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심리 여행: 아이의 마음에 평화의 싹을 심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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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인권, 공존과 공생을 이야기하는 그림책들을 관심 있게 보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그림책들을 치유 활동에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분쟁, 테러, 갈등을 비롯해 편견, 불합리,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 환경 때문에 상처받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처럼 거시적인 이유가 평화와 공존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이 지닌 가치의 전부는 아닙니다. 심리상담사이기 전에 저도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인격을 수양해 가는 과정에 있는 불완전한 사람입니다. 때로 마음속 평화가 깨져 요동치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이면 제 자신이 싫어집니다. ‘내가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내 마음 하나 어쩌지 못하면서 무슨 상담을 한다고.’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갑니다. 하지만 금방 생각을 바꾸어 나아지고자 노력하는 자신을 사랑하기로 합니다. ‘평화’를 떠올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보면 신기하게도 정말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 심리 상담도 어떤 문제로 인해 힘들어 하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는 데 목표를 둡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속에 평화를 심어 주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가정의 평화에서부터 출발해야 하거든요.
자녀 교육에 관하여 공부나 경쟁보다 더불어 살기를 중요히 여기는 지인들이 종종 이런 얘기를 합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이지요. 그래서 되도록 아이들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고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처럼 사랑의 언어를 많이 사용하면서 나름대로 ‘평화 교육’을 한다고 하지요. 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일인가요.
올해 일어난 가슴 아픈 일들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큰 상처를 받은 분들이 많은 요즈음 어느 때보다 ‘평화’가 그립다고 합니다. 그래서 독서의 달 9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 가을의 문턱에서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책 이야기를 풀어 볼까 합니다. 전쟁의 참상을 다룬 그림책은 무척 아프고 슬프지만 공존, 공생, 소통과 화합을 담은 그림책은 우리에게 따뜻한 희망을 심어 주기에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치유 도구이자 마음의 비타민이 되어 줍니다.

평화를 노래한 작가, 권정생 선생님
평화, 공존, 공생, 하면 권정생 선생님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평생 아이들에게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 마음껏 꿈꾸며 뛰노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어 한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살기를 이야기하는 그의 그림책 『강아지똥』과 『황소 아저씨』를 모르는 아이들이 드뭅니다.
지난주에 안동에 있는 옛 일직남부초등학교를 단장하여 개관한 권정생 동화나라에 다녀왔습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상을 보다가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어디에 쓰일 것인가?”라는 메시지가 『강아지똥』 애니메이션과 함께 머릿속을 스치며 제게 심오한 말을 걸어 오더군요. 마치 “평화를 위해 너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들렸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유언장에는 이런 부탁이 들어 있습니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재작년 어린이날 몇 자 적어놓은 글이 있으니 참조해 주세요.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쪽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2007년 3월 31일 오후 6시 10분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권정생 선생님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 불쌍해요. 사실은……. 아이들이 잘못되어 삐뚤어지게 되는 원인도 사회가 만든 거니까요.”
아이들 마음속에 평화가 깃들 수 없는 것은 어른들 잘못, 사회의 잘못이지요. 유품 전시관 벽에 그려진 강아지똥 그림을 보며 마냥 반가워하던 아이들의 미래는 평화로웠으면 하고 바랍니다.

평화는 무슨 맛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에게 평화의 의미를 묻는 그림책 『평화는 무슨 맛일까?』(비룡소)는 세계의 어린이들이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같은 다섯 가지 감각에 비유한 평화의 정의를 통해 우리 가까이에 있는 평화를 이야기합니다.

연령 6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9월 10일 | 정가 11,000원
그림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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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는 무슨 맛일까?』

