그림책은 폼으로 들고 멋대로 이야기를 꾸며서 들려줘요. 그러면 ‘아빠! 그게 아니잖아. 왜 이야기를 마음대로 바꿔!’라며 짜증내는 딸아이 때문에 덩달아 짜증나서 ‘다른 책 보든지, 아니면 자든지 둘 중에 하나 선택해.’ 하고 실랑이를 벌입니다.” 결국 딸아이는 삐져서 울어 버리고 아내가 와서 중재를 해야 난감한 상황이 종료된다고 합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먼저 자기 전에 아빠한테 그림책을 읽어 달라고 하는 아이의 마음을 알아보겠습니다. 아이는 하루 종일 아빠를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아빠랑 있고 싶습니다. 그림책을 매개로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은 겁니다. 물론 아빠는 딸을 무척 사랑합니다. 딸의 재롱이 보고 싶어서 퇴근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졸음을 견디기는 힘이 듭니다. 그림책을 읽어 주기는 해야겠는데 졸음이 쏟아집니다.
차라리 다른 책으로 바꾸면 잠이 덜 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팥죽할멈과 호랑이만 고집합니다. 아이가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 달라고 하는 이유는 그만큼 재미가 있고 이미 결말을 알고 있으니 듣는 동안 마음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빠는 아이의 그러한 심리를 잘 모릅니다. 지친 아빠는 정신을 딴 데 두고 건성으로 이야기를 꾸며 들려줍니다. 그런데 아이는 이미 수백 번도 더 본 팥죽할멈과 호랑이 이야기를 외우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멋대로 바꾸면서 성의 없이 그림책을 읽어 주는 아빠한테 화가 납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온 아빠가 얼마나 고단한지 알지 못한 채 말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빠와 아이 모두가 즐거운 그림책 읽기 시간이 될까요? 제일 좋은 방법은 아빠가 힘이 많이 남는 날은 그림책을 많이 읽어 주고 힘이 별로 없는 날은 아이에게 솔직하게 얘기해서 한두 권만 읽어 주는 것이지요. 아무리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시기라 해도 타고난 공감 능력이 있어서 조곤조곤 잘 얘기하면 아이들은 아빠를 조금은 이해합니다.
아이와 약속을 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자기 전에는 그림책을 한 권 또는 두 권만 읽어 주는 걸로요. 아빠도 일찍 자야 내일도 천하장사처럼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열심히 일을 해야 월급을 받고 그림책이든 맛있는 것이든 살 수 있다는 조금은 현실적인 얘기를 해 주세요.
고민을 털어놓는 아빠에게 아이의 심리와 몇 가지 방법을 얘기한 다음 그림책 『아빠 더 읽어 주세요』(시공주니어)를 보여 주었습니다. 잘 시간이 되자 꼬마 닭이 아빠 닭한테 책을 읽어 달라고 합니다. 아빠 닭은 책을 읽어 주기 전에 “오늘은 끼어들지 않을 거지?” 하고 물어봅니다. 꼬마 닭이 “네, 아빠, 오늘은 얌전히 듣기만 할게요.” 하고 단단히 약속합니다. 아빠 닭이 「헨젤과 그레텔」을 읽어 줍니다. 그런데 마녀가 헨젤과 그레텔을 꾀어 집으로 유인하려는 순간 꼬마 닭은 “안 돼, 들어가지 마! 그 할머니는 마녀야!”라고 외칩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헨젤과 그레텔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이야기는 거기서 무미건조하게 끝나버리고 말지요.
아빠 닭이 새로운 얘기를 들려줄 때마다 꼬마 닭은 끊임없이 이야기에 끼어들어 이야기를 중단시킵니다. 아빠랑 더 놀고 싶으니까요. 매번 끼어드는 꼬마 닭에게 화가 날 법도 한데 아빠는 너무 몰입하지 말고 편하게 들으라고 할 뿐 화를 내거나 빨리 자라고 윽박지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계속 얘기를 들려주던 아빠 닭도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지요. 아빠 닭은 어떻게 했을까요? 꼬마 닭에게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합니다.
꼬마 닭은 아빠의 요구에 즉석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옛날에 아빠를 재워야 하는 꼬마 닭이 있었어요. 꼬마 닭은 아빠한테 이야기를 백 개나 읽어 주고, 따뜻한 우유도 가져다주었지요. 하지만 아무 소용없었어요.” 꼬마 닭은 그동안 아빠 닭이 자신을 재우려고 노력했던 것처럼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아빠를 재우려 애씁니다.
하지만 책 속의 아빠는 잠 잘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마치 꼬마 닭이 그랬듯이요. 하지만 현실 속의 아빠는 벌써 코를 골며 자고 있습니다. ‘드르렁 드르렁!’ 코 고는 소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꼬마 닭의 이야기를 끝내 버리지요.
그림책을 본 아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굿 아이디어! 오늘은 딸한테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해야겠습니다. 하하하!” 하고요.

