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파라나』의 이옥수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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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2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발표하셨습니다. 우선 제목 ‘파라나’가 무척 독특하게 느껴지는데요, ‘파라나’란 어떤 뜻인지요?

파라나는 순우리말로 “마음이 푸르러서 언제나 싱싱한 기운을 느끼는 아이”라는 뜻입니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은 파라나지요.

시리즈 블루픽션 74 | 이옥수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3월 15일 | 정가 12,000원

Q2.이번 소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요? 작품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붙인 이름표를 벗어던지고 그냥 당당히 자기 이름이고 싶은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이라는 이름표를 달게 됩니다. 예를 들면 “착한 아들”이나 “착한 학생” 같은 것이죠.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칭찬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붙여 준 이름표가 당사자에게는 오히려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아무리 배려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거든요.

Q3.이옥수 작가님은 책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청소년들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 내고, 청소년들의 마음을 다독여 오셨습니다. 이번 신작의 주인공은 장애인 부모를 둔 소년 정호인데요, 정호를 주인공으로 삼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제가 이 이야기를 쓰려고 대충의 얼개를 짜면서 끼적이고 있을 때, 제가 참 좋아하는 어떤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장애인인 부모와 살다 보면 정말이지 ‘누가 낳아 달라고 했냐고요’,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때가 있다.”라고. 그 생생한 말이 백정호라는 인물을 탄생하게 만들었어요.

Q4.주인공 정호는 자기한테 주어지는 ‘착한 아들’, ‘착한 학생’이라는 이름표가 부담스러운 소년입니다. 정호의 ‘착한 알레르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지 않나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이 다 다른 성품과 개성을 지니고 태어나서 나름대로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나 각기 다른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자신이 포착한 한 면만을 보고서 마치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니까 타인에 의한 존재의 규정이라고 할까요? 이런 거 반복해서 당하다 보면 정말 예민해져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이 아닌, 남들이 생각한 이름표(네임태그)가 나에게 붙여지는 거죠. 그것 붙이고 날마다 살아간다고 생각해 봐요, 정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겠어요?

Q5.이번 소설을 쓰시면서 실제로 일 년간 전갈을 키우셨다고 들었습니다. 전갈법이란 독특한 표현도 책 속에 등장합니다. 과연 전갈의 어떤 면이 우리 청소년들과 오버랩되는 걸까요?

아, 전갈 얘기 나오니까, 편견 얘기도 좀 할게요. 우리는 전갈, 하면 뭔가 독침을 가진 징그러운 벌레로 생각하는데요, 제가 키워 보니 그런 생각한 것이 미안했어요. 전갈은 참 무던하고 점잖고, 언제나 자신의 품위를 지켜요.(이러면 전갈 마니아인가요? 하하) 아무리 먹음직한 밀웜을 줘도 적정량 외엔 절대 안 먹어요. 분수를 아는 거죠. 웅크리고 있으면 작아 보이지만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 줘야 할 때는, 정말 한 뼘이나 커지면서 아주 멋져요. 음, 전갈이 청소년들과 어떤 면이 오버랩되느냐고 물으셨죠? 용기와 용맹이요. 언제 어디서나 절대 기죽지 않고, 비록 독을 감추고 있지만 그 독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점잖음. 어둠과 맞서며 희망을 품고 묵묵히 견뎌 내는 우직함. 우리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그런 모습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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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지금까지 500회 이상의 강연을 하시면서 학교 현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이기도 하십니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동안 가장 뿌듯함을 느꼈던 순간은 어떤 순간이었는지 들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함이고 행복이지요. 이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고 사실, 혼자서 몇 번이나 곰곰 생각해 보기도 한 일인데 정말이지 제 정신 연령이 딱 청소년기에 멈춰 있는 게 맞아요. 그러니까 청소년 학생들을 만나는 건 친구를 만나는 것이지요. 제 생각과 같은, 저하고 배짱이 맞는……. 제 책을 읽은 친구들은 저의 생물학적인 나이보다는 제 정신 연령을 더더욱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서로 눈빛만 봐도 알아요. 우리가 얼마나 서로 사랑하고 있는지 함께 편먹고, 뒷담화 하고 깔깔거리기 좋아하는지……. 그러니까 어른의 입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게 아니고, 친구와 친구가 만나는 것이니까 언제 어디서 만나든지 즐겁고 기쁘지요.

Q7.청소년들이 책을 가까이 하기 힘들어 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책 읽기의 재미를 일깨워 주시는 선생님만의 비법이 있으신가요?

04_img_02그래서 제가 소설 쓰잖아요.(웃음) 비법이라고 별다른 게 있나요.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을 들이대는 것이지요. 뭐, 거창하게 독서의 효용을 말해 봤자 그 친구들은 그것 다 읽을 시간이 없어요. 아니 세상이 그 친구들에게 마음 놓고 책 읽을 시간을 줘 본 적이 있나요, 어디. 그래서 저는 그 친구들이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책을 읽어 보게 하려고 무지 노력해요. 내 얘기 같고, 내 옆 짝, 우리 반 친구 누구 이야기 같은 재미있는 소설을 써야 돼요. 재미있는 책으로 책 읽는 재미를 붙이고, 읽은 책을 서로 나누고 이야기하다 보면 독서가 습관이 되죠. 그렇게 습관이 되면 점점 좋은 독자가 되어 가는 것이고요. 아, 오해는 말아 주세요. 결코, 제 책만이 비법이라는 게 아니라, 각자가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세상이 더 좋을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작가가 늘 원고와 씨름하면서 좋은 작품을 써야 하듯이 청소년들과 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각기 자기 자리를 지키며,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혼신을 쏟으면 거기서 비법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물론 개인 능력의 차이는 감안해야 하겠지만요. 정직한 땀방울들이 모이면 최상은 어렵더라도 최선의 비법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런 희망을 품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