미국 뉴욕과 이탈리아 로마를 오가며 그림책 작가이자 삽화가로 활동하는 평화주의자 블라디미르 라둔스키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로마의 암브릿 국제 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평화의 냄새는 어떨까?’ ‘평화의 모습은 어떨까?’ ‘평화의 맛은 어떨까?’ ‘평화를 만지는 어떤 느낌일까?’ ‘평화로 무얼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하며 인터뷰를 했다고 하지요.
결코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닌데도 아이들은 어른들을 감동시킬 만큼 놀라운 대답을 내놓습니다. 아마도 작가의 친절하고 따뜻한 태도가 아이들의 마음에 가닿았고, 아이들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기가 원하는 답을 유도하기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화를 생각해 볼 시간을 준 접근 방식 덕분에 많은 아이들이 평화를 노래하는 시인으로 거듭난 듯합니다.
평화는 전쟁과 갈등이 멈춘 평온하고 화목한 상태를 말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러한 추상어인 평화의 정의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칫 평화는 우리 삶과 멀리 떨어져 있고 낯선 개념이 될 수 있기에 작가는 『평화는 무슨 맛일까?』를 통해 아이들이 평화의 의미를 가까운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img_02평화는 어떤 냄새일까? 저도 한참을 생각해 보았지요. 봄바람에 실려 오는 풀 냄새, 엄마가 자식을 위해 끓여 놓은 된장찌개 냄새. 껍질을 깠을 때 ‘탁’ 하고 퍼지는 상큼한 귤 냄새, 빵 가게 안에 들어섰을 때 코끝을 간질이는 버터 냄새. 그러고 보니 세상에는좋은 냄새가 참 많습니다.img_038~10세 아이들이 평화에 대한 느낌을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문학적인 표현으로 말입니다. 아이들이 말하는 ‘평화를 만지는 느낌’은 바로 위안입니다.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의 말과 행동을 주고받을 때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img_04이처럼 아이들이 들려주는 간결하고 소박한 평화에 대한 이야기는 사전적인 정의나 그 어떤 평화에 대한 정의보다도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평화가 전쟁이나 분쟁이 끝나고, 또는 굶주림이나 가난이 해결되어야 찾아오는 것처럼 특별한 상황에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우울한 날에 안아 주는 친구의 위로나 엄마의 뽀뽀처럼 일상생활 곳곳에 있음을 깨닫게 되지요.
이 책에는 힐링 활동에 유용한 페이지가 들어 있어 더욱 매력적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평화에 대한 느낌을 쓰고 그려 볼 수 있는 면을 구성하여 적극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img_05한 페이지를 더 넘기면 다른 나라 말로 평화를 어떻게 쓰는지 보여 줍니다. 첫 페이지에 나왔던 ‘평화는 이 세상 어떤 말로 표현해도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것이지요.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기 전에 먼저 한 번 물어보세요. “평화는 무슨 맛일까?” 하고요. 그림책 제목만으로도 아이와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아이가 어떤 대답을 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 봅니다. 아이가 금방 대답하지 못하더라도 결코 재촉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이 내면에 있는 언어를 밖으로 표출시키는 것도 아빠 엄마의 능력이니까요. 생각할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는 것, 아빠 엄마도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것이 가족의 평화를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임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빨리 빨리”를 외치지 않는 것도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평화랍니다.
아이에게 “빨리 빨리”를 강요하는 것이 부모가 아이의 평화를 깨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요?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집에서 평화롭지 않다고 느낄 때가 언제냐고요. 많은 아이들이 엄마가 숙제 빨리 하라고 재촉할 때, 학원 빨리 안 간다고 혼낼 때, 밥 꾸물거리며 먹는다고 혼낼 때라고 대답하더군요. 한시도 아이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아빠 엄마의 재촉은 아이를 숨 막히게 할뿐더러 아이의 일상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빨리빨리라고 말하지 마세요』(뜨인돌어린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이 있습니다. 첫 페이지를 펼치면 ‘“빨리빨리!”라고 말하지 마세요.’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우리는 하나하나 달라요. 나는 쉬고 있어요. 생각하고 있어요. 왜 그렇게 서두르세요? 서둘러 어딜 가나요? 우리는 크기가 달라요. 우리는 모양도 달라요. 비교하지 마세요. 비교하면 마음이 작아져요. 마음이 작아지면 떨려요. 마음이 떨리면 몸도 작아져요. (…) “왜 못하는데?”라고 묻지 마세요. 우리는 모르는 게 많아요. 말 못하는 마음도 많고요. 잡아당기지 마세요. 누르지 마세요. 우리는 하나하나 달라요. 하나하나 걸리는 시간도 달라요. 그러니까 “빨리빨리”라고 말하지 마세요. 천천히 갈게요. 천천히 와요. 뒤집어져도 웃지 않을 거죠? 웃지 않을게요. 기다려 줄 거예요? 기다릴게요. 모두 함께.

