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명절 때 초등학교 2학년 조카의 숙제를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다른 숙제는 다 끝내고 일기만 남은 상태였는데, 조카가 쓸 게 없다며 일기 쓰는 것을 자꾸만 미루었어요. 그날은 마침 명절이어서 친척들도 오고, 조카가 처음 겪은 재미난 사건도
네. 책이 출간돼 무척 기쁩니다. 아내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수준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첫 작품이었는데, 원고 공개 48시간 만에 여러 나라에서 화답이 와 저도 깜짝 놀랐지요. 이렇게 작품으로 한국 독자들을 만나 뵙게 돼 정말
아니, 별다른 어려움은 없어요. 오히려 저는 각색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작업도 여러 가지 의미에서 재미있지만, 견고한 원작을 토대로 새로 살을 붙여 나가는 작업 또한 창작하는 사람 입장에선 상당히 재미있고, 또
쓰는 과정도, 출간 과정도 길어서 이렇게 책을 보니 더 기쁩니다. 덕분에 책에 나오는 인물들과도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었죠. 주인공들이 실제로 우리 동네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코끼리 사서에게는 차나 한잔 하자고 전화하고 싶고,
기분이 너무나 판타스틱~해요. 『하이킹 걸즈』가 블루픽션상 1회 수상작이거든요. 만약 블루픽션상이 제정되지 않았다면, 제 꿈을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 제 꿈을 이루게 해 준 블루픽션 시리즈가 50권까지 나왔고, 바로 제 작품 『판타스틱 걸』이 기념비적인 블루픽션 50번째 책이라니,
오래전에 유럽으로 혼자 배낭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그때 독일의 메르헨 가도를 찾아갔답니다. 메르헨 가도는 ‘동화의 거리’라 하여 그림 형제의 동화에 나오는 마을을 이야기에 맞게 연출한 거리지요. 피리 부는 사나이가 머물렀던 집, 아이들이 피리 부는 사나이를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던 길에 전화로 수상 소식을 들었는데 주변 소음 때문에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몇 번이나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하셨느냐고 여쭤 봤었어요.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소식을 듣고 가족에게 가장 먼저 전화해 알렸는데
‘작가의 말’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아직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지 않은 십 대 여자아이들의 사랑을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사랑에는 반드시 그 대상이 있으니 남자아이들까지 포함시켜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인류의 영원한 주제들 중 하나는 ‘사랑’인데, 십 대라고 해서 그 주제를
미리 기획해 둔 것은 전혀 아니었어요. 책을 만들어 놓고 보니 비슷한 관심사가 반복되는 것 같아 후에 시리즈로 만들어 볼 생각을 한 것이었어요. 한국에서는 좀 다른데, 사실 『거울속으로』가 2003년에 제일 먼저 나왔고, 그다음이 2008년 『파도야 놀자』,
편집자로 오랫동안 일해서 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다른 신인 작가들보다 잘 알겠지요. 하지만 창작을 한다는 건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일이었어요. 글을 쓸 때는 제가 편집자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내가 쓰고 싶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