다른 아빠들도 그림책 읽어 주는 걸 쑥스럽게 여길까요?
아빠들이 그림책을 읽어 주면서 난감해 하는 것 중 하나는 소리 내어 읽는 방식입니다. 제가 만난 아빠들은 주로 오글거린다는 표현을 사용하더군요. 아내가 그림책 읽어 주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는 겁니다. 아내는 자연스럽게 목소리 톤을 바꾸고 생동감 있게 읽어 주는 데, 자기가 그렇게 하자니 왠지 쑥스럽다는 것이지요. 최대한 재미있게 읽어 주려고 애를 쓰지만 아내를 따라갈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림책을 읽어 줄 때 굳이 아빠가 아내를 흉내 낼 필요가 없습니다. 엄마의 극화된 목소리도 좋지만 아이는 아빠의 목소리 자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 이유는 엄마에 비해 아빠와의 접촉 시간이 많지 않은 아이 입장에선 하루 종일 들을 수 있는 엄마 목소리보다 아빠 목소리가 훨씬 신선하게 들리기 때문이지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엄마가 모르는 아빠 효과』(베가북스), 『닥터 김영훈의 영재 두뇌 만들기』(베가북스)의 저자인 김영훈 박사는 『아빠의 선물』(국민출판)이라는 책에서 일에 지친 아빠가 퇴근해서 자기에게 책을 읽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아빠가 그림책을 읽어 주면 아이의 집중력이 더욱더 높아져 엄마가 읽어 줄 때보다 효과가 크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아빠가 어릴 적부터 그림책을 읽어 주면 아빠 목소리가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각인되어서 아빠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더 잘 따르게 된다는 것이지요. 나지막하면서 부드러운 아빠의 목소리는 아이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 아이에게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어 주고 그렇지 않고를 떠나 아빠가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에게 큰 선물이 되는 셈입니다.

아빠가 하는 그림책 양육법, 이렇게 해 보세요!

▲ 『아빠가 지켜 줄게』

◈방법 1, 언제나 아빠가 곁에 있다는 믿음을 함께 주세요!
아이에게 그림책 읽어 주기를 시작하는 아빠에게는 제일 먼저 『아빠가 지켜 줄게』(비룡소)를 권합니다. 아빠 펭귄이 알을 품어 부화하기까지, 홀로 고군분투하는 부성애를 감동적으로 그린 책입니다. 거친 눈보라가 치고, 배가 고프고, 바다표범이 위협해 와도 아빠 펭귄은 알을 꼭 품고서 잠들지도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아빠의 사랑을 얘기할 때 사람들은 펭귄을 떠올리곤 하지요.
단순히 그림책 속 이야기가 아니라 펭귄 아빠들의 실제 모습이 이러하다는 설명도 함께 들려주면 아이는 펭귄 아빠를 통해 아빠의 위대한 사랑을 더욱 감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아빠도 펭귄 아빠처럼 언제나 네 곁에 든든하게 서서 지켜 줄 거라는 믿음을 주시길 바랍니다. 다 자라서 아빠의 도움이 없어도 될 때까지 힘든 일, 어려운 일,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나누는 아빠가 되어 주겠다고 약속해 보세요.
두 달 전 칼럼에서도 소개했던 『막대기 아빠』(비룡소)도 아이에게 믿음을 전할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어느 날 아침 산책을 하다 개에게 물려가 가족의 품을 떠나게 됐지만 단 한시도 가족을 잊지 않는 막대기 아빠는 갖은 노력 끝에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일곱 살 난 아이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엄마한테 물었습니다. “엄마! 만약 우리 아빠도 막대기 아빠처럼 집으로 못 돌아오면 어떡해?”라고요. 아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엄마는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말로 아이를 안심시켰다고 합니다.
아빠가 이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 주다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요?
“아빠는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하지만 일 때문에, 또는 어떤 사정으로 잠깐 이별을 하게 될 수도 있어. 지금 당장 그런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만약 아빠가 잠깐이라도 너랑 떨어져 있게 되면 미리 얘기할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막대기 아빠처럼 꼭 네 곁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야.”라는 식으로 대답하면 좋겠지요.

