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전쟁이기에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91 | 글, 그림 아니타 로벨 | 옮김 장은수
연령 6~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3년 2월 17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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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타 로벨 글, 그림 <어머니의 감자 밭> – 비룡소

  어머니는 삶의 지탱목입니다. 어머니가 계신 고향이 있다는 것은 내가 지치고 힘들 때 돌아갈 곳이 있다는 ‘쉼’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언제나 나에게 ‘쉼’같은 분이십니다. 내가 그분을 편히 해드릴 나이도 되었는데 또 그럴 대우를 받을 만한 세월도 사셨는데 나는 어머니 앞에서는 늘 이기적입니다.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전쟁이 명분과 대의는 있지만 무엇을 성과로 얻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습니다. 작가도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똑같이 생긴 병사들이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싸웁니다. 그저 우린 똑같은 사람일 뿐입니다. 조금 다르게 생겼을 뿐입니다. 두 나라 사이에 큰 전쟁은 삶을 흔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가축과 농사일은 돌보지 않고 전투에만 신경쓰고 있습니다. 전쟁이란 모든 것을 그렇게 황폐하게 만드는 것인가봐요. 서로 죽이고 내가 살기 위해서 오직 승리만이 있을 뿐이니까요.
  그러나 두 나라 사이 작은 계곡에 살고 있는 아주머니는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 아들과 함께 감자 밭을 일구며, 닭고 암소를 기르며 살고 있었습니다. 집 주변에 높다란 담장을 쌓아 외부와의 통로를 단절시켜버렸지요. 그 담장에 대해 어머니는 말합니다.

“동쪽 나라나 서쪽 나라에서 바람이 불어 오면 감자가 잘 자라지 않기 때문이란다.”

  이 말은 무척 비유적입니다. 그 전쟁 바람에 휩쓸린다면 정말 그렇게 되버릴것입니다. 두 아들은 점점 자라 담장 너머로 지나가는 군대를 보고 아름답다며 전쟁터로 따라 나섭니다. 그것도 큰 아들은 동쪽나라 빨간 군대로, 작은 아들은 서쪽 나라 파란 군대로 가 버렸습니다. 혼자 남은 어머니가 하늘이 무너질 듯 슬프게 울더니, 문에 빗장을 걸고, 감자 밭으로 되돌아 갑니다. 아들을 기다리며 감자 밭을 지키려는 어머니의 굳은 의지가 보입니다. 감자 밭은 어머니에게 아들이 돌아 올 수 있는 집이고 희망이었을 것입니다.

  두 아들은 군인이 되었고 많은 공을 세워 훈장을 받았으며, 처녀들의 우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 나라에 사령관이 되었지요. 점점 전쟁은 치열해지고 먹을 것이 떨어진 두 나라 군대는 배가 고팠습니다. 두 아들은 피로 물든 전쟁터에서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모두들 그러했겠지요. 먹을 것을 찾아 어머니의 감자 밭으로 맞딱뜨린 군대는 벽을 부수고 격렬한 싸움을 벌입니다. 이번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바로 감자를 차지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러나 무너진 집 더미 아래서 어머니를 발견한 아들들은 울부짖습니다. 그러자 모든 병사들이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울기 시작합니다. 

  그때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가 살아났고, 모두들 감자를 배불리 먹었으며 행복한 노래를 부르며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어이없게도 ‘감자’를 쟁취하면서 전쟁은 끝이 납니다. 그곳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전쟁의 해답은 아주 간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었겠지만, 나는 아주 작은 것. 그러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인간애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머니라 하더라도 자식을 자신의 품에 가둘 수는 없습니다. 자식은 언젠가는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전쟁에서 돌아온 아들들은 또 다시 가정을 꾸리겠지요. 어머니의 품 밖으로 나아가겠지요. 어머니를 위로하듯 동네 아주머니들이 정답게 말을 건네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6.25 전쟁 중 죽은 학도병의 주머니에서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편지는 어머니께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도 전쟁 중 돌아가셨기 때문이지요. 누구를 위한 전쟁일까요? 내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나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나선 싸움이지만 상처는 너무나 컸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들, 이라크전에 숨은 강대국들의 진짜 의미들, 아프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전들,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당파 싸움들,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권력다툼…..남을 미워하고 증오하며 싸우다 보면 나 또한 사랑할 수 없게 되고 증오하게 되며…. 결국 나를 잃은 사람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펜을 그린 듯한 섬세한 그림과 파란색과 빨간색의 대조를 이루면서 전쟁의 상처와 황폐함을 잘 보여준 책이었습니다. 더불어 우리 집안의 전쟁은 사소한 아이들의 다툼부터 시작되는데 아이들이 사랑하며 살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