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들과 만남을 갖다보면, 어떤 이는 저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또 어떤 이는 저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의도하지 않는데도 말이지요.
저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이와 함께인 제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이는 이렇게 말하겠지요.
“둘은 참 잘 맞네.”
해리는 빨간 모자를 쓴 거북입니다.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친구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그 앞을 지나던 토끼, 오소리, 생쥐는 잠시라도 멈추어 서면 큰 일이 일어나는 양 바쁘게 지나쳐갑니다.
잠깐 멈추어 서서 해리의 인사를 받아주는 여유도 없이 말이지요.
그러나 해리는 나는 왜 이렇게 느린 걸까? 하고 생각하는 대신, 같이 놀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며 직접 친구를 찾아 나섭니다.
자신의 느린 걸음으로 만날 수 있는 모든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버섯, 바위, 연못은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해리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거든요.
심지어 해리는 자기 자신에게도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등 뒤에서 “안녕, 해리?” 하는 인삿말이 들려옵니다.
놀랍고도 기쁜 해리.
자신과 놀아 달라는 달팽이 샘에게 환한 얼굴로 대답합니다.
“놀고말고!”
둘은 느림보 달리기, 고개 넣었다 빼기, 빙글뱅글 돌기 등의 놀이를 함께 합니다.
그리고 느림보가 얼마나 좋은지와 친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마침내 거북이 해리는 자신의 장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친구를 만난 것이지요.
거북이에게 있어 느림은 단점이 아니라 거북의 특성일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특성도 상대적으로 빠른 동물들 곁에 있으면 단점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북의 느림을 이해하고, 함께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달팽이를 만남으로써, 단순한 거북의 특성에 불과했던 느림은 장점이 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또 한가지.
해리가 친구를 만나기 위해 능동적으로 길을 떠날 수 있었던 용기를 눈여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참으로 많은 일을 하는 요즘 아이들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일을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아이는 많지 않다고 하지요.
주위 어른들의 결정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습관처럼 되다보니,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할 시기가 되면 벽에 부딪쳐 쉽게 좌절한다고 합니다.
내 아이는 그리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서 안녕, 해리!를 읽고, 또 읽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