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피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12월 25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아침독서 추천 도서 외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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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나요?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눈에 띈 문구. 글쎄, 그 사람을 위해 죽는 것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섣불리 말하기 망설여진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제목. 파랑 피. 피가 파랑색이라고?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에서 파랑색 피를 가진 생명이 있나? 의미심장한 제목에 서둘러 책을 넘겨보았다. 섬뜩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의 글씨체로 쓰여진 두 글자. 시간. 시처럼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진 글. 그 옆 페이지. 역시 두 글자. 순서. ‘신기하다’라는 말의 정의가 나오고, 이제야 소설 같이 쓰여진 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제나 폭스. 정확히 제나 앤젤린 폭스. 열일곱살 소녀. 아버지는 유명한 의사이자 과학자. 어머니는 자타가 공인하는 복원 전문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심한 부상으로 일년 반만에 깨어났고, 기억을 잃었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사전으로 찾아보고, 자신의 과거를 담은 비디오를 보며 기억을 찾으려고 한다. 제나가 기억을 잃은 이유는 뭘까? 유명한 의사들도 살 수 없을 거라고 할 만큼 심각한 상태였던 제나가 멀쩡하게 살아난 이유는? 목의 흉터가 사라지고, 키가 5cm 작아진 이유는? 친구들이랑 부모님은 기억도 안나면서 관심없던 프랑스 혁명을 역사광처럼 잘 알고 있고 읽은 기억이 없는 ‘월든’을 통째로 외우고 있는 건? 기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인 유아세례식을 기억하는 건? 모든게 의문투성이다. 이 물음은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있다. ‘제나를 너무나도 사랑해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던 부모님이 바이오겔 기술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복제했다.’ 제나는 원래 뇌에서 겨우 살려낸 두뇌의 핵심부, 나비라고 불리는 10%만 빼고 전부 복제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제나는 혼란스럽다. 나는 사람인가? 내가 제나 폭스라는 소녀가 맞는 건가? 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지?

 토론거리로도 자주 등장하고 여러가지 논란이 많은 복제인간. 제나의 부모님은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불법인데도 불구하고 제나를 복제해냈다. 그게 과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일일까? 부모님은 “우리도 암흑 속에 있었다”라고 말했다. 겨우겨우 생긴 아이, 모든 것을 기대했던 아이가 단 한 순간의 사고로 죽는다고 생각하면, 부모님이 이해가 된다. 복제인간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위기에 처한다면 그 사람만은 살려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인조인간 ‘제나’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얼마 없다. 그 중 한 명은 바이오겔 시스템을 반대하는 앨리스이다. 앨리스 역시 바이오겔 시스템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기에 바이오겔 시스템을 반대한다. 하지만 앨리스가 죽기 직전이 되자, 앨리스의 부모님은 제나의 부모님을 찾아온다. 결국 앨리스도 바이오겔로 이루어진 인간이 된다. 그들은 굉장히 많은 시간동안 함께 살며, 딸도 가지고 조금은 관대해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제나는 말했다. “모든 사람들은 결국 죽어요.” 그래, 모든 사람들은 어차피 죽는다. 제나는 안타까운 사고로 조금 일찍 생을 마감할 뻔한 것 뿐이다. 제나는 자신이 인조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불법이라 숨어 살아야했다. 평범한 생활을 누리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내가 제나라면, 살아난 게 좋았을까? 책은 제나는 너그러워진 세상에서 앨리스와 살고있다고 끝났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불법인 제나와 부모님은 이리저리 숨어살며, 들킬까 조마조마해하며 긴장되는 나날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나는 복제인간을 반대하지만, 제나의 부모님이었다고 생각하면 나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있어서는 안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있어도 된다라.

 

아직도 혼란스럽다. 뭐가 맞고 뭐가 틀린건지. 아니, 애초에 맞고 틀린 게 존재할까? 그냥 생각해본다. 인조 인간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만약 있다면 그들을 한 인간으로 받아주어야 한다고. 사실 지금 이 세상에 인조인간이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유난히 물음표가 많았던 이번 책. 소설책처럼 흥미진진한 내용은 아니어도 모처럼 진지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