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하나 둘 셋-서지현
결혼, 출산, 육아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이야기.
그리고 경험해보면서 반추해보게 되는 경험자들의 예시.
이 책은 그렇게 다가왔다.
내가 크면서 느꼈던 엄마의 모습.
엄마가 시장에 가서 왜 그렇게 깎아달라고 했었는지,
왜 내가 가지고 싶었던 공주드레스, 미미인형을 풍성하게 사주지 않았는지,
왜 가끔 이유없이 짜증을 내고 엄하게 혼냈는지.
그런 기억들이 다시 생각나면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 너무너무 이해하게 됐다.
아니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아직 정복하지 못한 엄마의 역할은 많이도 남아있다.
초,중,고 12년의 엄마역할과 대학 4년 그리고 대학원이든 직장인이든 성인이 된 아이엄마로서의 역할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렇기에 이해라는 말은 엄밀히 말해 지금까지의 경험과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짐작만 어렴풋이 할 뿐이란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세 딸을 둔 엄마는 고고하게 원피스를 입고 곱게 화장을 하고 우아하게 커피를 마실 것이란 상상을 깨는 어느 집 엄마의 이야기다.
막내의 관점에서 보는 엄마는 “하나, 둘, 셋”을 입에 달고 사는 무시무시한 과격파 군인같다.
그도 그럴것이 나이차이 얼마나지 않는 세 딸을 키우면서 겪는 엄마의 고충은 이 그림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질러진 장난감, 시도때도 없이 깔깔킥킥 대는 장난질, 다른 외모만큼 니즈도 다양해 맞추기가 쉽지 않은 피곤함.
그런 세 딸을 통제하는데는 “하나, 둘, 셋”만한게 없다. 그건 흡사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하는 동시에 천방지축 세 딸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마법같은 힘을 가진 구호기도 하다.
그렇지만 엄마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는 마지막 장에 오롯이 담겨있어 코끝이 시큰해지기까지 한다.
이 책을 보면서 육아의 고단함에 대해 온 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그 상황에서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는지 까지도.
왜 소리를 지르게 되는지, 왜 화를 내는지, 왜 엄하게 대해야 되는지도.
그렇게 아이와 함께 엄마도 자라고, 진짜 어른이 되고 진짜 엄마가 된다.
그래서 엄마를 시니컬하게 바라보기도, 애틋하게 생각하기도 하며 가슴깊이 담아둘 수도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