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심리 여행: 아이와 함께 그림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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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 편의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겁니다. 인생 이야기가 희극이 되느냐, 비극이 되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까지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설계해 나가야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저는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유쾌하게 만들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자기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포트폴리오는 구직 때 제출하는 사진․그림 등의 작품집을 뜻하는데 이 단어를 내 인생의 역사, 내 인생이 담긴 작품집이란 의미로 확장해 보면 어떨까요? 특별한 테마를 담은 인생의 포트폴리오. 그 테마는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일수록 효과가 큽니다. 흥미는 아이로 하여금 무언가를 하고 싶게 만드는 동기를 유발하니까요.
만약 아이가 그림책 읽기를 좋아한다면 그림책을 주제로 함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세요. 어떻게 그림책 포토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까요? 결코 어렵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즐거움은 무척 중요한 키워드랍니다. 즐거움은 긍정적인 감정이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척 중요한 감정이지요. 어린 시절에 놀이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만끽한 아이들일수록 자아관, 타인관, 세계관이 긍정적이고 창의력과 상상력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열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7월에는 8월까지 이어지는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와 함께 만드는 그림책 포트폴리오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이는 아이의 행복을 열어 주는 독서 교육 1편(바로가기)에서 잠깐 다루었던 내용의 확장이면서, 제가 즐겨 쓰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림책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발견한 아이들의 마음을 들려 드리면 부모님들께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를 아세요?
작년 가을 이후 효과적인 자녀 독서 교육 방법을 찾는 엄마들께 자주 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군지 알고 계신가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작년 9월, 대구광역시남부교육지원청 행복유아그림책 프로젝트 일환으로 마련된 작가와의 만남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벅찹니다. 유아들에게 행복감을 심어 주기 위한 그림책 프로젝트, 그중에서 비룡소 출판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 작가와의 만남은 무척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지요.

▲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

유아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만든 작가들이 직접 유치원을 방문해 자기 목소리로 그림책을 읽어 주고 책이 만들어진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었지요. 또 재미있는 책 놀이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 오늘 뭐 타고 왔어요?”라는 다소 엉뚱하고 귀여운 질문에 “KTX라는 빠른 기차를 타고 왔어요.” 하고 눈높이 설명을 해 준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비룡소)의 장선환 작가의 다정한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엄마들이 떠오릅니다.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사인회에 손이 아플 법도 하지만 조금도 내색 않고 줄을 선 아이와 엄마들에게 마지막까지 사인을 해 주었지요. 이렇게 18개 유치원에 초대받은 10명의 그림책 작가들은 유아들의 열띤 반응에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작가를 위해 작은 그림 편지를 써서 선물로 준비하는 정성을 보였습니다. 아이들의 선물을 받은 작가들은 환한 미소와 행복한 표정으로 보답했지요.

