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났답니다:)

시리즈 블루픽션 52 | 오채
연령 1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7월 11일 | 정가 12,000원

동화작가 오채, 이번엔 청소년 소설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7월은, 무더운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7월은, 오채작가의 ‘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 의 소식도 알렸다.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여름이라는 느낌을 와닿게 하는 이 책에선 ‘남자는 버려도 자식은 안 버린다’라는  인생관을 가진 엄마와 엄마를 떠나 독립하겠다는 당찬 아이 초아와 고장난 물건들을 돌봐줄 수 있다고 좋아하는 동생 청록이가 엄마의 사기죄로 인해 야반도주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바로 야반도주한 곳은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외할머니 댁. 그곳은 고립된 외딴 섬으로 주민이라고는 2명 밖에 안되는 작은 섬이었다. 그곳에서는 초아보다 조금 더 나이 많은 남자아이인 시호가 방학이라 내려와있었다.

엄마가 벌인, 사기라는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2명의 주민 중 1명인 춘삼이 아저씨의 새장가를 위해, 시호의 대학 등록금을 위해 초아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일생일대의 인. 생. 역. 전. 을 위해서 그들은 전에 비싼 도기가 나왔던 밭에서 발굴작업을 시작한다.

그 발굴작업으로 인해 인. 생. 역. 전. 이라는 게 이루어 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초아의 담임선생님의 명강의에 의하면 ‘화학 반응 전후에 있어서 반응물의 모든 질량과 생성물의 모든 질량은 같기 때문이다.’

 

참… 이 책에서는 흥미로운, 사랑스러운, 가여운, 멋있는 캐릭터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는 초아의 엄마 양귀녀(양지은)이라는 캐릭터와 초아의 동생인 청록이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한탕’을 노리고 인생역전을 바라는 초아의 엄마 양귀녀, 아니 양지은.

항상 당차게 행동하고 현재 초아와 청록이 가족의 가장역할을 맡고 있다.

‘남자는 버려도 자식은 안 버린다’ 라는 인생관을 가지고 뿌리를 위해 재혼을 해도 ‘박’씨 남자와 결혼을 해야하며 남편은 내쳐도 자식은 끝까지 함께한다. 이런 엄마를 보고 초아는 무슨 그런 인생관이 다 있냐며 불평하면서도 엄마가 강조한 한 뿌리에 대해서 점차 공감하게 된다.

그래, 초아가 보기에도, 독자인 내가 보기에도 엄마인 이 사람. 정말 막 나간다.

전 재산 10만원인데도 불구하고 에르메스 한정판 가방은 절대 팔지 않으려는 이 사람.

트렁크를 끌다가 공 .평 .하게 여기까지 내가 끌었으니 딸보고 끌라고! 고함치는 이 사람.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인생관을 지켜내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그리 매정하다는 생각보다는 엄마라는 이미지가 남는다. 초아가 아팠을 때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녀도 그녀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방식일지라도. 독선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이 책의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청록이.

떠난다고 유치원 선생님이 준다는 양들 중에서 찌그러진 양을 고르고는 고장 난 게 좋다며 돌봐 줄 수 있다고 기뻐하는 그 모습을 보고 항상 좋은 것만을 얻으려고 하려는 이기적인 우리들의 모습이 못나보이고 작아보였다. 닭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매운탕 거리를 위한 생선 뼈를 흙에 고이 묻어주고 십자가를 꽂아 무덤을 만들어주는 청록이. 그 나이의 아이들 중에서도 더 순수하고 생각 깊은 아이. 그 나이에서 표현할 수 있는 언어로 모든 일어나는 괴로울 만한 일들의 분위기를 바뀌어버리는 능력을 지닌 아이. 그 표현들이 예뻐서, 깊어서, 순수해서, 여려서, 가엾은 청록이.

너무 여리디 여러서 오히려 우리가 보듬고 돌봐주고 싶은, 억센 풀들 속에서 피어난 작은 새싹같은 캐릭터다. 이 책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캐릭터.

 

오랜만에 청소년 소설을 읽었다.

내가 열여섯 일땐, 청소년 소설을 시험기간에 밤새서 읽을 정도로 질릴 때 까지 읽었었다. 그 때 이후로는 한 번도 청소년 소설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너무 질리디 질려서. 오랜만에 읽은 청소년 소설. 질리기 보다는 잃었던 재미를 다시 일으키게 했달까. 오랜 시간이 지나 옛 친구를 만나게 되어서 좋았다. 그 친구는 여전히 유머가 넘쳤고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무거운 짐에 눌려 메말라가는 감성을 보고 그 친구는 나를 걱정했다. 하지만 그와 만나고 난 후 느꼈다. 메말라가는 땅, 나의 감성 안에서 조그만한 새싹이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페이지 한 줄>

p228. “누나ㅡ 할머니가 꼬순이, 꼬돌이, 꽥꽥이 절대 잡아먹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이름도 꼭 불러 주겠다고 했어. 우리 할머니 착하지?”

p78. “할머니, 물고기를 위해서 기도해요.”

p31. “선생님이 제일 예쁜 거 준다고 했는데 내가 이거 고 거야. 예쁜 양들은 다른 애들도 갖고 싶어 하지만

이건 아무도 안 갖고 싶어 하거든. 내가 잘 돌바 줄 거야. 풀도 주고, 애기도 들려주고 사랑해 줄 거야. 건강해지게.”

“그래도 마지막인데 예쁜 걸 고르지 그랬어. 너도 이제 너도 갖고 싶은 거 너 좋아하는 거 골라야지.

언제까지 다른 애들 다 고를 때까지 기다리고, 고장 난 것들만 돌볼 거야? 이제는 제일 좋은 것만 골라.”

“그래도 난 고장 난 게 좋아. 내가 돌봐 줄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