―『빨리빨리라고 말하지 마세요』 중에서

어떠세요? 아이들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를 느끼셨나요? 아이들은 어른들만큼 민첩할 수가 없는데, 뭐든 일사천리로 해낼 수가 없는데 아빠 엄마는 마치 태어날 때부터 빨랐던 것처럼 아이에게 “빨리빨리”를 외칩니다. 꾸물거리는 걸 용납하지 못합니다.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불안하니까요.
많은 아이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게 아빠 엄마에 대한 원망을 털어 놓습니다.
상담사에게는 아이들의 말이 제발 살려 달라는 절규처럼 들리는데 그 목소리가 아빠 엄마에게는 잘 가닿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매사가 급한 엄마는 여섯 살 딸에게 너무 많은 걸 시키다 결국 아이에게 마음의 병을 안기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저의 조언에 따라 학원을 그만 두고 실컷 놀게 했더니 아이가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기간이 그리 길게 가지 못했습니다. 엄마의 불안이 또 다시 아이를 학원으로 이끌었고 “빨리빨리”를 강요한 것이지요. 이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과연 이 아이의 마음에 평화로움이 싹 틀 수 있을까요?
재촉과 강요를 당하며 자란 아이들, 마음의 여유 없이 자란 아이들은 평화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평화의 사전적인 정의는 빨리 학습한다 해도 평화가 담은 더 큰 메시지를 몸으로 느끼고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정신 건강의 척도가 되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한 결과이고요.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위로와 배려를 받은 적이 없는데 타인의 아픔에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요. 또 약한 이들을 도와주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인생은 경쟁이지 공존과 공생, 평화는 나와 거리가 먼 얘기인 것이지요.

