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읽은 건 아마도 25년쯤 만에 다시 읽은 것이 될거다.
그런데도
다시 읽는다는 느낌보다 처음 읽는 듯 새로운 느낌을 더 많이 받았던 것은
그 때와는 다른 나의 안목(세상을 보는…)과 그 때와는 비교도 안 될
그동안 쌓인 나의 배경지식이라는 것들의 영향이 컸으리라.
18년을 고아원에서 지낸 소녀가
어느 부자의 후원으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책 속의 표현을 빌자면 스무명이 넘는 고아들이 하나의 방을 함께 사용하던 그런 생활로부터 학교의 기숙사에 혼자 만의 방을 갖게 되는 경험처럼
여태껏 경험 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대학생활을 접하게 되며 겪는 생활을
후원자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 형식을 빌어 이 이야기는 전개된다.
작문실력으로 대학을 진학한 사람답게 후원자에게 계속 보내지는 편지의 내용은 주인공 주디의 대학생활을 아주 자세히 전해주고 있는데, 매우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전달하고 있어서 더욱 감동적이고 재미도 있었다.
더구나 예상 외로 그 후원자인 키다리 아저씨는 젊은 부자로서 솔직하고 감사 어린 편지를 통해 어느새 주디에게 사랑의 감정을 갖게되었고 그리하여 이 이야기도 러브스토리로 바뀌면서 더욱 더 흥미진진해졌다.
그러나 이건 그동안 가끔씩 TV만화로도 봐서 알 수 있었던 내용이고, 주인공 주디가 고아원에서만 지내어 세상에 대해 알 수 없었던 문화의 공백를 스스로 극복해 가는 과정은 더욱 새롭게 내맘을 끄는 대목이었다.
미켈란젤로를 대천사로 알고 실수를 하지않나, 모리스메테를링크를 신입생으로 잘못 알고 있다가 웃음거리가 되는 등…..모나리자가 뭔지를 몰라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하는 장면과 18년(고아원에서 지낸 시간만큼)이 친구들에 비해 뒤져있다고 판단한 자신의 문화지식을 어서 보충하려는 계획으로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적어 보내는 대목이 신선했다.
그 책들의 목록도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는데, 그 때 그 시절 주디가 뽑아놓은 책들의 목록이 지금도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필독도서로 회자되는 것들이라는 그 명쾌함이 그것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하여 느껴지는 열등감,
모두들 알고있는 걸 자신만 모른다는 자격지심,
고아출신이라는 걸 부끄러워하며 감추려고 마음의 문을 열지못하던 주디가 서서히 자신감을 갖게되며 변하는 모습도 보이고….
이걸 이 나이에 다시 읽지 않았다면 이토록 명백한 예전의 내 느낌과 지금의 차이를 알 수나 있었을까?
책을 다시 읽는다는 것!
정말이지 아주 의미심장했다.
“나 자신의 정신세계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는
이런 방법으로 자가진단이 되는구나.” 하는 것도 깨달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