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24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다. ‘바꿔!’라는 제목이다. 무엇을 바꿀까. 이 동화에서는 일주일간 딸 한마리 양과 엄마의 몸이 바뀐다.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원수같이 으르렁거리며 멀어지기만 하기도 하는 사이를 꼽자면 엄마와 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서로의 몸이 바뀌며 입장 바꿔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 날 힘들게 하는 친구…. 상대방과 몸이 바뀌면 통쾌하게 복수할 수 있을까? 이 책《바꿔!》를 읽으며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박상기.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고, 2013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에 청소년 소설이,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가의 길에 들어섰으며, 2016년 눈높이 아동문학상 장편동화 대상을 받았다.
살다 보면 속상한 일이 참 많이 생겨요. 친구와 사이가 틀어지기도 하고, 어른이 뱉은 말에 자존심이 구겨지기도 합니다. 그뿐이겠어요? 어떤 날은 별 이유 없이 짜증이 나기도 해요. 가만히 앉아 수업 듣기조차 힘들 때가 있지요. 그런 날 누군가 자꾸 짓궂게 굴면…… 폭발하기 딱 좋습니다. 이 동화는 제가 그런 기분이었을 때 떠오른 이야기랍니다. 되는 게 하나도 없고 일이 꼬이기만 하던 날,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가족을 바라보며, ‘아, 차라리 몸이 바뀌어 살면 좋겠어!’라고 상상한 게 시초가 되었지요. 그때만 해도 가족 중에 제일 힘든 사람은 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원고를 쓰려고 이리저리 알아보니 그들 삶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작가의 말 中)
이 책의 차례는 다음과 같다. 금요일 ‘바꿔! 애플리케이션’, 토요일 ‘무려 일주일’, 일요일 ‘아빠는 너무해’, 월요일 ‘엄마의 일’, 화요일 ‘그날’, 수요일 ‘예상 밖의 일’, 목요일 ‘폭발’, 다시 금요일 ‘행복 쿠키’, 그리고 토요일 ‘결심’.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이 이어진다.
첫 장을 펼쳐들면, 바로 궁금해진다. 초등학생 한마리는 친구들이 자신이 겪은 신기한 일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 모두 들려준다고 하니 귀를 쫑긋 세우고 읽어나간다.
살다보면 별의 별 일이 일어난다. ‘복수할거야’, ‘부셔버릴거야’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만큼 속이 뒤집어지는 일들이 일어난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을거야, 어쩌면 저렇게 배려 없는 행동을 할까,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줄줄 나온다. 이 책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눈물 쏙 빠지도록 서글픈 날에 휴대폰에 이런 광고가 떴다면? 입장 바꿔 복수하세요! 통째로 다 바꿔 주는 ‘바꿔!’ 앱 출시 <바로가기> 다 바꿔 준다니.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싶어 바로가기를 눌러봤떠니 익숙한 앱 스토어 화면이 나타났다. 누구나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에서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변의 가까운 사람과 일정 시간 몸을 바꿔주는 앱이라. 정말 ‘바꿔!’ 앱이 작동할까? 무슨 일이 펼쳐질지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간다.
누구나 한 번쯤은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을 것이다. 몸이 바뀌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는 것이기에 상상력을 자극하며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다. 엄마와 딸 사이는 서로의 몸이 바뀌는 일이 없다면 이해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과장하지 않고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서로를 들여다보게 하는 지점들이 뭉클하다. 시종일관 경쾌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내면에 섬세하게 접근하는 작가의 감각이 돋보인다.
_심사위원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김남중(동화작가), 유은실(동화작가)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재미가 더하는 책이다. 특히 평범한 일상속에서 이들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 더욱 읽는 맛이 있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에게 멋진 상상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기에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