아이들이 말하는 평화란?
지난 6월 경기도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 어린이책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나흘 동안 열린 어린이책잔치의 주제는 ‘어린이와 함께 평화를’이었지요. 홍보 리플릿에는 이런 문구가 실려 있었습니다. “어른들의 눈이 아닌 어린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평화는 어떤 모습인지, 남북이 서로 바라보는 땅 파주에서 그림책을 보며 생각해 봅니다.” 이 세상의 어린이들이 전쟁 없는 평화로운 곳에서 서로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특별 전시회에서 평화를 주제로 하는 여러 나라 작가들의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그림책을 영상으로 보여 주는 공간에는 다시마 세이조의 그림책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사계절, 2010)의 영상도 있었습니다. 전쟁의 광기와 슬픔, 분노, 증오의 격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영상 앞에서 아이들은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이었습니다. 10분 남짓한 영상을 꼼짝도 않고 앉아서 보는 꼬마들도 있었지요. 대여섯 살쯤 됐을까 싶던 그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영상을 보았을까요?
아빠와 함께 『불타는 옛 성』(사계절, 2014)을 보던 여자 아이가 “아빠, 파괴가 뭐야?” 하고 묻더군요. 아이의 아빠는 “파괴는 모든 게 부서지고 망가지는 걸 뜻해. 아주 무서운 거야.” 하고 자상하게 설명해 주는데 그 목소리가 무척 다정하게 들렸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담은 그림책을 보고 있었지만 아빠와 딸이 소통하는 모습은 무척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어린이책잔치 특별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행사는 하얀 벽을 가득 채운 평화에 관한 아이들의 글과 그림이었습니다.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평화란 도대체 어떤 걸까요? 평화는 어떤 모양일까요? 나는 언제 가장 평화롭나요? 내가 평소에 실천할 수 있는 평화는 무엇일까요? 네 가지 질문 아래 빼곡히 붙은 메모지를 천천히 읽어 보았지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평화란 모두가 행복한 것, 행복을 지켜 주는 것, 전쟁이 없는 것, 기다려 주는 것, 지혜로운 것이고, 내가 가장 평화로울 때는 엄마랑 맛있는 걸 먹을 때, 엄마가 기분 좋을 때, 놀이터에서 놀 때, 치킨 먹을 때, 햇님을 보았을 때, 동생이 안 괴롭힐 때,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잘 때, 엄마 잔소리 안 들을 때, 나는 지금이 좋다, 여행갈 때, 게임할 때, 레고를 만들 때, 엄마가 책 읽어 줄 때, 엄마랑 데이트 할 때, 엄마랑 뭔가를 만들 때, 피아노 칠 때, 엄마가 화 안 낼 때입니다.
아이들이 답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평화’는 형아한테 짜증 안 부리기, 양보하기, 엄마 기쁘게 하기, 동생을 사랑해 주는 것 등인데 많은 대답들 중에서 ‘나는 지금이 좋다’고 적은 한 아이의 글이 유독 눈에 띄더군요. 지금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삐뚤삐뚤한 아이들 글씨 속에 아빠 엄마들 생각도 섞여 있었지요. 아빠 엄마들이 생각한 평화란 아이들이 먹고 자고 웃는 것,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주변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실은 그와 반대라 해도 분명 아빠 엄마는 아이들에게 평화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것만은 진심입니다. 한편 “여보, 사랑해.”라는 엉뚱한 글을 보고는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꼭 필요한 말이겠지요.
아빠 엄마가 가장 평화로울 때는 남편이 내 말을 잘 들어 줄 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랄 때, 가족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 줄 때, 딸의 미소를 보고 있을 때, 아이가 잘 때인데 대부분의 대답들이 우리 가까이에 있는, 가족 안에서 느끼는 평화였지요.
아직 글자를 읽고 쓸 줄 모르는 유아들은 아빠 엄마가 네 가지 질문을 읽어 주면 자기 생각을 말하고 아빠 엄마가 대신 적어 주거나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유아들은 무지개나 하트, 손을 잡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그려 놓았더군요. 추상어에 약한 아이들조차 이처럼 ‘평화’에 대한 어렴풋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으로 평화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세요.
서로 소통하며 행복해 하는 가족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다 보니 ‘평화’를 힐링 프로그램의 주제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적절한 그림책들을 찾기 시작했지요. 전쟁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다룬 그림책보다 소통, 화해, 협동, 공존, 공생을 이야기 속에 따뜻하게 녹여 낸 그림책들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심리 발달 측면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요』(한울림어린이), 『베로니카, 넌 특별해』(비룡소)처럼 ‘사회적 관심’을 표현한 책들이 유아들에게 유용하기 때문이지요. 유아기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친사회적 행동을 더욱 확장시켜 가는 시기입니다. 그만큼 친구 · 우정 · 나눔 · 배려 · 화해 · 협동 등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보여 주며 소통하는 것이 평화 교육에도 효과적입니다.
더불어 사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들은 유아의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고, 아이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됩니다. 결국 이러한 토대가 평화를 아는 아이로 자라게 해 줍니다. 하지만 그림책에 담긴 평화의 메시지를 유아가 혼자 알아내기란 불가능해서 아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 등의 적절한 상호 작용이 필요합니다.
물론 전쟁의 참상을 담은 그림책들도 평화의 중요성, 지금 이 순간의 평화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는 데 유용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전쟁을 모르는 유아들에게 진실을 알려 준다는 차원에서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책을 보여 주는 건 다소 이른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그림책들은 아빠 엄마가 먼저 관심 있게 보아 두었다가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할 것을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유아 자녀가 TV 뉴스를 보다가 “엄마, 전쟁은 왜 일어나는 거야?”라고 묻는다면 그때 적절한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전쟁을 다루되 그 상황을 지나치게 비참하고 우울하게 묘사하지 않은 그림책을 한두 권 골라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습니다.

▲ 『전쟁』

『전쟁』(비룡소)과 같은 그림책이지요. 이유도 모르고 싸우는 빨강 나라와 파랑 나라 사이에서 힘든 날을 보내는 파비앙 왕자는 싸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말을 타는 것도 싫어하고, 매일 나무 위에 올라가 생각에 잠겨 노는 걸 좋아하는 그런 왕자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빨강 나라의 왕자 쥘이 이제 그만 전쟁을 끝내자며 파비앙에게 결투 신청을 해 옵니다. 싸움을 싫어하고 어떻게 싸우는지도 모르는 파비앙은 무척 난감합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싸우지 않고도 전쟁은 끝이 났습니다. 파비앙 왕자가 좋은 생각을 해 낸 덕분에요. 아주 간단하고 독특한 방법이랍니다. 그리고 파비앙 왕자는 노랑 나라의 왕이 되어 훌륭하게 나라를 다스렸답니다.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그림책입니다.
 
