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게임 1편 [마스든 저택의 비밀]을 읽고 나서 첫 느낌은 허무함이었다. 결말이 급작스럽게 다가와 끝나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 속에서 20개의 결말을 가지려면 단편소설의 분량 정도에서 끝날 수 밖에 없음을 알고 있지만, 쑥~! 다가온 결말은 허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아쉬워하며 또다른 결말을 찾아 읽기 시작한다. 그래서 결국은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게 된다.
* 침팬지야, 네 심정이 딱 내 심정이야…
내가 읽은 1권은 탐정이 되어 사건을 풀어가게 된다. 도와달라는 의문의 전화를 받은 후 마스든 저택의 비밀을 하나 둘 찾아나선다.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시작해서, 마스든 저택에서 만나는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판타지이기도 하고, SF이기도 하고, 추리물이 되기도 한다. 어이없는 결말에 피식 헛웃음이 나기도 하고, 정말 그럴지도 몰라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침팬지들이 홀로그램일 뿐이지만, 어떤 이야기에서는 진짜 동물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이야기에서는 외계인이 되기도 한다. 동일한 등장인물이지만 이야기에 따라 다른 성격과 다른 특징을 지닌 인물로 나타난다.
초능력을 쓰기도 하고, 어이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어쩌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즉각적인 답과 즉각적인 피드백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이야기의 형식이 낮설게 느껴지지는 않을 법하다. 빠른 전개 덕분에 생략되거나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많으므로 그 이야기에 푹 빠지기 위해서는 독자 스스로 고민하고 정리해야 할 부분도 많은 듯하다. 빈틈이 많으니 독자 입장에서는 할일이 많은 책인 셈이다.
* 첫 장에서 등장인물 소개할 때 탐정의 이름은 독자의 이름이야.
개인적으로는 탐정에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주인공인 것 치고는 작가가 너무 말을 많이 거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수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결말은 결국 작가의 상상력으로 끝맺기 때문에 완전히 나의 이야기가 되지 않는 느낌도 있었다. 좀 더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다면, 작가가 제시한 선택지(보통은 두개 정도이다) 외에 나만의 선택지를 어느 순간에는 끼워 넣고, 나만의 결말을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같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