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내가

연령 3~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5년 6월 1일 | 정가 13,000원

<클래식>
내가 너무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다.
얼마나 싫어하냐 하면 사귀는 사람 차를 탔는데 CD에서 아주 좋은 음질의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아! 이 사람은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이구나.’싶어 다시 만나지 않았다.
물론 나도 클래식을 좋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청소년기에는 워낙 듣기만
하면 지루하고 졸립고 해서 무조건 싫어했었지만 성인이 되어 그래도 클래식을 어느 정도는
상식으로라도 알아 두어야 할 것 같아 억지로라도 들어 보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투자도 했다. 한 15년 전쯤인가? 웅*출판사에서 그 때 돈 백 만원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클래식 CD를 set로까지 구입해서…
하지만 결과는 실패. 몇 개 들어 보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비닐포장도 아직 뜯지 않은 게 있을 정도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클래식과는 왜 그리 친해지지가 않는지 참 이상한 노릇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일이었다.
여느 때처럼 집 앞 서점에서 재미있을 것 같은 동화책 몇 권을 읽으려고 고르다 ‘바흐 음악과 친해지는 동화’를 손에 집어 들게 되었다.
겉에 씌워진 비닐커버가 부담스러웠지만(벗겨서 읽다 안 사게 되면 눈치가 보여서) 음악과 친해질 수 있게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시켜나갈까 호기심이 더 커서 과감히 커버를 벗겨냈다.
이건 충격이었다.
평소 이런 이야기였으면 하던 것이 고스란히 이 책속에 담겨 있었다.
환타지 요소가 유치하지 않으면서 너무 재미있게 음악과 연결이 되어 전개되었다. 연실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걸 다른 사람이 볼까 입을 손으로 막고 여태껏 읽은 동화중에 젤 재밌어 젤 재밌어 하며 거기 있는 시리즈를 다 읽어 버렸다.

음악을 싫어 하는 마녀가 피아노 건반위에 끈적끈적한 달팽이 침을 발라 놓는 것도 플루트 구멍은 까마귀 똥으로 죄다 막아 놓은 것도 재미있지만 마녀들의 주문소리는 더 재미있다.
"기름에 튀긴 생쥐 눈알, 까무잡잡한 도마뱀, 고래고래 지르는 비명소리, 찰싹찰싹 볼기짝 때리기! 수리수리마하수리 얍!"
아이들이 꺄르륵 웃음을 터트릴 단어는 다 동원된 것 같다.
마녀가 마법을 못 부리면 점점 줄어들어서 사라져 버리게 된다는 상상에도 마녀는 마법을 부리고 싶지 않지만 심술궂은 마법을 부릴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도 놀랍고
네 마녀들 이름 또한 재미있다.
쭈그렁바가지 마녀
털북숭이마녀
꼬부랑마녀
엉퉁방퉁마녀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중 제일 맘에 드는 ‘바흐 음악과 친해지는 동화’를 사왔다. 그리곤 바로 CD를 들었다. CD로 녹음하기엔 조금 긴 분량이라 이것을 어떻게 소화했을까 궁금해 하며. 씨디 또한 실망시키지 않았다. 구연이라 하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며 물론 성우보다 동화에 있어선 내가 더 잘한다는 자부심을 평소 강하게 갖고 있던터라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보리라는 심보로 씨디를 들었던 게 솔직한 마음이다. 구연가라고 다 똑같은 구연가가 아닌 것처럼 성우도 다 똑같은 성우가 아닌 것이 그 긴 동화를 지루하지 않게 단숨에 끝까지 다 들을 수 있게 구연해 주었다. 책도 씨디도 다 200% 만족감을 주는 이 동화책으로 비룡소가 좋아져 당장 홈페이지를 찾기도 했다.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여러 캐릭터들 또한 너무 마음에 들고 비룡소의 왕팬이 되었다. 이제 내가 아는 우리나라 출판사 중에 제일 훌륭한 출판사는 비룡소이다.
한 가지 제안을 드리는 것은 씨디가 트랙을 하나로 구성하고 있어 중간 어느 부분을 다시 듣거나 그 부분부터 듣고 싶을 때 찾을 수가 없어(처음부터 들어야하는) 불편한 점이 있다. 중간 중간 트랙을 나누어 놓으면 그 즈음을 찾아서 듣기가 편할텐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나는 비룡소의 왕팬이다.
참고로 음악가 이야기 씨리즈도 보고 듣고 했다.^^
음악가씨리즈도 같은 성우가 녹음을 했는데 너무 딱딱한 분위기여서 조금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씨디가 책읽는 것과 같이 재미없게 건조하게 읽어 준다면 씨디가 있어야하는 이유가 없다. 그냥 책만 읽지. 이 책은 동화구연처럼 읽진 않지만 엄마가 아이들에게 말해 주듯
이야기를 들려 주면 이 책의 교육적 효과를 씨디가 잘 해냈을텐데 하는 마음에 조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