지금도 유치원 교사들이 그날의 행복감을 얘기하고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 일이었습니다. 의미 있는 경험을 한 아이들은 자기가 만난 그림책 작가의 책에 예전보다 훨씬 큰 관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또 누군가는 작가를 꿈꾸게 될 지도 모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 아이들은 그날의 즐거움을 잊어버리겠지요. 하지만 엄마들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작가를 만나던 날 마냥 신이 나던 아이를 통해 또 다른 방식의 그림책 읽기를 배우게 된 것이지요. 그날을 계기로 그림책 작가 초청 강연회가 열리면 아이와 함께 찾아다니게 됐다는 몇몇 엄마들의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작가를 알고 그림책을 보면 생각이 넓어져요
제가 작가 중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입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친정 엄마가 작가별로 책 읽는 모습을 봐 왔습니다. 당시에는 작가를 따라 읽는 방식에 어떤 유용성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그런 식의 책읽기가 저의 무의식 속에 남아 있었나 봅니다. 옛 기억을 떠올려 보자면 친정 엄마가 좋아한 작가는 김유정이었습니다. 『동백꽃』과 『봄봄』이 무척 재미있다고 말씀하셨던 것과 모파상의 단편 소설도 즐겨 읽으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한 작가의 작품을 섭렵하고 나면 또 다른 작가로 옮겨 가는 식이었지요.
그래서 중학교 2학년 여름 방학에 저는 엄마가 보던 낡은 한국 단편 문학 선집 중 선명한 기억으로 남은 김유정의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김유정의 작품을 시작으로 한국과 외국의 장 ‧ 단편 소설을 작가별로 섭렵하기 시작했는데 그 방법이 제게는 잘 맞았습니다. 작가의 삶에 관한 이야기도 빠짐없이 읽다 보니 때로는 책 내용보다 비극으로 끝난 작가의 생애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은 작가들의 의지에 감탄도 했고요.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고 작가의 생애를 알고 나서 작품을 읽으니 훨씬 더 많은 것이 보였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책 읽기는 아직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그림책에 있어서 작가별 읽기는 무척 매력적인 독서 방법이며, 또 다른 즐거움을 얻는 기회가 됩니다.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그림책 『강아지똥』(길벗어린이)과의 만남은 고 권정생 작가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권정생 작가가 2007년 3월 31일 남긴 유서에는 “예금 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쪽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내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안녕히 계세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권정생 선생은 한국 어린이들뿐 아니라 세계의 어린이들을 생각했습니다.
늘 마음속으로 감사하며 그리워한 권정생 작가가 생을 마감했다는 기사를 읽고 난 후에야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빌뱅이 언덕 아래에 자리 잡은 여덟 평 남짓한 오두막집을 찾았습니다. 이후 5년간 빨간 슬레이트 지붕의 흙벽 집을 드나들면서 1년 열두 달, 4계절의 변화를 카메라 속에 담았지요. 이른 아침, 해질 무렵, 한낮의 뙤약볕, 바람 부는 날, 비가 오는 날, 안개가 자욱한 날, 눈이 오는 날. 옆 마당에는 오래된 냉장고가 서 있었습니다. 싱크대 위 창문에는 아이들이 써 놓고 간 나뭇잎 편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고요.
처음 갔을 때 저를 반겨 준 것은 창문에 줄지어 붙여 놓은 아이들이 쓴 나뭇잎 편지였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어린이들의 선물을 소중하게 여긴 작가의 마음이 느껴져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뭇잎 편지들은 하나씩 사라져 갔습니다.
기울기가 심해 곧 쓰러질 것 같았던 평상은 깨끗하게 수리가 되어 반듯하게 서 있고 얼마 전에는 지붕도 새 단장을 해서 지붕색이 선명합니다. 어떤 날은 주인을 알 수 없는 강아지 한 마리가 혼자 놀고 있고 어떤 날은 사진작가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옛날식 초록색 나무 책상 위에 놓인 방명록을 보면 누가 다녀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적힌 아이들의 삐뚤삐뚤한 글씨가 무척 정겹습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집을 둘러보며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때면 살아 있는 독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듯해서 흐뭇합니다.
수백 만 부 넘게 팔린 책을 쓴 작가의 집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초라하고 볼품없지만 제게 큰 가르침을 준 곳입니다. ‘당신은 너무 많이 가졌고 너무 사치하고 너무 욕심을 낸다.’는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결혼해서 안동에 신혼집을 마련하고 친구 한 명 없이 외로웠던 제게 ‘강아지똥’ 할아버지가 살던 집은 말 없는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타지에서 온 이방인의 외로움을 말없이 달래어 준 작은 집이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곰 사냥을 떠나자』의 작가 마이클 로젠 역시 특별한 방식으로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동화작가이자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으로서도 유명한 그는 책을 쓰는 것만큼 이야기 들려주기를 좋아해서 자주 어린이들과 만나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단어를 어린이들의 귀 속에 살아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으로서 어린이들 앞에 서는 것이지요. 그림책 작가로서의 역할에 머물지 않고 어린이들의 언어 교육에까지 관심을 가지는 이야기꾼 마이클 로젠. 어린이와 소통하는 그의 모습은 아이 그 자체입니다. 이처럼 작가들은 그들의 내면에 어린이를 품고 있고 어린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이 세상 모든 어른들이 그림책 작가들처럼 내면에 어린이를 품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한 어린이의 마음을 잘 알아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독서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끄는 계기가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에는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관심은 책을 신중하고 꼼꼼하게 살펴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으로 작용하지요. 또한 작가의 삶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으로 확장되어 미래의 꿈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를 만들어 주는 것은 독서 교육의 수준을 한층 높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작가에 대한 관심은 책에 실린 작가 소개 글을 읽는 데서부터 시작돼요
모든 그림책에는 작가 소개가 간략하게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작가 정보를 보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내용만 기억하면 되지 작가에 대해 굳이 알 필요가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내용 중심의 책 읽기를 해 왔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삶에 관심을 갖고 책에 실린 내용 외에 궁금한 정보를 추가로 찾아보는 과정의 매력을 아직까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권의 책을 보고 나서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몇 권 더 보면 작품 세계를 분석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는데, 이는 작가의 생애와 책의 탄생 배경에 관한 깊은 관심으로 이어집니다. 독서가 책 속의 내용만 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둘러싼 모든 것에 관한 읽기가 가능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들께 어떤 책을 보여 주든, 작가에 관한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작가에 대한 관심을 열어 주는 첫 단계는 책에 실린 작가 소개 글을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습니다. 글자를 모르는 유아들은 엄마가 쉽게 풀어서 들려주고 초등학생들은 혼자 읽게 하면 됩니다.
어떤 책은 작가 정보를 문학적으로 풀어 놓기도 합니다. 책의 내용을 패러디하여 써 놓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중요한 사실』(보림)입니다. 글 작가, 그림 작가, 번역 작가에 대한 소개 글이 마치 한 편의 시를 보는 듯합니다.

