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 초에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읽은 기억이 난다.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그 책의 시작이 네델란드의 거장 루벤스가 그린 ‘한복을 입은 남자’였다는 건 기억속에 있다. 베니스까지 어떻게 그남자 가서 거상이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래된 시간의 끝에 우리민족 중 누군가는 조선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있을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은 난다. 17세기 일본으로 가려다 제주도에 난파당해 오랜 세월 조선에 살았던 네덜란드인인 하멜에 이야기는 어린시절부터 꽤나 많이 듣던 이야기다. 그가 “하멜 표류기”라는 여행기를 썼고, 그 책이 조선을 다른 나라에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알고 있다.
작가는 하멜이 조선을 벗어나 나가사키로 탈출할 때 함께 배에 올라 떠나게 된 조선의 아이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력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이 시리즈인줄 모르고 읽다가 내용이 막혀서 찾아보니『나는 바람이다』가 7권까지 나왔고 9권까지 출간예정이라고 되어있다. 시리즈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조선에서 백리 밖을 벗어나 보지 못했던 아이가 일본까지 건너가 변화의 움직임을 지켜 보고 드 넓은 대양으로 나갈기회를 얻고, 지금 내가 읽고 있는 6권 ‘바람의 나라’에서는 네델란드까지 왔다. 배를타고 세상을 보는 아이답게 이름도 ‘해풍’이다.
주인공은 1654년생 소년, 열세 살 해풍이다. 역사를 바꾼 건 바다를 꿈꾼 사람, 바다로 나간 사람이었다. 해풍이는 스스로 대양을 향해 나간 조선의 바닷가 아이다. 전 편을 읽지 못해서 배위에서의 상황들은 제대로 알지 못하겠지만, 폭동이 있었고, 그 가운데 이 어른 소년이 꽤나 현명하게 대처를 했던것 같다. 그리고 일본을 거치면서 그곳에서의 천주교인들을 만나고 그들에게서 부탁을 받은것이 있는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책 뒤표지를 보니 ” 난 진짜 지도와 해도가 필요해서 조선에서 여기까지 왔어요.”라는 글이 쓰여있는데, 이글은 해도와 함꼐 어린 아이가 성인이 되어가는 성장스토리이다.
동양의 어린소년이 서양인들 틈에서 어떻게 지냈을까를 생각하면 갑갑하게 다가오는데, 이 소년이 두루두루 선원들과 잘 지낸것 같다. 홀란드(네델란드)에 배가 정착하면서 선원들은 지금까지 받지 못한 월급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상황들이 그려지고 있다. 13년간 조선에 있던 기간은 월급을 줄 수 없다는 네델란드 동인도회사의 모습이 보여지고, 돈을 받기 위해 애쓰는 선장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그려지고 있지는 않는다. 풍차와 지도, 새로운 세상이 신기하기만 해풍에게 구교와 신교의 갈등은 이상하게 다가올수도 있다. 신부가 되어 일본으로 갈수도 있다는 또 다른 길이 열려진 상태에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를 하면서 끝이난다.
분명 첫편부터 읽었다면 인물들의 관계도 제대로 파악할수 있어서 재미있었을 것 같다. 읽는 내내 작은 대수와 큰대수가 헷갈리기도 하고 여러 인물들의 관계가 정신없이 다가 왔지만, 분명 이 책은 암울한 현실에서 용기 있게 맞서서 스스로 선택하고 도전하고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해풍이를 통해서 ‘나’를 찾아가는 여행에 좋은 벗이 되고 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진실한 이야기꾼이라는 김남중의 첫 해양소년소설. 『나는 바람이다』는 바람처럼 어디든 갈 수 이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세상을 읽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