『막대기 아빠』

▲ 『막대기 아빠』

『아빠가 좋아』

▲ 『아빠가 좋아』

 

 

 

 

 

 

 

 

 

 

 

 

 

 

◈방법 2, 엄마에게는 힘들지만 아빠에게는 쉬운 역동적인 독후 활동을 해 보세요!
유아동기에 아빠와 신체 활동이나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자란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똑똑할 뿐만 아니라 학업 성취도가 높고 인생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심리학자, 아동발달 전문가, 교육학자들이 행한 다방면의 연구에 의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그림책 양육에 적극 활용해 보길 바랍니다.
아빠는 엄마보다 힘이 셉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어 준 다음 독후 활동으로 역동적인 놀이를 하기 좋지요. 엄마가 주로 하는 독후 활동이 질문하고 답하기, 만들기, 그리기라면 아빠는 아이와 동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그림책 양육의 균형을 잡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 『아빠는 나를 사랑해』

『아빠랑 함께 피자 놀이를』(보림)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피트는 밖에 나가 공놀이를 하고 싶지만 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아빠는 피트가 기분이 좋아질 놀이를 생각합니다. 바로 피자 놀이지요. 식탁 위에 피트를 눕혀 놓고 밀가루인 양 반죽하고, 이리저리 잡아당겨 반죽인 양 늘이기도 합니다. 피자를 굽는다며 피트를 들어 소파로 옮깁니다. 계속되는 아빠의 피자 놀이에 피트는 간지럼을 참지 못하고 도망갑니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피트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비가 와서 친구들이랑 공놀이를 하지 못하게 된 아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섬세한 아빠의 본보기이면서, 집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아이와 놀아 주는 색다른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합니다. 그림책을 읽고 나서 피트 아빠처럼 아이와 피자 놀이를 해 보세요.
아이들이 아빠랑 꼭 해 보고 싶은 일 중의 한 가지는 캠핑입니다. 그런데 캠핑은 말처럼 쉽지 않지요. 『아빠랑 캠핑 가자!』(웅진주니어)라는 그림책에서도 주말이면 아빠는 거실에 누워 텔레비전만 보고, 엄마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은수는 게임을 하거나 방에서 혼자 책을 읽는 것이 보통으로 그려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의 결심으로 온 가족이 숲으로 캠핑을 떠나며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실제로 캠핑을 갈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아이의 서운함을 풀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집안에서 캠핑 놀이를 하는 것입니다. 거실에 텐트를 치고 캠핑 놀이를 해 보세요. 텐트가 없다면 긴 줄을 거실 양쪽에 걸어 무겁지 않은 담요로 천막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문구점에서 산 형광별을 천정에 붙여 놓고 불을 끈 다음 누워서 별빛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손전등을 켜서 주위를 밝히고 음식은 부엌에서 만들어 코펠에 담아 텐트 안에서 맛있게 먹으면 재미있는 캠핑 놀이가 되지요.
이렇듯 몸으로 놀아 주는 역동적인 독후 활동을 하는 동시에 문학적인 아빠가 되어 보면 어떨까요. 『아빠는 나를 사랑해』(비룡소)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하는 일상의 행복감이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에 녹아 있습니다.

나는 너의 아빠, 너는 나의 아기. 아빠는 너의 조용한 집, 너는 아빠의 말썽꾸러기. 아빠가 잠자코 바라봐도 너는 깔깔대기만 해. 아빠가 밥 먹자 해도 너는 꼼지락대기만 하지. 아빠는 임금님이 타는 마차, 너는 아빠의 임금님. 아빠는 그네 태우기 선수, 너는 아빠의 씽씽 그네. 아빠가 너를 지켜보면, 너는 좋아서 재롱부리지. 아빠가 둥근 다리가 되면, 너는 신나서 미끄럼 타지.
―『아빠는 나를 사랑해』중에서

운율이 있는 4행시 형식의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시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집에서 하는 말 타기, 그네 타기, 미끄럼 타기 놀이는 아이의 신체 발달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이고 아빠와 아이가 정서적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신체 놀이입니다. 그림책 속 아빠처럼 아이랑 함께 놀면서 이렇게 말해 주세요. “아빠는 임금님이 타는 마차, 너는 아빠의 임금님. 아빠는 그네 태우기 선수, 너는 아빠의 씽씽 그네.” 하고요. 그림책 속 문장을 기억했다 아이에게 들려주거나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들려주는 식이지요. 아이를 향한 아빠의 사랑이 담긴 문학적인 언어는 아이가 크는 동안 격려의 언어로 무의식 속에 남아 있을 겁니다.

