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작가의 다소 엉뚱한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만화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내용들을 지면으로 옮겨 놓았거든요.
문장 또한 아주 짧습니다.
아니, 이 책은 내용이 기발하고, 또 그 기발한 작가의 상상력을 그림이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어 짧은 그 글귀들조차 없어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다랗고 하얀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열려진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와 아이의 그림을 날려 버립니다.
아이는 당황했지만 창문을 닫고, 그림을 마무리 합니다.
그리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습니다.
아~ 아래로 내려가 보기로 한 것이군요.
종이 아래에 탁자, 그 아래로 바닥, 또 그 아래로는 방.
방 아래는 지하실, 그 아래는 구멍?
여자 아이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장에 나타난 지구.
뒤집혀진 그림 속으로 아이가 나타났습니다.
지구 반대편으로 나온 것이지요.
이제 아이는 아래가 아닌 위로 위로 올라 오고 있습니다.
바닥 위로 탁자, 탁자 위로 종이, 종이 위로 그림.
그 모든 과정을 빨간 장갑을 낀 캥거루가 함께 하고 있네요.
아래로 아래로 계속 내려가 지구 반대편에 가서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며, 앞에서부터 읽기가 끝나면 뒤에서부터 한 번 더 읽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그것을 원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