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거야. 나는 『애국가를 부르는 진돗개』, 『학교에 간 개돌이』, 『눈길』들에 그림을 그렸고 명지대학교에서 그림을 가르쳐. 모네의 빛과 색감을 좋아하고 꿈의 세계를 표현한 마그리트를 좋아해. 좋은 글에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고 뱃속에서부터 나와 함게 그림을 그린 아들 진이와 동화 속 주인공을 그리며 낄낄대기를 좋아하지. 하지만 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내가 그린 그림을 어린이와 함께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거야._그린이 최재은
―『중요한 사실』 작가 소개 페이지에서

유아들에게는 그림책을 읽어 준 다음, 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씩 얘기해 보게 합니다. 초등학생일 경우에는 자신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생각할 시간을 주고 발표하게 합니다. 그다음에 작가 소개 글의 서술 방식을 패러디해서 한 편의 시를 완성하게 하는 후속 활동을 주로 합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사실을 간직한지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때때로 제가 대신 찾아 주곤 하지요. 아주 평범한 것에서부터, 이것도 중요한 사실이 될 수 있을까 싶은 것까지 의미 부여를 해 줍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알아가고 자기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습니다. 나아가 엄마에 관한 중요한 사실, 아빠에 관한 중요한 사실, 짝꿍에 관한 중요한 사실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와 함께 하는 주위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니까요.

아이 손을 잡고 작가 초청 강연을 들으러 가 보세요
요즘은 공공 도서관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그림책 작가 초청 강연회가 열립니다.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면 아이가 포트폴리오를 즐겁게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 홈페이지를 자주 찾다 보면 ‘작가와의 만남’ 일정이 올라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이지요. 아이와 함께 작가의 책을 읽은 다음 도서관으로 향하는 겁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모르고 가면 ‘그냥 작가 이야기를 한 번 들었네.’가 되지만 알고 가면 ‘아, 저런 뜻이 있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요. 아이에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 주면 아이들의 긍정적인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뒷자리에 앉는 게 심리적으로 편하겠지만 되도록 앞자리에 앉기를 권합니다. 작가의 표정을 가까이서 보고 마이크 너머로 들리는 작가의 원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봅니다. 작가의 이야기가 끝난 후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에도 앞자리가 유리합니다. 뒷자리에서 질문하면 앞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데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서 당황스러운 나머지 질문을 잊어버리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는다면 부담스러운 시선에서 자유롭습니다.
또 앞자리에 앉으면 사인을 받거나 기념사진 촬영을 하려고 기다리다가 순서가 끝나서 아쉽게 돌아오는 일도 줄어듭니다. 언젠가 그림책 작가 초청 강연회에서 뒷자리에 앉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렸지만 결국 사인을 받지 못해 울면서 엄마를 원망하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앞에 앉자고 했잖아!”라는 아이의 말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엄마가 뒤에 앉자고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 교육 시간에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일찍 오는 분들이 주로 뒷자리에 앉고 늦게 와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분들이 앞자리에 앉습니다. 아무리 앞자리에 앉으시라고 해도 꿈쩍도 않는 분들도 있지요. 어떤 때는 “편한 대로 앉으면 안 돼요?”라고 ‘톡’ 쏘아붙이는 분들 때문에 살짝 무안해지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아이를 위해 조금만 용기를 내어 주세요.
작가의 그림책 한 권을 들고 가서 사인 받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종이 한 장 내밀며 “사인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작가의 책을 내밀며 좋은 그림책을 만들어 준 작가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격려하면서 사인을 청하는 것 중에서 작가에게 감동을 주는 행동은 어떤 쪽일까요? 이 차이는 어쩌면 작가를 대하는 자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유아기와 저학년 때는 그림책 작가를, 고학년 때는 그림책 작가와 동화 작가의 강연회를 찾아다니며 소통하다 보면 저자의 사인이 담긴 책이 책장에 가득 차게 될 테지요. 무엇보다 아이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글과 그림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고 엄마랑 둘이 볼 때는 몰랐던 숨은 뜻을 알아 가는 재미에 푹 빠져들 것입니다.

