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천효정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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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제2회 스토리킹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을 들려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천효정입니다. 작년 이맘때, 제1회 스토리킹에 대한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어린이들이 직접 뽑은 상이란 말에 충격을 느꼈죠. 동화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그런 상이겠구나, 싶었어요. 투고를 하면서도 설마 진짜로 당선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제가 스토리킹 문학상을 타게 되었다고 하니까 가족, 친구들 모두 놀라고 기뻐해 주었는데, 아마 제일 놀란 사람은 저 자신이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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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이번 작품이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무협 동화라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를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는 명랑 무협 동화입니다. 고아 소년 건방이가 우연히 권법의 고수인 오방도사를 만나 좌충우돌하며 무술을 수련하게 되는 이야기이지요. 건방이는 이름처럼 건방지고 허세 기가 많은 아이에요. 그 때문에 스승인 오방도사와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지만 둘은 스승과 제자라기보다는 할아버지와 손자처럼 서로 의지하고 아끼는 사이입니다.
이 둘 사이에 오방도사의 첫사랑인 설화당주, 설화당주의 제자인 초아, 그리고 오방도사의 첫 번째 제자이자 건방이와는 라이벌 격인 대도 도꼬마리가 가세하면서 여러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201408_img_02

Q3.지금은 육아 휴직으로 잠시 쉬고 있지만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시라고 들었어요. 선생님께서 작가의 꿈을 키우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8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하루도 쉬지 않고 반 아이들에게 10분씩 옛이야기를 읽어 주었어요. 짤막한 옛이야기가 여러 편 들어 있는 책 10권 세트를 사서 반 아이들에게 읽어 줬는데 학년에 상관없이 너무들 좋아했어요.
하루라도 거르려고 하면 아이들이 먼저 읽어 달라고 난리예요. 어쩌다 짧은 이야기를 읽어서 10분을 채우지 못하면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읽어 달라고 성화를 부리기도 했지요. 외국 동화를 읽어 주기도 해 봤는데 그렇게까지 열광하지는 않아서 신기했어요.
독후 활동이 필수가 된 요즘 아이들에게는 책읽기는 독서 감상문을 쓰기 위한 다른 종류의 숙제가 되어 버린 지 오래입니다. 아이들이 아무런 부담 없이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지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늘 마음속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Q4.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문학동네에서도 큰 상을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두 문학상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이야기를 쓸 때, 문학적인 부분, 오락적인 부분을 나누어서 생각하시나요?

201408_img_05저는 글을 쓸 때, 문학적인 부분은 고려하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동화를 처음 쓰기 시작한 무렵에는 문학적인,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메시지를 넣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제약 속에서 쓴 글들은 제가 읽어 봐도 억지스럽고 재미가 없었죠. 그러던 중에 그냥 막무가내로 ‘재미있게만 써 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쓴 글이 뜻밖에도 문학상을 받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일명 ‘장르’라고 불리는 영역에는 선뜻 발을 디디기 어려웠어요. SF나 판타지 같은 분야는 동화 쪽에서도 많이 열려서 이제는 장르라고 따로 구분하지도 않을 정도이지만, 제가 쓰고 싶었던 무협은 아직 시도하는 작가가 없었어요. 그래서 무협 동화가 과연 받아들여질까, 책으로 낼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했어요. 그러던 중에 본격 어린이 장르 동화를 지향하는 스토리킹을 떠올리게 됐어요. 아마, 스토리킹이라는 문학상이 없었더라면 저는 이 이야기를 쓸 용기를 낼 수 없었을 거예요.
 
 
 
 

Q5.명랑 무협 동화라는 장르가 특이해요. 어떻게 무협 동화를 쓸 생각을 하셨나요?

개인적으로 무협 소설을 무척 좋아해서 늘 아이들이 주인공인 무협 동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그동안 본격 무협 동화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무협은 낯선 영역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게임에서, 영화에서, 만화에서 늘 무협을 만나고 있지요. 요즘 우리 아이들은 몸을 쓰며 노는 일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땀 흘리며 수련하고, 놀라운 무술 실력으로 영웅이 되고, 생사의 기로에서 대결하는 그런 긴박함을 갈망합니다. 저는 동화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그런 세계를 펼쳐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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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교사 생활이 동화 집필에 어떤 도움이 되시나요?

교사는 동화 작가에게 정말 좋은 직업입니다. 지금 아이들이 쓰는 말, 좋아하는 것, 가장 큰 고민 등을 아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데다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면서 업데이트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교사 동화 작가들이 범할 수 있는 함정은 좀 조심할 필요가 있겠지요. 이를테면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의 시선이 아닌 교사의 시선을 강요하게 된다는 등의 문제점이요.

Q7.좋아하는 작가나 작품, 혹은 집필에 영향을 주는 인물이 있다면 얘기해 주세요.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에요. 특히 동화 분야에 있어서는 싫어하는 작품이나 작가를 찾기가 어려워요. 어떤 이야기든 나름대로 의미 있고, 훌륭하거든요. 다른 작가들의 좋은 동화 작품을 읽을 때, 제일 자극받고 ‘나도 이렇게’ 또는 ‘나는 저렇게’ 써 봐야 겠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작품과 작가를 꼽으라면, 『어스시 이야기』를 쓴 ’어슐러 K 르 귄‘과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쓴 ‘로알드 달’을 선택할게요. 제 꿈은 윌리 웡카처럼 심술궂을 정도로 장난스러운 주인공이 어스시처럼 환상적인 판타지의 세계에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를 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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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위의 질문보다 더 어려운 질문이 나왔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이야기에 메시지를 넣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제 책을 읽게 될 어린이들께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어린이 여러분, 이 책에서 어떤 메시지도 찾지 마세요. 메시지는 작가가 써 놓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직접 만드는 것이랍니다!”

Q9.앞으로의 작품 계획을 살짝 알려 주세요.

저는 학생 때도 계획을 거의 하루 단위로 세웠어요. 그냥 내가 당장 올라야 할 한 계단만 보자는 주의거든요. 지금도 미리 거창한 계획을 세우진 않습니다. 그러니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의 후속작을 잘 쓰는 일이겠네요. 그다음은 후속작을 쓰고 난 후, 천천히 생각해 볼까 해요.

  1. 이미현
    2015.8.28 11: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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