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 중학년 여자 아이들에게 딱! 알맞을만한 시리즈를 찾았다. 남자 아이들에겐 아니다. 어쩌면 책을 읽다가 화를 낼지도 모른다. ㅋㅋ 아니, 어쩌면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지. 시리즈 네 권 중 아이의 눈을 제일 먼저 사로잡은 건 <남자애들은 알 수 없어!>였다. 평소에 생각하던 것이 눈으로 보이니 놀랐던 걸까? 냉큼 집어들어 읽기 시작하더니 연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사벨은 평소 오스카에게 조금 흥미가 있었다. 다른 남자애들과는 달리 쓸데없는 장난말도 안하고 취미도 비슷한 것 같다. 한마디로, 말이 통하는 아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오스카가 변했다. 일대일로 대화하면 멀쩡한데, 오스카의 친구들과 있으면 정말 한심하다고나 할까. 도대체 왜그럴까? 남자 형제 없는 이사벨은 오스카나 그밖의 다른 남자애들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다 터진 사건, 오스카와 그의 일당이, 이사벨이 가장 아끼는 다이어리를 훔쳐 보고선 반성의 기미 없이 창밖으로 던져버린 것. 아… 이걸 읽을 때에는 이사벨의 감정이 내게도 전해져서 얼마나 화가 나고 분하고 짜증나고 멍청한 남자애들을 혼내주고 싶던지!!!! 그러니 내 딸이 읽으며 받았을 충격은 얼마나 컸을까. “진짜 미친 거 아니야?”라고 말하고도 남지~!
“만약 우리가 친구였다면 어째서 오스카는 내 다이어리를 훔쳐 갔을까? 그리고 이런 일이 있었으니까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친구 사이로 지낼 수 없는 건가? 이제부터 서로 서먹서먹하게 혹은 모른 체하고 지내야 하나?”…45p
이사벨은 정말 똑똑하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차근차근 진행시켜 행동으로 옮길 줄도 아는 아이이다. 어쩌면 이렇게 멋진 애가! ㅋ 화가 난 체로 꿍하게 있을 수도 있지만 이사벨은 그러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이 오스카에게 지닌 호감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안다. 그리고 남자애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데에도 아주 적극적이다.
“어째서 남자애들은 남의 기분을 그렇게 쉽게 무시해 버리는 걸까? 그리고 어째서 여자애들은 그렇게 피곤할 정도로 남의 눈치를 살피는 걸까? 서로 조금씩 달라진다면 참 사이좋게 지내기 좋을 텐데.”…68p
아이들 뿐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학교에서 뿐만아니라 사회에서도, 가정 내에서도 이성간의 대화가 부족해서, 이해가 부족해서 싸움이 생겨나지 않던가.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이 내미는 손을 잡아줄 줄 아는 이사벨이 그래서 정말 대견스럽다. 길지 않지만 이야기 구성이 뛰어나고 감정적 묘사가 뛰어나서 아주 재미있게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그만큼 생각도 많이 하게 한다. 한 권을 읽고 딸은 아주 이 시리즈에 푹~ 빠져버렸다. 이사벨의 대사는…이제 아주 외워버렸다.ㅋㅋ 아주 쏙! 마음에 든다나?
“그래 이 유치한 남자애들아, 멋대로 떠들고 놀아라! 너희들이 어찌 우리 소녀들의 높은 뜻을 알겠니?”…1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