▲ 『눈 오는 날』

작가에게 편지 쓰기도 권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감동적이거나 인상적인 책을 보면 작가에게 메일을 보냅니다. 답장을 바라고 쓰는 게 아닙니다. 이 세상에 좋은 책을 펴내 준 작가께 독자로서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이지요. 그런데 기대하지 않는 답장을 종종 받게 되면 아이마냥 폴짝폴짝 뜁니다. 『눈 오는 날』(비룡소)과 『피터의 의자』(시공주니어)로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작가 에즈라 잭 키츠는 어린이 독자들의 편지에 일일이 답장하고 독자들이 보내 준 서툰 그림과 글을 소중히 간직했습니다. 또 어린이 독자들의 성가신 전화에도 언제나 친절하게 답하고 어린이들이 부르는 곳에는 발 벗고 달려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어린이 독자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습니다. 결코 좌절감을 갖게 하지도 않지요.

 
그림책 너머의 세계에도 관심을 갖는 엄마가 되세요
엄마들은 주로 아이의 수준과 관심사를 따라가며 재미있는 그림책, 감동이 있는 그림책, 정보가 있는 그림책을 함께 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면 어떨까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담은 책을 보는 겁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으로는 『이수지의 그림책』(비룡소)과 『존 버닝햄 』(비룡소)이 있습니다.

▲ 『존 버닝햄』

▲ 『이수지의 그림책』

 

 

 

 

 

 

 

 

 

 

 

 

 

 

 

『이수지의 그림책』은 이수지 작가의 대표작인 『거울속으로』,『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를 만들면서 했던 생각들을 되짚어 보면서 쓴 작업 노트입니다. 그래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 그림책 삼부작’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요. 그림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그림책을 그림책답게 만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림책의 형식과 내용은 서로 어떻게 만날까? 그림책을 만드는 즐거움은 어디서 올까? 등의 질문을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이 만든 그림책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답해 갑니다. 작가가 직접 말하는 그림책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림책이 무척 정교한 창작물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될 것입니다.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파도야 놀자』가 출간되고 얼마 후, 영국 어느 지방의 책방 주인에게서 앞 장면의 그림에 관해 이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파도야 놀자』 펼침 페이지 중간에 아이와 새의 일부가 잘려 나갔던데, 이거 원래 이런 건가요? 혹시나 싶어서 다른 책방도 가서 확인해 봤는데 모두 그렇더군요. 우리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겁니까, 아니면 인쇄가 잘못된 겁니까?”

인쇄 사고였을까요?

