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문의 기적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67 | 강정연 | 그림 김정은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4월 29일 | 정가 15,000원
수상/추천 창원아동문학상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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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문의 기적

글 강정연|그림 김정은|비룡소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고, 그 사람과 다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면 뭘 하고 싶을까?

아버지, 나의 아버지…

부르기도 아까운 이름… 부르면 눈물 나는 이름… 아버지…

우리가 다시 함께할 수 있는 마법 같은 72시간이 주어졌다

“무엇을 하기엔 무척이나 짧고, 아무것도 안 하기엔 눈물 나게 귀중한 시간”

세 번의 저녁, 세 번의 점심, 세 번의 아침

그 이름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아버지와 꿈같은 72시간이 주어진다면 과연 나는 아버지와 무엇을 하고 싶을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줄거리]

‘분홍 문’은 평소에 분홍색이라면 끔찍하게 좋아하던 엄마의 흔적이다

분홍색 덕분에 이들 가족은 동네에서 ‘분홍 문’ 사람들로 불린다

두부를 사러 나갔던 엄마가 그대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행복하던 분홍 문 가족의 삶은 와장창 깨져 버렸다

엄마, 그리고 아내가 사라지고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아빠 박진정 씨와 아들 박향기는 여전히 울컥울컥 화인지 뭔지 모를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그래서 그 마음을 핑계로 박진정 씨는 늘 술 한 잔 기울이느라 모자가게는 잘 챙기지도 않고, 아들 박향기는 게임에 코 박으며 학교생활은 뒷전이다

감 씨가 목에 걸리면 까치가 찾아온단다

양심 있는 까치라면 선물을 가지고 오겠지. 그동안 너한테 얻어먹은 게 있으니…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향기를 아들로 착각하고 막무가내로 감을 사 오라며 불쑥불쑥 집으로 전화를 건다

이번에도 꼼짝없이 할머니 집에 갔던 날 할머니는 이상한 말을 남기고, 정말로 부자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적우적 감을 먹다 감 씨가 목에 걸려 버리고 만다

아무래도 거슬리는 감 씨 때문에 부자는 근처에 생긴 ‘몽 이비인후과’를 찾아간다

그런데 사람 한 명 없는 수상한 병원의 파마머리 괴짜 의사는 두 사람을 반가워하며 치료는커녕 감 씨가 몸에 저절로 흡수될 거라는 이상한 소리만 늘어놓는다

집에 돌아와서는 더욱 놀랄 일이 벌어진다

웬 까치 한 마리가 집 앞에서 기다리듯 앉아 있는 것!

향기는 까치가 남기고 간 씨앗인지 모를 무엇을 죽은 화분에 심는데, 다음 날 자라난 열매가 톡, 깨지며 엄마가 나타난다

우리 삶은 유리잔 같다는 작가의 말처럼,

지금은 반짝반짝 빛나는 맑고 투명한 유리잔이지만

똑.딱.

1초 뒤에도 유리잔이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지, 수천 개의 유리 조각으로 와장창 깨져 있을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1초 후 깨질지도 모를 유리잔과 같은 이 삶을 잘 살아내는 방법은 매순간 최선을 다해 누군가를, 무엇을, 사랑하며 사는 것밖엔 없지 않을까…

이 말에 깊은 공감을 한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분홍 문 사람들의 삶이 한순간 깨져 버렸던 것처럼 우리가족에게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세상이 멸망하듯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다시는 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슬픔은 흙집을 만들고 그곳을 떠났어도 오랜 시간 삶의 방향을 잃고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었다

그런 우리가족에게도 분홍 문 사람들처럼 선물처럼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는 72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버지 손을 꼬옥 잡고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똑같은 일상이 가장 행복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맨날 똑같아…’

이 말이 얼마나 행복한 말인지를…

특별하지 않은 삶이 가장 행복하다는 걸…

함께 밥 먹고 함께 산책하고 함께 장을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한 지붕 아래에서 오순도순 사는 평범한 생활이 행복이라는 걸…

잃었고, 아팠고, 겪었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느낀다

분홍 문 사람들도 72시간을 같이 밥을 해 먹고, 시장에 가서 떡볶이를 사 먹고 장을 보고, 잔소리하며 웃고 떠들며 얼굴을 마주 보는 일들로 채운다

그러한 일상을 한번 잃어버린 경험을 했던 분홍 문 사람들은 그 시간들이야말로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특별할 것 없는 특별한 일이 바로 평범한 일상인 걸…

그리고 그게 행복이라는 걸 분홍 문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를 생각할 수 있었고, 72시간을 아버지와 함께하는 상상으로 채워보았다

꿈에서라도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기를 오늘밤에도 간절함을 담아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