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글쓰기

시리즈 논픽션 단행본 | 글, 그림 송민주
연령 10~12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1년 9월 7일 | 정가 8,000원
수상/추천 책교실 권장 도서 외 2건

“엄마, 이 누나도 누나처럼 이가 빠졌어. 나는 깜짝 놀랐어.” 표지를 보더니 찬이가 소리친다. 어제 이를 뺀 지 누나 얼굴이 겹치나 보다.

이 글은 송민주양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의 일기를 엮어 만든 책이다. 책으로 묶여 나올만큼 썼으니 글을 제법 잘 썼다고 보면 되겠다.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게 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냥 쓰게는 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글쓰기가 되도록 지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일 년에 꼭 한 두명의 아이의 일기는 1년이 다 가도록 같은 이야기가 씌여진다.

오늘 학교에 갔다. 1교시에는 국어를 했다. 2교시에는 수학을 했다. 3교시에는 체육을 했다. 4교시에는 음악을 했다. 점심을 먹었고, 5교시에는 사회를 했다. 그리고 집에 왔다. 잠을 잤다.

그렇게 일기를 쓰면 안 된다고 이야기 해주면, 아이들은 누가 그렇게 쓰냐는 표정으로 웃는다. 그 웃는 아이 중에는 그렇게 일기를 쓰는 당사자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다음 날도 변함없는 일기를 쓴다.

일기쓰기에 관한 윤태규선생님의 책(일기 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을 감동깊게 읽은 나는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게 해야 한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진다. 그래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날짜는 상세하게, 일기는 있었던 일을 여러 개의 글감으로 두고 그 중에 가장 쓰고 싶은 것에 동그라미를 친 후 아주아주 자세하게 쓰라고 이야기 해 준다. 일기를 다 쓰고 나면 마지막 부분에 쓰기 시작한 시각과 다 쓴 시각을 표시하라고 한다. 학기초에 여러 차례 이런 안내를 하지만, 끝까지 지켜서 하는 아이는 몇 되지 않는다.

올해 한 실수 중 가장 큰 실수는 아이들에게 강제로 일기를 쓰게 하지 말고 자발적인 선택 기회를 주자고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기쓰기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고된 일 중 하나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억지로 일기를 쓰게 했던 때와 지금 자율에 맡긴 때를 비교해 보건데, 문집에 실을 좋은 글을 가려 내기가 무척 어려워졌다는 거다.

송민주 양의 글에는 하루의 일상이 담겼다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잘 살려 쓴 글이 많았다. 느낌도 아프다. 맛있다. 가 아니라 귓속이 간질간질하다는 식의 표현도 특이했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자신이 상상한 내용을 글로 쓰기도 했고, 궁금했던 것을 꺼리낌없이 잘 표현해 낸 점(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하는 것을 아주 치밀하게 상상한 점) 등이 특이했다. 그리고 날씨에 대한 표현도 그 많은 일기 중에 하나도 같은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면서 자세했다.

달리기를 못하는 송민주양 말대로 우리 모두는 일등 한 적이 있다. 아빠의 정자 2억 마리 중 가장 잘 달린 녀석이 엄마의 난자 속으로 쏙 들어 갔으니 말이다.

일기쓰기를 어려워 하는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에 대한 힌트가 되려나 하는 생각으로 가지게 된 책 2권. 그 중 하나가 <<내가 처음 쓴 일기>>이고, 그 다음이 이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나도 일기를 이렇게 잘 써 봐야 겠다고 생각할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천진난만한 아이의 글을 읽고 참 재미있게 잘 썼다는 생각은 할 것 같다. 그리고 함께 그려 둔 그림도 글읽는 재미를 더하는 장치가 되어 주었다. 글쓰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