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무슨. 나보다 이천년이나 늦게 태어났으면서.”
성이는 울이 눈에만 보이는 여덟 살짜리 백제 귀신이다.
두 달 전, 죽은 오빠의 천도재를 지내는 날, 한쪽 귀에 커다란 귀걸이를 달고 나타났다.
그 뒤로 울이의 집이 2000년 전부터 자기 집이었다며 떠나지 않고, 울이를 쫓아다니면서 사사건건 조상님 행세를 한다-_-;;;
자신이 깃든 물건이 울이네 마당에 묻혀있는데 그것이 무사히 발굴되어 박물관으로 가야지만 소멸되지 않고, 길잡이를 만나 저승으로 갈 수 있다나.
다른 집들처럼 돈 받고 떠나면 안 되냐 하지만 다 쓰러져가는 집이래도 울이네 가족은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돈도 없거니와, 이 집은 죽은 오빠의 추억이 깃든 ‘기념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울이가 사는 동네는
문화재를 온전히 발굴하여 보존하고자 하는 사람, 신속한 재개발로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 문화재 도굴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성이는 자신의 혼이 깃든 독을 온전히 발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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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우리 엄마 마음을 알아? 부자도 아니면서 이걸 무덤에 넣어 주는 마음을 아냐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사랑했던 마음까지도 죄다 흙먼지가 되는 줄 아니?” | p83
성이의 금귀고리는 팍팍한 형편임에도 저승 가서 쓰라며 죽은 자식의 귀에 달아준 껴묻거리였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사랑의 흔적, 영원히 살아 있는 엄마의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박물관에 있는 유물들은 하나같이 보존 가치를 인정받은 물건들임에도 심드렁하게 바라봤던 적 많았는데.. 누군가의 온 마음과 정신이 깃든 물건들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역사동화는 자칫하면 진부하고 지루해지기 쉬운데
<한성이 서울에게>는 역사, 범죄, 추리, 심령, 재미, 감동 그리고 교훈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제대로 담아낸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유물의 의미를 다시금 새길 수 있는 책,
<한성이 서울에게> 강추 또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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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모든 물건은 유품이 되고 사랑받은 유품은 유물이 된다. 먼 미래의 누군가는 그 사랑의 흔적을 통해 역사를 읽을 것이다. 무덤에 묻혀도 마음은 살아 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p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