◈방법 3, 그림책으로 아이에게 우주를 보여 주세요!
여기서 말하는 우주는 과학에서 말하는 지구나 태양 전체를 싸고 있는 큰 공간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림책을 매개로 아빠가 아이에게 보여 주어야 하는 우주는 바로 인생입니다.
『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크레용 하우스)에는 친구처럼 편한 아빠, 아들에게 우주를 보여 주고 싶어 하는 아빠가 나옵니다. 아빠는 아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 주려고 아들의 손을 잡고 들판으로 갑니다. 밤하늘을 보며 별자리 이름을 가르쳐 주는 아빠가 아들에게 정말 선물하고 싶었던 것은 세상은 아주 넓고, 인간은 너무나 작다는 사실입니다. 아빠의 심오한 가르침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리지만 아이들은 아빠의 이야기가 듣고 싶고 아빠와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의자를 나란히 놓고 앉아 별자리에 얽힌 얘기를 들려주는 아빠, 놀이터 시소에 아이와 마주 앉아 하늘의 별자리를 세어 보는 아빠, 밤하늘을 밝게 수놓는 별만큼 너의 인생도 찬란히 빛날 거라고 덕담해 주는 아빠, 넓은 우주만큼 네가 그려 갈 미래도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얘기해 주는 아빠.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아이의 꿈을 알아주는 동시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자신의 꿈을 아이에게 들려주는 아빠. 이런 아빠가 바로 아이가 바라는 아빠입니다. 아이는 아빠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아빠의 얘기를 듣고 싶어 하니까요.

◈방법 4, 아빠가 좋은 10가지 이유 VS. 내 아이가 좋은 20가지 이유를 나누어 보세요!
『우리 아빠가 좋은 10가지 이유』(아이세움)는 아빠를 향한 아이의 사랑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모처럼 맞은 휴일, 아이는 아빠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아빠가 좋은 이유를 하나씩 늘어놓습니다. 아빠가 장난꾸러기라서 좋고, 엄마한테 혼나서 벌 받고 있을 때 아빠가 자기편이 되어 줘서 좋고, 엄마 대신 밖에서 같이 축구해 주니까 좋다나요.
한편 아빠에게는 이런 모습도 있습니다. 방귀를 뿡뿡 끼고 장난감을 고치다 망가뜨리고 밖에서 신 나게 축구를 하지만 혼자 공을 몰고 다니며 반칙을 일삼기도 하고요. 맛있는 것도 많이 사 주지만 아이 몰래 슬그머니 반찬을 빼앗아 먹는 얄미운 행동까지. 그런데도 아이는 이런 아빠가 좋습니다. 왜냐고요? 그건 바로 우리 아빠이기 때문이지요.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 우리 아빠라는 사실 그 자체, 아빠가 내 곁에 있어 준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좋다.”고 수줍게 말하는 아이의 고백을 아빠가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더 좋은 아빠, 아이를 행복하게 해 주는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하게 될 겁니다.
아빠 여러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아이는 아빠가 좋은 이유 10가지를 말하고 아빠는 아이가 좋은 이유 20가지를 얘기하는 겁니다. 아빠가 자기를 더 많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아빠랑 향한 아이의 사랑과 믿음은 깊어지겠지요.

