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강하거나 의자가 굳은 성격이 아니라 좀 우유부단한 스타일이다.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이 상처 받지 않을까, 그냥 좋은 게 좋지, 내가 참고 말지 하는 식으로 혼자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 정작 엉뚱한 곳에서 일이 꼬이고 오해를 받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아주 힘든 말이 아니면 그냥 해 버린다. 무론 우유부단한 면이 있고 감정 표현이 서툴지만 열 받으면 속에서 뽀글뽀글 김이 나고 헐크처럼 폭발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말을 할 때 가만히 말을 안 하고 있으면 말한 사람은 침묵을 찬성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찬성해서 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말을 안 하는 것 뿐인데…
이 책의 주인공인 고양이 터피도 오해를 받아서 답답한 마음을 일기에 적었다. 우연한 사고로 새를 한 마리 죽였더니 온 식구가 터피를 살인자라고 취급하면서 무슨 일만 생기면 터피를 경멸하고 미워한다. 그리고 별명까지 ‘킬러’라고 붙였다.
킬러 터피의 시선으로 사건의 전개를 풀어가는 것도 재미있고 오해라는 것이 얼마나 사건을 크게 부풀리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웃집의 죽은 토끼 섬퍼를 물고 왔는데 터피가 죽였다고 생각해서 섬퍼를 다시 깨끗이 빨아서 토끼장에 넣은 것은 진짜 웃긴다. 그리고 터피가 죽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다시 가족들은 터피를 가증스러운 거짓말쟁이라고 평가하는 게 황당하다. 왜 자기 집 고양이를 믿지 못하고 상황만을 끼어다 맞추려고 할까? 고양이의 본능 때문에 다른 동물을 죽였다고만 생각하고 터피를 미워한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진실이 드러나고 나서도 터피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가족들의 행동은 어처구니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도 자주 생긴다는 거다. 편견 때문이다. 편견이나 선입견없이 세상과 사람을 바로 보고 대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우리가 높고 견고한 방어벽을 쌓으면서 살고 있다는 뜻도 된다. 잘못된, 미숙한 판단으로 다치는 사람,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잊지말자.
예전에 나는 독심술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잇어서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누가 그랬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미리 알아서 뭐할거냐고, 그건 너무 재미없는 일이라고 ….맞는 말이다. 사람과 세상에 대해 알아가고. 배우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편견없이, 즐거운 관계를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