 
 
 
평화 교육, 지금부터 시작해 보세요.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엄마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는데 “늦지 않을까요?”입니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은 괜한 위로의 말이 아닙니다. 내 아이 마음의 평화도 지켜 주지 못하면서 이웃과 나라, 지구의 평화를 생각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결국 ‘평화’는 나와 나를 둘러싼 가족한테서 출발하니까요.
아이와 함께 『평화는 무슨 맛일까?』를 읽고 ‘우리 가족 평화 협정서’를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나의 평화, 우리 가족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겁니다.
그다음 친구들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웃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내가 태어나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세상의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세요. 분명 공통분모가 발견될 것입니다. 답이 비슷비슷할 테니까요. 평화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모든 평화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나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하는 일이 결국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일과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평화’는 결코 멀리 떨어져 있는 추상어가 아니라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는 구체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입니다.
그림책과 함께 아이의 마음에 ‘평화’라는 두 글자를 심어 주세요. 다시 『평화는 무슨 맛일까?』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독자님들 모두에게 평화와 사랑이 깃들기를.

▼평화, 공존, 공생을 이야기하는 그림책들

연령 6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9월 10일 | 정가 11,000원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73 | 글, 그림 토미 웅거러 | 옮김 이현정
연령 7~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1년 12월 3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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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인형 오토 (보기) 판매가 11,700 (정가 13,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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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지식 다다익선 11 | 엮음 유니세프 | 옮김 김영무
연령 7~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4년 5월 2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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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화를 꿈꿔요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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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44 | 글, 그림 장선환
연령 4~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14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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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 (보기) 판매가 11,700 (정가 13,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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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08 | 글, 그림 로저 뒤봐젱 | 옮김 김경미
연령 5~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6월 21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동원 책꾸러기 추천 도서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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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7~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1년 4월 1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유네스코상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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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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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160 | 글, 그림 존 버닝햄 | 옮김 이상희
연령 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1월 31일 | 정가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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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내가 지킬 거야! (보기) 판매가 12,600 (정가 14,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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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인형 오토』(비룡소, 2001), 『나는 평화를 꿈꿔요』(비룡소, 1994),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비룡소, 2012), 『베로니카, 넌 혼자가 아니야』(비룡소, 2010), 『전쟁』(비룡소, 2001), 『지구는 내가 지킬 거야!』(비룡소, 2013), 『고릴라왕과 대포』(한림출판사, 1994), 『꽃할머니』(사계절, 2010),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사계절, 2010), 『평화란 어떤 걸까?』(사계절, 2011), 『장벽』(아이세움, 2010), 『잃어버린 아이들』(사계절, 2006), 『서로를 보다』(낮은산, 2012), 『좋은 일이 생길 거야』(노란상상, 2010), 『파란 티셔츠의 여행』(담푸스, 2009), 『날개 잃은 천사』(고래이야기, 2006), 『찬다 삼촌』(느림보, 2010), 『평화를 꿈꾸는 도토리나무』(도토리숲, 2012), 『놀이터를 만들어 주세요』(동쪽나라, 2003), 『오리야? 토끼야?』(아이맘, 2010), 『에리카 이야기』(마루벌, 2005), 『작은 병정』(시공주니어, 2004), 『누구라도 친구』(문학동네어린이, 2009), 『크라신스키 광장의 고양이들』(별숲, 2012),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보리, 2007), 『섬』(보림, 2009), 『지바는 보트를 타고 왔어요』(봄봄, 2008), 『소년 정찰병』(복비, 2011), 『인종 이야기를 해볼까?(사계절, 2007), 『매듭을 묶으며』(사계절, 2003), 『사라, 버스를 타다』(사계절, 2004), 『거짓말 같은 이야기』(시공주니어, 2011), 『바람이 불 때에』(시공주니어, 1995), 『글짓기시간』(아이세움, 2003), 『나무집(여유당, 2010), 『평화는요』(예림당, 2006), 『세탁소 아저씨의 꿈』(웅진주니어, 2012),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푸른숲주니어, 2002), 『아마존 숲의 편지』(해솔, 2010), 『적』(문학동네, 2008), 『돌멩이 수프』(시공주니어, 2007)


d_img4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서 어린이책의 매력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1. 숲으로
    2016.2.3 4:20 오후

    아이들과 그림책활동 자료 찾다가 읽었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