페이지를 넘기면 바로 대답이 나올까 했는데 이수지 작가는 마지막에 가서야 대답을 내어 놓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사방 뚝뚝 잘려 사각으로 구획 지어진 작은 세계가 열리고 닫힙니다. 맨 마지막 장이 넘어갑니다.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책이 닫힙니다. 세계도 닫힙니다. 그리고 날렵하게 책장 한 귀퉁이에 꽂힙니다. 책꽂이에 꽂히는 예술, 딱 그 크기만한 예술. 이야, 멋지지 않습니까. 이제 책 밖으로 나가야 할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러므로,
…… 이것, 인쇄 사고 아닙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 2010년 12월호에는 30여개국 어린이들을 열광시킨 「마녀 위니」 시리즈의 작가 코키 폴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창덕궁 돌담 앞에서 그림자놀이를 하는 사진과 카메라 앞에서 지어 보인 익살스러운 표정은 그가 어떤 영혼을 가졌는지를 말해 주는 듯했습니다.
독서 치료 프로그램을 할 때 「마녀 위니」 시리즈는 자주 사용하는 그림책입니다. 마술 지팡이를 만들어 마술 부리는 놀이에 심취한 아이들은 그저 즐거워서 깔깔댑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녀는 검은 깔때기 모자를 쓰고 검은 옷을 입고 빗자루를 타고서 하늘을 날아다니는데 마녀 위니는 어떤가요? 비썩 마른 몸매에다 우스꽝스러운 패션까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도대체 마녀의 카리스마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외모와 허당기(?) 가득한 그의 행동들. 그런데도 아이들은 위니를 좋아합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자신의 모습과도 닮았기 때문이지요. 실수투성이지만 좌절하지 않는 위니가 한편으로 부럽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코키 폴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마녀 위니는 다른 마녀들처럼 완벽하지도 않고 늘 적절한 행동을 하지도 않아요. 실수로 마법의 지팡이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 버리는가 하면 요술 지팡이로 하늘을 날다가 빌딩 벽에 부딪히는 등 실수 연발이지만 그래도 어떤 일이든 시도하려고 하죠. 그리고 실수를 통해 배워 나갑니다. 마녀 위니처럼 나도, 여러분도 탄탄대로만 걸으며 살 수는 없겠지요. 마녀 위니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바로 그것입니다.”―「인생이라는 마법의 성에서 잠시…」, ≪행복이 가득한 집≫(2010년 12월호)

이어진 인터뷰는 코키 폴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비추었습니다. 이처럼 유쾌한 위니를 탄생시킨 코키 폴의 인생은 어땠을까요? 그림책처럼 웃음이 나는 유쾌한 삶이었을까요? 코키 폴은 짐바브웨에서 아프리카인과 영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혼혈인이지요. 농장을 경영하던 아버지는 아들이 법률가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합니다. 혼혈인으로서 인종차별을 피해갈 수 없었지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백인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받으며 외로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앙골라 전쟁에 투입되어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참상에 괴로운 날을 보내기도 했고요. 제대 후 다시 전쟁에 소집되자 결국 그는 아프리카를 떠나고 맙니다. 그 후 프랑스와 폴란드 등을 떠돌다 그리스에 정착해서 올리브와 포도 따는 일로 연명하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는 런던과 로스앤젤레스 등을 거치며 그림책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작가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마녀 위니’가 탄생했지요.
마녀의 집과 옷 등은 보통 검은색으로 그려지는데, 코키 폴은 위니에게 노란색 줄무늬 스타킹을 신겼습니다. 자기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발상의 전환으로 위니라는 캐릭터를 태어나게 했습니다. 재미있게도 그 역시 줄무늬 양말을 신고 다닌다고 합니다. 어쩌면 위니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했던 그의 젊은 날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왜 위니가 늘 실수를 연발하고 우스꽝스러운 노란색 줄무늬 스타킹을 신고 있는지 이해가 될 겁니다.

작가에 대한 관심은 유능한 독자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돼요
여름 방학에는 아이의 발달 특성에 알맞은 그림책을 골라 함께 읽고 그림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넓고 깊게 읽어 가는 독서 교육도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 보시면 작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입니다.
작가별로 그림책 보기, 작가의 삶을 통해 그림책을 만나는 독서 방식은 아이들을 유능한 독자로 성장하게 합니다. 여기서 유능한 독자란 ‘어떤 종류의 책을 만나든, 거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독(多讀)의 능력보다 해석의 능력을 지닌 독자, 감상과 표현을 넘나들며 책을 즐길 줄 아는 독자’를 의미하지요. 작가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 작가와 만나는 경험 역시 아이가 유능한 독자로 자라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이가 유능한 독자로 자라나기에 앞서 엄마도 유능한 독자가 되어 보면 어떨까요. 어떤 작가를 좋아하시나요?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44 | 글, 그림 장선환
연령 4~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14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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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1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6년 6월 30일 | 정가 25,000원
시리즈 논픽션 단행본 | 글, 그림 이수지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11월 25일 | 정가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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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4~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5월 25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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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이수지,『이수지의 그림책』(비룡소, 2011)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중요한 사실』(보림, 2005)
EBS 다큐프라임, 「학교란 무엇인가?」 7부 책 읽기, 생각을 열다(해나무, 2004)
「인생이라는 마법의 성에서 잠시…」, 《행복이 가득한 집》(2010년 12월호)
「에즈러 잭 키츠의 거대한 뿌리」, 《창비어린이》(2003년 가을호)


d_img4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서 어린이책의 매력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