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양들을 부탁해』의 김세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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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선생님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린 첫 그림책 『양들을 부탁해』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 작품은 2013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기도 한데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황금도깨비상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면 언제나 입가에 웃음이 피어납니다. 그리고 행복합니다. 『양들을 부탁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너무 오랜 기간이 걸려 중도에 포기하려는 마음이 들 때마다 수상했을 때를 떠올리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 냈던 것 같습니다.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긴장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창작 책이기에 너무도 떨리고 흥분되었습니다. 출간된 책을 직접 받기 전까지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저를 가장 잠 못 들게 했지요. 책을 직접 받아 표지와 모든 것을 살펴보고 나서야 제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일러스트레이터 생활을 하면서 저의 이름이 인쇄된 책을 여러 번 받아 봤지만 이번만큼 긴장이 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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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양들을 부탁해』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와 빨간 모자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새로운 이야기인데요,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나 과정이 궁금합니다.

동물이 의인화된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 저에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부엉이와 원숭이, 코뿔소, 얼룩말 같이 특징이 있는 동물들의 표정과 재밌는 동작들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보는 연습을 하던 중 만나게 된 캐릭터가 늑대였습니다. 늑대를 그리며 생각해 본 것은 예전 동화에서 주인공으로 많이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양치기 소년, 빨간 모자, 아기 돼지 삼형제 같은 동화 속의 한 장면을 그리며, 여러 가지 색다른 장면들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여러 이야기 속의 늑대를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쌓여 간 작품들은 조금씩 순서를 갖게 되었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연결할 수 있는 코드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의 세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캐릭터의 성격이었습니다. 어디서든 확실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에 이야기를 합치거나 분리해도 재미있는 그림이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양치기 소년과 빨간 모자 원작들을 찾아 읽어 보며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고 상상력을 더해 『양들을 부탁해』를 완성해 냈답니다.

Q3.오랫동안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해 오셨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 작품들과 다른 새로운 화풍을 선보이셨습니다. 자유로운 선과 화려한 색들이 겹치면서 깊이 있고 생기가 넘쳐흐릅니다. 한 장 한 장이 마치 미술 작품을 보는 듯한데요, 이런 작업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요?

보통 전집 일러스트 작업을 할 때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면 수정하거나 다시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림책 전집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라 해서 자유로운 표현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정교하고 가벼운 느낌이 되도록 그려야 좋은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그러던 중 후배의 충고 한마디로 새로운 변신을 해 보게 되었는데 그것은 그림의 크기에 변화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림책 일러스트는 작은 공간에 그려야 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작은 세필로 작업을 하는 화가들이 많이 있지요. 한데 얼마 전부터 저는 좀 더 넓고 큰 화면을 선택해 굵은 붓으로 거친 형태감을 표현했고 그 가운데 색이 서로 섞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생겼습니다. 화면을 넓게 사용했기에 붓을 큰 것으로 바꾸게 되었고 살짝 삐뚤어진 선이나 삐져나온 색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작업들이 재미있었고, 갈수록 과감해지게 되어 보색적인 대비나 무채색만 사용한 이미지를 작업해 보게 되었습니다.

Q4.『양들을 부탁해』는 수상 후 출간되기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작업하면서 특별히 힘들었을 때나 기뻤을 때가 언제였나요?

공모전 수상작이기에 작가의 결과물에 충실한 책이 될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완성 더미북에서 곧 마무리되어 책이 출간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3번의 더미북 작업과 10번 이상의 원고 수정은 분명 쉽지 않았던 과정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끝이다 생각했을 때 편집부에서 다시 한 번 더 수정을 해 보자는 의견을 냈고, 저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 이유는 강한 이미지만으로는 이야기의 핵심이 잘 표현 되지 않는다는 의견 때문이었습니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던 시간이 많았습니다. 결국 해답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덜어 내는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되었고, 많이 덜어 낼수록 좋은 장면이 연출되었지요. 몇몇 장면이 가벼운 느낌으로 교체되었을 때 늑대의 이미지는 더 강해진다는 사실이 저를 기쁘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강한 이미지를 좋아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Q5.『양들을 부탁해』는 겁 많고 평범한 소년이 사랑하는 양들을 지키기 위해 용감한 늑대 사냥꾼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옛이야기 형식을 빌려 재미나게 그려 냈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는지요?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읽으면서 전 소년이 어떻게 자랐을까? 궁금했습니다. 또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쟁이다’라고 단정 짓기 전에 변명이라도 들어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양치기 소년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고, 소년의 미래상을 그려 보기로 했지요. 『양들을 부탁해』에서 소년은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고 양들을 늑대에게 모두 잃은 무책임한 소년이 아니라 양을 사랑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따뜻한 아이로 그려졌습니다. 또한 사랑하는 양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용기를 내는 멋진 캐릭터이지요.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용기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Q6.선생님의 첫 그림책인 만큼 모든 장면이 다 소중하고 의미가 있겠지만 특별히 더 좋아하는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숨어 있는 장면이 있는지요?

저는 늑대가 나오는 장면이 좋습니다. 여러 곳에 늑대의 모습을 숨겨 놓았고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평범한 장면으로 보이는 곳에서도 늑대를 등장시키며 이야기의 주인공인 소년에 견줄 만한 비중을 두어 어리고 약한 소년을 더욱 씩씩하고 용감한 소년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작품의 질을 위해 덜어 내는 작업에서 늑대의 본 모습이 나오는 장면들이 빠지기도 했는데, 그 장면들은 ‘양들을 쫓아가는 늑대’가 나오는 장면을 돋보이게 하려고 빼게 된 것이지요. 여러 번의 수정과 판형을 위한 추가 그림까지 더해서, 제일 공들인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Q7.이 작품은 옛이야기에서 소재를 얻으셨는데요, 그 외에도 선생님에게 특별히 영향을 준 책이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펠릭스 호프만의 『찔레꽃 공주』를 보면서 분명 명작 동화의 이야기인데 작가의 해석으로 색다른 느낌의 그림책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재탄생시킬 수 있는 것은 작가만의 시선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또한 찰스 키핑의 『찰리, 샬럿, 금빛 카나리아』에서처럼 자유로운 드로잉과 원색적인 채색 방식을 보고 표현주의 기법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Q8.그림책 작가로 첫 발을 내디디셨는데요, 다음에는 어떤 작품들을 내놓으실지 기대가 큽니다. 작가로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창작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꾼이 아니면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그림에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은 화가는 살아 있는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합니다. 하나하나의 그림에 생명을 넣어 주기 위해서 이유나 목적을 설명해야 하고 독자들과의 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소통의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앞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그리는 것이, 소통을 계속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하고, 살아가며 느끼는 감성이나 교훈들, 옛이야기들을 시각적 아름다움을 통해 전해 주는 그림책 작가가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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