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학교에 갔지만 이 아이를 아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고
이 아이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무서워 배우지도, 어울리지도 못했죠.
그저 작은 몸집 때문인지 “땅꼬마”라고 만 불렸습니다.
학교에서 땅꼬마는 늘 따돌림 받는 외톨이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만의 놀이에 집중하며 그 시간들을 보냈답니다.
땅꼬마는 누가 놀리건 말건, 날씨가 궂건 말건 한결같이 학교에 다녔고 드디어 졸업반이 됩니다. 이 해에 학교에 “이소베”라는 다정한 선생님이 옵니다.
이소베 선생님은 땅꼬마가 알고 있는 자연지식에 놀라워하고
땅꼬마가 그린 그림과 글씨를 좋아하고 그 아이와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죠.
그 해 학예회 무대에 땅꼬마가 나타나자 모두들 의아해 하고 시큰둥해 하지만
땅꼬마는 ‘알에서 깨나온 새끼 까마귀 소리”에서부터 여러 가지 까마귀 소리를 내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멀고 외딴 곳에 있는 까마귀 소리까지 흉내를 냅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제야 그 아이가 얼마나 먼 곳으로부터 힘들게 학교에 다녔는지 알게 되었고,
아이들은 여섯 해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다닌 그 걸음을 생각하며,
자신들이 그 아이를 얼마나 못살게 굴었는지 생각하면서 울게 됩니다.
졸업 후 땅꼬마가, 식구들이 구운 숯을 팔러 읍내에 왔을 때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아이를 “땅꼬마”라고 부르지 않고 “안녕, 까마동이”라고 불러줬고
그 아이는 어깨를 떡 펴고 행복한 까마귀 소리를 내며 집으로 돌아간답니다.
학예회에서 땅꼬마가 까마귀 소리를 흉내 내고,
그 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과 학교 아이들이 그 아이를 이해하게 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나도 마치 청중 속의 한 사람처럼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몇 번 눈물을 삼켜야 했죠.
여섯 해 그 먼 길을, 자신에게 관심도 없고 따돌리는 이들만 있는 학교에 다니기가
얼마나 힘겨웠을까요?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 기꺼이 받아주고 이야기를 나눠준
이소베 선생님을 만났기에 그 아이는 숨겨졌던 재능이 빛을 발하고
더 이상 외톨이 “땅꼬마”가 아니라 “안녕!”이라고 인사 받는
까마동이”가 될 수 있었겠지요? 졸업 후에도 그 아이의 고단한 일상은 계속되지만
이제 이 아이는 행복해 보입니다.
참으로 만남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헬렌 켈러”가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면서 그는 더 이상 불행한 장애인이 아니라
인권 운동가로 기억될 수 있었고
그림 책 속 “강아지 똥”은 “민들레 싹”을 만나면서 예쁜 민들레 꽃을 피울 수 있었지요?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따뜻한 만남이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이소베 선생님처럼, 앤 설리번 선생님처럼, 민들레 싹처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