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세계문학들을 새롭게 잘 만들어주고 있는 출판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비룡소 클래식은 최근에 내가 눈여겨보고 있는 시리즈다. 아이들에게 세계문학을 읽히려고 하면 수많은 번역본들 중에 선택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데 비룡소 클래식을 몇 권 읽어본 결과 어색하지 않고 쉽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번역이 마음에 들고 글자의 크기나 책 속에 들어와 있는 그림들도 좋아서 종종 이 시리즈의 책들을 선택하는 편이다.
《행복한 왕자》는 희곡작가로도 유명한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동화집이다. 자신의 딸에게 들려주기 위해 쓴 동화를 묶었다고 한다. 아홉 편의 이야기가 수록된 책의 내용은 재미있으면서도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한 편이다.
우리가 잘 아는 <행복한 왕자>를 읽고 나면 나를 희생해서라도 불행한 이웃을 돌볼 수 있는 마음, 그것이 가장 고귀한 것임을 알려준다. <자기밖에 모르는 거인>은 자신의 정원을 함부로 들락거리는 아이들이 싫어서 담장을 친 거인이 오랫동안 추운 겨울 속에 있다가 아이들과 화해하면서 아름다운 정원을 되찾는 이야기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는 걸 느낀다. <아낌없이 주는 친구>는 자신의 친구인 한스가 곤경에 빠져도 말로만 친구를 걱정할 뿐, 자신의 것은 나눌줄 모르고 오히려 한스가 가진 작은 것을 뺏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이 한스에게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친구는 한스의 친구라는 명분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스에게 미룬다. 한스는 친구의 달콤한 말에 속아 자신이 가진 소중한 생명마저 잃게 되는 내용이다. 한스를 끝없이 이용하며 자신의 것은 하나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친구의 행동도 얄밉지만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당하기만 하는 한스의 모습도 답답하다. 자신이 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친구의 부탁일지라도 거절할 줄 알아야한다. 무엇보다 무작정 아낌없이 퍼주기만 했을 때 자신에게 어떤 결과가 닥쳐올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반대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이 행동으로 인해 어떤 결과를 낳는지도 생각해보며 타산지석의 예로 삼을 만하다. <남다른 로켓 폭죽>은 불꽃놀이에 쓰일 재료들의 이야기다. 다른 재료들보다 좀 더 특이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 로켓 폭죽은 이제나 저제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멋지게 해낼 때를 기다린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을 다른 폭죽들에게 자랑하는 동안 자신의 몸이 젖어서 폭죽의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다. 로켓 폭죽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언젠가는 자신의 폭죽이 커다랗게 터지는 상황만을 상상한다.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장밋빛 미래만 기대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 건지를 로켓 폭죽을 통해 알게 된다.
이렇게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에 젖게 만들기도 하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내용이기 때문에 특히 강조하고 있는 주제는 사랑과 희생과 참된 행복의 의미다. 마지막에 나오는 <어부와 영혼>의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인어를 사랑하게 된 어부는 인어와 함께 살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내버리고 만다. 그러나 쫒겨난 어부의 영혼은 일 년에 한 번씩 어부 앞에 나타나 다시 한 번 자신을 받아주기를 간청한다. 인어의 사랑에 만족했던 어부였지만 결국 영혼의 꾐에 넘어가서 영혼이 시키는 대로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악행을 저지르며 인어의 사랑을 잃고 나서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사랑임을 깨닫는다.
오래전의 내용들이지만 지금 읽어보아도 고루하거나 구태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부모님이 먼저 읽어보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들려주는 해설을 통해 작가가 숨겨놓은 삶의 비밀을 조금 더 엿볼 수 있을 것이다.