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존을 읽으며 나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가 아이였을 때 곧잘 경험했던 크고 작은 상상력의 세계들, 이를테면 내 방에 있는 토끼 인형이 나만큼이나 커져서 나하고 춤을 추기도 하고 엄머한테 혼난 날이면 그 인형에 기대고 앉아 투덜거렸던 기억. 먹기 싫은 시금치나 버섯이 흉측한 괴물이나 스멀스멀 벌레처럼 보였던 기억들이 단지 거짓으로 꾸며낸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단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세계일 뿐 거짓의 세계는 아니다. 그래서 지각대장 존은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이고 특히 나처럼 어린이들을 상대하는 어른들에게 더욱 좋은 책이다.
지각대장 존에서 우리는 존의 등교길을 함께한다. 아이가 혼자 가기에는 벅찰 것 같은 먼 길에 새벽 특유의 다양한 하늘 빛이 펼쳐져 있고 그것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의 뒷모습이 있다. 그리고 아이는 지각을 한다.
존은 사자를 만나기도 하고 악어에 물어뜯기기도 하고 파도에 휩쓸리기도 한다. 그러나 선생님은 존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믿어주기는 커녕 펄펄 뛰고 반성문 쓰기를 시킨다. 선생님만 존의 말을 못 믿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존의 등교길을 함께 했던 나 역시 존의 말을 믿지 못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가득한 사자며 악어를 보았지만 당연히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혹시 존이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아이는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것이다. 그런 의심은 마지막 순간 고릴라에 붙잡힌 선생님을 보며 통쾌하게 깨지고 말았다. ‘나 역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고 말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존은 너무도 무표정하게 선생님을 외면하고 지나간다. 그 회색빛 모습이 ‘그런 어른’의 모습을 닮아 있어 너무도 안타깝다.
그날 아침부터 이미 존은 변해 있었던 것이다. 존이 지각을 하지 않는 그날 아침의 하늘은 너무도 건조하고 어두워서 주변을 둘러보기도 싫을 정도이다. 이제 더이상 존은 지각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흔히 말하는 성실하고 말 잘 듣는, 전혀 어린이답지 않은 ‘올바른’ 어린이가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아이들에게 존을 야단치는 선생님처럼 행동한 적이 더 많았다. 아이들만의 세계와 상상의 힘을 너무 오래전에 잊었던 것일까. 비록 두께는 얇지만 지각대장 존은 내게 두고두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