◈방법 5, 아빠는 내가 되고 나는 아빠가 되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돼요!
남자아이들은 곧잘 이런 말을 합니다. “빨리 커서 나도 아빠가 되겠다.”고 말이지요. 슈퍼맨처럼 뭐든 잘 하는 아빠, 힘이 센 아빠가 무척 멋있게 느껴집니다. 여자아이들은 “나는 나중에 크면 아빠랑 결혼할 거야.”라고 말합니다. 엄마한테 다정한 아빠, 자기를 사랑해 주는 아빠가 좋기 때문이지요. 그런 아빠가 되기 위해 아빠가 얼마나 바쁘게 많은 노력을 하는지도 모른 채.
그래서 가끔 아빠들은 아이를 보면서 혼잣말을 합니다. “아! 나도 아기였으면 좋겠다. 가만히 있어도 엄마가 밥 먹여 주지, 놀아 주지. 세상살이 걱정할 게 뭐 있겠어. 부럽다 부러워.”라고요. 그럼요. 아빠로 사는 삶이 행복하지만 솔직히 고될 때도 있으니까요.
아빠와 아이의 관계가 좋으려면 아이도 아빠의 고단함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속 깊은 생각을 하기는 힘들지요. 이 역시 아빠와 엄마가 일깨워 줘야 하는 부분입니다. 말로 일깨워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주말 하루를 정해서 몇 시간 동안만 역할 놀이를 해 보세요. 아빠가 아이가 되고, 아이가 아빠가 되어 봅니다. 입장을 바꾸어 봄으로써 아이가 아빠의 고단함을 느껴 보게 하는 것이지요.

▲ 『아빠는 미아』

놀이를 하기 전에 아이와 『아빠는 미아』(비룡소)를 먼저 보면 좋을 듯합니다. 백화점에서 내가 장난감을 열심히 보고 있을 때 아빠가 사라졌습니다. 이야기는 아빠를 찾아 나서는 아이의 관점에서 펼쳐지지요. 놀란 아이는 아빠를 찾아 나서지만 사람들이 많은 백화점 안에서 아빠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는 애가 탑니다. 혹시 아빠가 울고 있지는 않을지. 아빠처럼 양복을 입은 사람을 쫓아가면 모르는 아저씨가 서 있고, 아빠 넥타이가 보여 뛰어가면 비슷한 문양의 옷을 입은 아주머니입니다. 한참을 헤맨 끝에 아이는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는 아빠를 발견하고는 “아빠, 아빠!” 하고 소리쳐 부릅니다. 아빠는 아이에게 “그래, 얘야! 내리면 그대로 있어라!” 하고 당부하지요. 드디어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다시는 너를 못 찾는 줄 알았다.” “내가 아빠를 찾으니까 걱정 말아요.” 이제 장난감을 사러 가자는 아빠의 말에 벌써 무엇을 살지 정해 놓았다고 대답하는 아이의 천진난만함에 절로 웃음이 납니다. 결국 사라진 사람은 아빠가 아닌 아이이며 아빠가 사라진 아이를 애타게 찾아 다녔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지요.
백화점에서 아이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줄곧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아빠들을 흔히 봅니다. 오히려 엄마보다 아빠가 더 아이를 챙기는 모습이지요. 그런 아빠의 마음도 모른 채 아이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신기한 것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런데 만약 아빠가 아이처럼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한테 한 번 물어보세요. 역할 바꾸기 놀이를 하면서 장난감 사 달라고 떼쓰는 아빠 달래기, 심심해 하는 아빠랑 재미있게 놀아 주기, 아빠에게 그림책 읽어 주기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빠가 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은 알게 되겠지요.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재미나게 노는 아빠가 되어 주세요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입니다.” 공익 광고 캠페인에 나올 법한 이 아름다운 문장은 ‘육아빠’(육아하는 아빠)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정우열 박사(정신과 전문의)의 육아서 『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중앙books)에 나오는 말입니다. 정우열 박사는 아내 대신 휴직을 하고 아이를 키운 아빠로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합니다. 육아 블로그를 통해 일하는 엄마들을 응원하고 아이 키우는 일에 열중하는 아빠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기도 하지요.
아빠들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아빠들은 아이를 돌보면서 아내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은 육아에 대한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해서는 안 될 듯합니다. 아빠로서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한 발짝 뒤에서 바라만 보기보다는 아이 돌보기에 적극 참여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처럼 세련된 생각을 하는 아빠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육아의 보람을 느끼는 아빠들은 아이를 키운다고 하지 않고 자신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고 말합니다. 아이랑 놀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논다고 말합니다. 또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본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아빠도 아이랑 놀고 그림책을 함께 보면서 스스로 즐거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아이와 놀아 주는 아빠, 그림책 읽어 주는 아빠가 아닌 아이와 그림책을 보면서 재미있게 노는 아빠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리즈 비룡소 아기 그림책 51 | 글, 그림 이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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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102 | 글, 그림 사노 요코 | 옮김 김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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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_img4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서 어린이책의 매력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